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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호박 Aug 28. 2023

굿바이, 족저근막염. 헬로, 스쿼트!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

 비만체형이 되기 전에도 내 하체는 남달랐다. 

 내 양쪽 허벅지는 늘 사이가 너무 좋았다. 한 번도 둘이 떨어져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허벅지의 굵기가 정말 남들과 다르게, 확연하게 두꺼웠다. 

 허벅지가 튼실한 분들은 공감해 주시려나. 

 바지를 사면 오래 입지 않았는데도 양쪽 허벅지 부분만 빨리 해진다. 

 여름에 치마를 입을 때 속바지를 입지 않으면, 딱 붙어있는 양쪽 허벅지에 땀이 차서 서로 계속 스치다가 살이 모두 짓무른다. 가뜩이나 짓물러서 빨개지고 까진 살갗에 더워서 흐르는 땀까지 묻으면 그 따끔따끔하고 쓰라린 고통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심하면 그 짓무른 부위에 열이 올라 붉게 부어오르기까지 한다. 




 허벅지가 굵고 유독 하체에 살이 몰려있던 나는 비만이 되면서 불쾌한 발바닥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방바닥을 디딜 때만 아팠기 때문이다. 아픈 걸 참고 뒤뚱거리면서라도 좀 걸어 다니면 금방 풀렸기 때문에 이 증상이 뭔가 질환에 의한 것 일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남편이 내게 말했다. 


 자기야, 왜 그렇게 걸어?


 내가 심하게 뒤뚱거리기에 걱정 어린 말을 건넨 것이다. 

 난 내가 그리 심각할 정도로 뒤뚱거리는 줄 몰랐다. 

 그러고 보니 통증도 점점 심해져서 어떤 날은 방바닥을 발바닥으로 디디면서 "악!" 소리를 내기도 했었다. 

 그제야 나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족저근막염이 있네요.


 처음 듣는 질환이었다. 

 내 발바닥을 감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겼다고 의사 선생님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어떻게 해야 낫느냐는 나의 질문에 의사는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무조건 살을 빼셔야 합니다.


 병원에서 그런 말을 들었는데도 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족저근막염이 아팠다 말았다 해서 그런지 꼬박꼬박 먹던 약도 어느 순간 먹지 않았고, 병원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무작정 홈트를 시작했던 것이다. 

 안 움직이던 몸을 갑자기 움직이니(비록 하루 30여분이었지만) 제일 먼저 발바닥이 심하게 아파왔다. 

 그래도 꾹 참고 뒤뚱거리면서라도 아침 9시만 되면 홈트를 했다.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운동을 건너뛸까 싶은 날에도 꾹 참고 하루 30분 홈트영상 따라 하기 루틴은 꼭 지켰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 나 왜 발바닥 안 아프지? 언제부터 안 아팠지?


 아침에 일어나 평소처럼 물 한잔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걸어가다가 지금 내 발바닥이 전혀 아프지 않음을 자각한 것이다. 

 언제부터 안 아파왔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아침인데 난 뒤뚱거리며 걷고 있지도 않았고, 발바닥 통증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도 그날,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하루 30분, 그것도 그냥 집에서 홈트 영상을 보면서 동작을 따라한 것뿐인데 족저근막염 증상이 사라진 것이다. 

 발바닥이 아프지 않을 걸 자각한 그날은 너무 신이 나서 30분짜리 운동을 끝낸 후 뭔가 운동 하나를 더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 스쿼트였다. 

 허벅지 살이 평생 고민이었던 내가 열심히 검색한 바로는 허벅지와 엉덩이 라인을 만들고 싶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스쿼트를 하라고 하더라. 

 거울 앞에서 화면 속 트레이너가 말하는 자세를 잡으려고 노력하며 하나 하나 해나가는데 생각보다 쉬운 것이다!!!! 


 이 운동만 열심히 하면 허벅지 라인이 예뻐진다 이거지?


 게다가 족저근막염에도 맨 몸 스쿼트가 많이 도움이 된다고 하기에 내친김에 열심히 오늘부터 해보자 라는 각오로 겁 없이 스쿼트를 해댔다. 

 처음부터 무리를 했다. 한 세트에 20개, 다섯 세트 총 100개의 스쿼트를 하고 참 뿌듯하게 아침을 여는구나라고 생각했더랬다. 




 운동을 마친 후, 2층 주택에 살던 내가 출근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이상함을 감지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면서 도저히 계단을 내려갈 수가 없는 것이다. 

 계단을 내려가려고 발을 떼면 바닥을 짚고 서 있는 다리가 덜덜덜 떨려오는 것이다. 

 손으로 계단 난간을 꼭 잡고 천천히 옆으로 걸어서 겨우 내려왔다. 

 그런 이상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오후가 되자 고통까지 더해졌다. 

 화장실을 가서 변기에 앉으려고 하면 악 소리가 날 정도로 허벅지 앞쪽과 뒤쪽이 너무 아픈 것이다. 

 저녁이 되자 걷기 힘들 정도로 아파왔다.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운동이 제대로 됐다는 거지. 그럴 때 멈추면 안 돼.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 허벅지가 잘 운동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는 말에 엄청난 근육통도 참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는 근육통 때문에 힘들어도 매일 아침 9시, 홈트 영상 한 편에 스쿼트까지 추가해서 운동하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바닥을 밟아도 발바닥이 전혀 아프지 않았던 그날, 난 나 자신을 한 발짝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

 30분 홈트영상도 힘들어하던 내가 한 단계 더 나아가 운동을 추가하는 날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때 즈음에 나의 내면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나를 믿는 마음. 

 엄마가 가족들이 모두 오가며 볼 수 있는 거실달력에 내 체중을 기록하면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100번 씩 하라는 강요를 해대지 않아도 나 스스로가 뭔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그것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난 여전히 고도비만이었고 세상은 그런 나에게 여전히 무례했지만, 이전의 나와는 분명 다른 내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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