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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추억..가마쿠라 에노시마

by 요니

2016년 8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J 가 나를 보러 일본에 놀러왔었다. 친구를 데리고 도쿄 근교 관광지로 유명한 가마쿠라와 에노시마를 당일로 다녀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빡센 일정이었지 싶다. 당시 이십대 후반이었던 나는 (그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새삼 체력이 엄청났구나 싶다.

빛 바랜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그 때의 기억. 아 그리고 최근에 영업을 중단한 (코로나의 여파로 폐점되었다. 너무나 안타까움.) 오오에도 온센에서의 하루도 기억에 담았다.


1. 오오에도 온센 : 에도 시대풍의 ‘온천 테마파크’ (지금은 폐점되었으나..ㅜㅜ)

오다이바에 위치한 오오에도 온센은 도쿄에서 거의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에도시대 풍의 온천이다.

한국관광객들도 꽤 많이 방문할 만큼 유명한 곳이라 방문 전 가졌던 기대감이 굉장히 높았다.

오오에도 온센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산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즐길 수 있는 분위기의 온센의 이미지와는 다소 괴리감이 있다.

‘힐링/쉼/여유’를 찾는 사람들보단 가족/연인/친구들끼리 모여 마치 일본의 여름축제 (마쯔리)에 있는 듯

한 기분을 느끼며, 다양한 체험과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온천 테마파크’이다.

따라서 퀄리티 높은 온천수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유카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 실내 여름마쯔리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와 구경거리 / 먹거리들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전체적으로 실내외

공간을 에도시대풍의 느낌이 나도록 디자인하였으며 화려한 조명/장식들 덕분에 그 공간이 풍기는 축제 분

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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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에도 온센 실내외 전경. 마츠리 느낌 물씬~

2. 가마쿠라 : ‘하치노키’에서 쇼진요리의 맛과 색채에 반하다

쇼진요리는 곡물,콩,야채 등의 식물성 재료와 해조류를 사용한 요리로 가마쿠라시대에 불교가 융성하면서 일반에게 까지 널리 퍼졌다고 한다. ‘쇼진’이라는 단어는 불교에서 불도를 닦을 때 잡념을 버리고 일심으로 정신수양을 한다는 뜻으로, 쇼진요리는 한마디로 사찰음식이다. 하치노키는 특히 미슐랭 별을 획득한 곳이라고 하여 더욱 기대감이 컸다. 식사는 역시 기대했던 것처럼 정갈하고 깔끔했다. 식전 차와 사시미로 간단히 에피타이저를 즐긴 후, 메인 식사가 한 상에 깔끔하게 나왔다. 주로 절임류가 대부분이었는데 색감 때문인지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육류반찬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굉장히 만족스럽고 깔끔한 식사였다.

kama.jpg 정갈함의 끝!!!

3. 호코쿠지 : 대나무 숲에서 즐긴 말차 한 잔의 여유

가마쿠라 호코쿠지는 ‘보국사’ 불교사원 안에 있는 대나무 숲으로 유명하다. 다행히 날씨도 굉장히 좋았는데 영화에나 나올 법한 울창한 대나무 숲을 거닐며 말차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카페도 있어 더없이 좋았다. 난생 처음으로 이렇게 곧고 쭉 뻗은 대나무는 처음 보았는데, 대나무 숲을 거닐고 있으니 뭔가 이 세상과 동떨어진 또다른 세계에 놓여 있는 기분이었다. 말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 또한, 대나무 숲 경치를 감상하며 마실 수 있도록 마치 영화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독특한 구조였으나경치를 감상하기에 최적의 공간과 인테리어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kla.jpg 초록초록 세상

4. 에노시마 : 도쿄에서 처음 본 바닷가 / 동굴 / 캔들전망대

에노시마는 가마쿠라현에 있는 섬으로 대표적인 관광명소는 에노시마 등대, 약 6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해식동굴, 열대식물원 등이 있다. 에노시마와 가마쿠라 구간을 연결하는 ‘에노덴’을 처음 타보았는데 경전철 느낌의 에노덴은 마치 일본의 작은 소도시의 분위기를 한층 돋궈 주었다. 에노덴을 타고 에노시마역에 도착한 후 에노시마섬까지 들어가기 위해 작은 요트를 탔다. 도쿄에 온 이후 제대로 된 해변을 아직 보지 못했는데, 에노시마 방문을 통해 드디어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멋진 장관이 펼쳐져 오랜 시간 동안 그 곳에 머물러 사진도 찍고 경치를 감상했다. 특히 해변과 맞닿는 곳에 바위들이 있어 마치 바다 한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에 있을 때 갔던 바다는 보통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곳은 바다로 연결된 바위 덕분에 마치 해변 위를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에노시마는 슬램덩크의 배경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며, 최근 개봉한 바닷마을 다이어리 영화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저녁무렵 캔들 전망대 위에서 바라 본 에노시마섬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운이 좋게 당시 등불 축제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곳곳에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들이 에노시마 섬의 야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비록 주말이라 관광객은 많았지만 탁 트인 해변에서 보낸 도쿄에서의 여름은 잊지 못할 것 같다.

enoshima.jpg 에노시마를 지키고 있는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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