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쁜호박 Aug 29. 2023

뚱땡이지만 오지랖은 사절입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

 나의 기초체력이 점점 좋아져서 30분도 채 못하고 쓰러지던 홈트를 한 번도 끊지 않고 쭉 이어서 끝까지 할 수 있다는 것과 족저근막염이 아주 빠르게 회복되어 이제 아예 발바닥 통증이 없어졌다는 것은 나만 알 수 있는 변화였다. 

 여전히 난 남들 눈에 고도비만인 여자일 뿐이다. 

 당장 몇 Kg 감량했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날씬해질 체중이 아니었다, 내 체중은.

 결혼 후 두 아이를 출산해서 그런가. 

 결혼 전 에는 당장 저녁만 안 먹어도 다음 날 아침 배가 쏙 들어가 있고는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배가 들어갈 줄을 몰랐다. 

 너무 오랜 세월을 고도비만으로 지냈던 탓일 수도 있겠다. 

 홈트에 더해 스쾃까지 할 때는 나만 알 수 있는 나의 변화 덕분인지 하루하루가 활기찼다. 

 길에서 날 마주치는 사람들 눈에야 내가 고도비만인 사람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활기차게 살아가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내가 게으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들이 탁구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가끔 아들의 탁구레슨 수업이 있는 날이면 함께 가서 레슨 구경도 하고 아들과 신나게 탁구를 치고 오기도 했다. 

 그 탁구장에서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내게 와서는 갑자기,


 나 탁구 치면서 살 15Kg 뺐잖아~ 탁구가 은근 살이 잘 빠져~


 살이 쪘다는 이유로 생전 처음 보는 사람한테 다이어트 관련 이야기를 듣는 건 이제 생소하지도 않다. 

 무례한 사람들의 패턴은 참으로 비슷하다. 그런 사람들만 다니는 학원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전의 나 같았으면 또 자책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난 이전의 나에 비해 한참 자신감이 뿜뿜 솟아나 있었다. 

 

 아, 예~. 좋으시겠어요. 축하해요~


 웃으며 그리 말하고는 바로 아들에게로 가서 하던 게임을 계속했다. 

 그 아주머니 타이밍도 참. 한참 아들과 신나게 탁구 중이었고, 아들이 보낸 공을 내가 못 받아 공 주우러 갔다가 돌아오는데 그 틈을 비집고 와서는 내 귀에 그리 말한 것이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 말에 화가 나거나, 우울하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빨리 뭐든 대답해 주고 아들하고 하던 탁구 계속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웃으며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바로 아들에게 가서 탁구를 열심히 치고 있으려니 아주머니의 시선이 계속 느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들하고 신나게 땀 흘리며 탁구를 쳤다. 

 

 내게 등기 우편이 왔는데 내가 안 받으면 상대방에게 반송이 된다. 

 무례한 말들도 그렇다. 

 그들이 나에게 아무리 던져대 봤자 내가 안 받으면 그 말들, 모두 자신들에게 돌아간다. 

 그 무례한 말들은 내가 받지 않았으니 나의 것이 아닌 거다. 





 나만 알 수 있는 변화이긴 하지만 눈썰미가 좋거나 예리한 사람들은 나에게 요즘 피부가 좋아진 것 같다거나 예전보다 더 활기차졌다며 무슨 좋은 일이 있냐 물어보기도 했다. 

 그럼 그냥 슬쩍 웃으며 아, 그래요? 하고 넘기고는 했다. 

 다이어트 중이다, 운동 중이다라고 이야기 하는 게 낯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사실 운동을 하기 시작하니 '식욕의 폭발'이라는 엄청난 부작용이 왔다.

 그래서 체중감량의 속도가 매우 더뎠다. 

 난 먹을 거 안 먹으면서 살지는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계기였다. 

 속도는 더뎠지만 계속해서 감량은 되고 있었다. 

 아침 프로그램에 나오는 체중을 많이 감량한 주부들처럼 드라마틱하게 감량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아직도 고도비만인 상태였기에 '저 다이어트 중 이에요'라고 말하는 게 정말 부끄러웠다. 

 괜히 다이어트 중이라고 대답했다가 그 대답의 꼬리에 꼬리를 물어 많은 오지랖들이 펼쳐질게 뻔했기에 이야기 안 한 것도 있다. 


 하지만 정말 얄미울 정도로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요즘 다이어트 하는구나? 


 하며 말을 건네기도 했는데 그냥 거기서 끝나면 좋을 말을 아니나 다를까 오지랖의 향연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다이어트하고 있어?

 운동하고 있어?

 식단조절은?

 다이어트는 운동이 20이고 식단이 80 이래.

 OO한의원에서 약 지어먹어봐.

 요즘은 살 심하게 찌면 생명보험도 들기 어렵대. 

 잘 생각했네. 예쁘게도 살아봐야지.

  

 정말 그런 오지랖의 말들을 듣고 나면 기가 빨렸다. 

 선을 넘는 무례한 말들을 들을 때는 예전처럼 화가 난다기보다는 내가 지금 여기서 이 말들을 다 듣고 있어야 하나, 내가 그리 한가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만 들뿐이었다. 

 그래서 무례함과 걱정의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오지라퍼들이 신나게 나의 체형과 다이어트에 대해 떠들 때면 그냥 조용히 한 마디하고 자리를 뜬다. 


  어머! 말씀 중에 죄송해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전 이제 가봐야 해요. 다음에 봬요~ 




 그들이 던져대는 무례함에도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내가 단단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체중 감량이 10Kg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여전히 밥 먹으면 100Kg, 밥 안 먹으면 98Kg인 고도비만인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사실, 더 조금 더 감량되었었는데 홈트를 시작한 뒤로 식욕이 폭발해서...)

 고작 집에서 한 시간도 채 하지 않는 홈트가 불러온 내면의 변화가 이리도 컸다.  



 

 

 

이전 14화 굿바이, 족저근막염. 헬로, 스쿼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