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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좋아하세요?

한 끼의 즐거움

by 요니


나는 혼밥을 즐긴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의 미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혼밥


사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해외에 온 이후로 언제부턴가 이방인이라는 느낌+관광객 모드덕분인지 전혀 부끄럽다는 생각 없이 오히려 꽤나 혼밥을 즐기게 되었다. 뭐 일본은 혼밥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자카야나 이탈리안 레스토랑 혹은 한인식당에서 혼밥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물론 모든 식당에서 혼밥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뭐 일본은 혼밥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이자카야나 이탈리안/프렌치 혹은 한인식당에서 혼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직까지 그 정도로 고수는 아니라... 나에게 맞는 내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꽤 긴 시간 찾곤 한다. 그 나름대로 즐겁고 설레는 경험이랄까. 혼밥/혼술의 장소는 사전에 철저히 조사하고 찾아가는 맛집 탐방과는 다르게 우연히 랜덤 하게 찾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나름의 기준은 있다.


먼저 외관과 인테리어다. 적당히 우아하며 세련된 공간이거나 반대로 아예 로컬 느낌이 물씬 풍기거나.. 공간이 주는 매력이 커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우선순위다. 보통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마치 고독한 미식가에 나올 법한 분위기의 식당을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혼술을 할 땐 대부분 카운터 자리에 앉는 편이라 카운터석이 있고, 오픈 키친인 공간 (대부분 오픈 키친이지만) 이 나의 혼술 탐방 빅데이터 중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적당히 한산해야 한다. 이건 시간대 영향도 있을 것 같은데 보통 나의 혼밥 탐방은 저녁 9시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코로나로 혼밥을 집에서 즐기지만 한창 혼밥 탐방을 했던 2019년의 평일 나의 주요 루틴은 퇴근 후 주로 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저녁 9시부터 혼밥.. 정확히 말하면 혼술 탐방을 시작했다.

저녁 9시는 이자카야가 아닌 이상 대부분 저녁식사를 마무리할 때 즈음의 시간대이기 때문에 한산한 느낌의 레스토랑은 금방 찾을 수 있다. 사람이 많아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아무래도 이자카야 같이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혼자 들어가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긴 하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술이 있어야 할 것! 사실 밥보단 술이 메인이었던 적이 더 많았는데, 전투 후 맥주 한 잔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기분에 따라 레드 와인을 곁들일 때도 있었고, 청량감 있는 하이볼에 심취한 적도 있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안주에 따라 끌리듯 주문한 술 한잔을 기다릴 때의 그 설렘이란!

맥주의 시원함과 하이볼의 알싸함. 그리고 레드와인의 달큼한 텁텁함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와 우울함이 싹 가시는 것 같았다.


코로나 전, 나는 혼밥과 혼술로 스트레스를 이겨냈었던 것 같다.


우연히 발견한 맛집에 기분이 좋기도 했고, 늦은 시간 혼자 들어오는 여자애를 신기하게 쳐다본 종업원들도, 낯선 그 환경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주문을 하던 용기 있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를 대견하다며 칭찬했던 모습도,

우연히 발견했던 타코 맛집도, 파스타는 별로였지만 기가 막힌 와인을 마셨던 기억도, 밥 먹으러 들어갔다 안주는 못 먹고 술만 먹었던 작은 펍까지...

새로운 공간에서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시키는 것 자체가 그 낯섦이 주는 설레임이 그리운 것 같다.



그 시절이 아련하게 보고 싶은 요즘이다.


what you eat, who you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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