그리고 나의 부모님
좋은 어른이 되는 것..과연 나는 좋은 어른일까. 그냥 좋은 사람도 아닌 좋은 어른이라니. 그래서 새삼스럽지만 어른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 결혼을 한 사람.
대학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물리적, 경제적 독립을 하면서 내 생활비만큼은 내가 책임지고 벌어야지 라는 생각이 강했었다. 학생 때라 크게 여유 있는 생활은 할 수도 없었고 필요도 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과외나 알바를 하면서 용돈 수준의 벌이는 스스로 마련했던 것 같다. 지금도 마음속에 늘 퇴사와 이직을 꿈꾸기는 하지만 꾸준히 일을 하고 있고 이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 같다. 예전부터 나의 부모님은 대학 이후 나의 모든 선택과 결정을 존중해 주셨다. 내가 고민하는 일에 대해 엄마는 항상 잘 들어주셨고,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던 것 같다.
소위 말해 우리 부모님은 잔소리가 거의 없다. 독립해서 살고 있는 것도 그렇긴 하지만 내가 회사를 선택할 때도, 해외를 나간다고 했을 때도, 결혼을 안 한다고 했을 때도(비혼은 아니다..) 부모님은 내 선택을 늘 존중해 주셨고 지지해 주셨다.
그런 부모님의 영향 덕분인지, 나는 그 누구의 강요나 강압에 이끌려 선택을 한 것이 아닌 나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 아래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해 왔기 때문에 보다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결정한 것이니까, 내가 판단한 것이니까 그 책임 역시 온전히 나의 몫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한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냐는 물음의 답은, 한참을 고민했지만 우리 부모님처럼 되고 싶다 가 가장 명쾌한 해답일 것 같다. 먼저 우리 아빠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닮고 싶다. 그리고 당신이 겪었던 어려움과 역경을 남 탓을 하거나 외부로 표출하지 않고 스스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성실하고 꾸준히 기도하며 내면의 성장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닮고 싶다. 일을 하며 알게 된 것 같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사실 어마 무시하며, 이를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표출하며 풀기 쉽다는 것을.. 아빠는 직장생활에 굴곡이 많았던 반면 퇴근 후 돌아오시는 모습은 늘 한결같았다. 내 기억 속에는 웃으며 들어오시는 날들이 정말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아빠는 속으로 울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구나 싶다.
아빠가 늘 웃음으로 우릴 맞이해줄 수 있었던 것은 엄마의 서포트/내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때는 아빠의 그림자와 뒷모습만 크게 보였던 것 같다. 서른 이후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느꼈던 삶의 그림자에 대해 찬찬히 바라보게 된 것 같다. 속 깊은 얘기들은 아직도 낯간지러워해 보진 않았지만, 우리 엄마는 어릴 때부터 시시콜콜한 우리 얘기들을 진심으로 경청해주고 공감해주셨던 것 같다.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얘기들부터 고민거리들까지 엄마한테 이야기를 터 놓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기억이 꽤나 많다.
우리 엄마도 그렇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남 탓 한 적 없이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돌봐주셨다. 동생들과도 가끔 이야기하는데 나는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그게 정말 힘들 것 같다고.. 동생도 나도 새삼스레 어른이 되고 나니 알게 된 것 같다. 우리 엄마야말로 정말 훌륭한 최고의 어른이라는 걸.
우리 부모님이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당신의 힘듦과 어려움을 당신 스스로의 방식으로 풀 지언정, 외부로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상당히 자제하셨다는 점. 그리고 그런 모습이 늘 한결같았다는 점이다. 아마 당신 자식들에 대한 배려의 표현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면 엄마 아빠는 상당히 이타적인 분들이셨던 것 같다. (그로 인해 손해 본 적도 많았겠지만)
언젠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면, 나는 과연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닌 배우자와 자녀들을 위해 양보와 타협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며 불평불만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결혼을 하고 부모가 돼야 진짜 어른이 된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직 좀 더 커야 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