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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진표 Sep 09. 2018

개천의 용은 사라지지 않았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고들 한다. 과연 사실일까? 그 이야기를 강조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저 사람이 생각하는 개천에서 용이란 뭐일까가 궁금해질 때가 많다. 왜냐하면 세상은 여전히 개천에서 용이 잘 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사람의 사법고시 수석과 같은 고시류, 농촌 지역의 분교에서 학력고사로 서울대 합격과 같은 시험류를 생각하는 듯 하다. 여전히 옛날 방향만을 바라보면서 자기 가치관으로만 세상을 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맞다. 더 이상 그 쪽에서는 용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용이 아예 나오지 않느냐 아니다. 용이 이사를 갔다. 용이 나오는 구멍이 바뀌었을 뿐이다. 지금은 k-pop과 같은 문화예술, 스포츠, SW, 크리에이터, 글로벌 경제 쪽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용들이 나오고 있다. 용이 나오는 위치가 이미 바뀌었는데도 사라진 자리를 놓고 서로 자기 관점의 해석들로 싸우고 있으니 엄한 대다수의 충분히 용이 될 수 있는 학생들이 고생하고 있다.

우리 어른들은 종종 로또를 산다. 재미로 사기도 하고 내심 인생 한 번 바꿔보겠다고, 운을 기대 한다. 로또 당첨금이 당첨자 수에 따라 다르므로 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10억~40억 사이일 것이다.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 PUBG는 그 게임 초기 개발자 20명에게 보너스로 작년에 1인당 10억에서 50억을 줬다는 뉴스가 눈에 띈다. 개발자들이 다 소위 말하는 '부자집 명문대' 출신인지는 내가 확인할 순 없지만 분명 다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 중에는 옛날 기준으로 개천에서 용이나는 사례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사례로 어렵게 살다가 잘먹고 잘사는 사례를 말했으니 여전히 용이 잘 나오고 셈이다.

이런 세상에 아이들에게 바뀐 자리가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관련 능력들을 키워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로스쿨 vs 사법고시 논쟁, 학종 vs 수능 논쟁을 하고 있다. 막상 본인은 개천에서 용이 안나오는 것을 걱정하고 있지만, 되려 개천에서 용이 나오고 있는 이 상황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우쳤으면 좋겠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용은 또 다른데로 이사갈지 모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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