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나 감정적으로 기복이 심한 편이다.
감정 기복이 있고 없고는 꽤나 상대적이고 주관적일 것 같은데, 예민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무던하지도 않은, 행복하고 기쁜 날과 우울하고 슬픈 날이 딱 반반인, 가끔은 욱하기도 화를 내기도 짜증을 내기도 하는, 써 놓고 보니 그렇지만 감정적으로 아웃라이어(초 무던하거나 초예민한 사람들) 외에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런 반반 기분을 느끼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감정에 따른 행동인데,
본인의 감정을 철저히 인지하고 감정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제대로 차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감정과 기분에 태도가 좌우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책 제목으로도 있고 드라마 대사이기도 했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말은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얼마나 프로페셔널해 보이는가!
보통 하루에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기 때문에
특별한 사건(상사에게 혼이 난다거나, 보고서를 다시 준비해야 하거나...) 이 없는 한 감정 기복이 생길 여유가 없다. 다들 경험하겠지만 눈코 뜰 새 없이 업무에 치여 바쁜 날에는 내가 기계인가 사람인가 생각할 정도로 감정의 동요가 없다. 아 오히려 내 성격 상 업무가 많은 편이 감정적으로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되는 경우가 많다. 괜히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고, 업무를 완벽히 처리했을 때의 그 희열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반면 문제는 다소 한가하고 여유로울 때 그리고 퇴근 후 아무 약속 없는 평일 저녁과 주말이다. 곧 잘 우울감을 느끼곤 하는데 그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나를 게으름과 나태함에 익숙해지게 만든다. 무서운 건, 나는 지금 우울하니까 이거 안 해도 괜찮아.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나는 지금 우울하고 할 기분이 아니니까-. 라며 게으름을 합리화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다.
열심히 노동 후 잠시 취하는 휴식은 정당하지만, 게으름과 나태는 휴식이 아니라는 거, 잘못된 습관이라는 것도 알고 고쳐야지 하는 것도 알면서 작심삼일이 될 때가 정말로 허다하다.
아마도 그건, 내가 게으름과 너무 친해서일 거다. 누군가 나한테 그랬다 게으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게으른, 한마디로 게으르지 않은 척한다는 건데 정말로 맞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학생 때와는 다르게 회사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오늘 하루가 어떤 일상 일지 뻔히 보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익숙함에 나태해지고 게을러지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그래서 이제 나는 게으름과 이별하고자 한다!
마치 전 남친처럼 가끔은 아련하고 그리워질 때도 있겠지만, 이제는 게으름과 불편해지려고 한다.
게으름과 나태함이 찾아오면, 불편한 기분을 충분히 느끼자. 정당화/합리화에서 벗어나자. 불편한 기분이 행동으로 직결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