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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잔치

by J퐁



우리 남편은 배를 탔었기 때문에 승선일정에 맞춰서 아이 돌잔치를 2주 정도 일찍 하기로 했었는데 버킷림프종이란 놈이 찾아올 줄 몰랐다


예약을 미리 해놨던 터라 예약취소 시 위약금이 있어서 안되면 남편 없이 할 생각으로 놔뒀었다.

2차 항암이 끝나고 보니 항암스케줄이랑 겹칠 것 같아서 예약해 뒀던 스냅작가님, 메이크업, 돌잔치장소에 연락을 돌려 양해를 구하고 예약을 변경했다.

다행히 3곳 다 남편의 사정을 듣고 흔쾌히 예약을 변경해 주셔서 다행이었다.


대망의 돌잔치 날. 남편은 퇴원 후에도 한참을 기력 없어하며 계속 누워있었는데 막상 돌잔치를 치를 려고 하니 하기 싫은 것 같았다.

본인 머리도 이런데 꼭 사진을 찍어야겠냐며 가기 싫다고 말하는 남편을 보며 내 마음속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예약하고 일정 조율하고 신경 쓰이는 거 내가 다 했는데 몸만 와서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면 될 것을 그게 싫다고 징징대는 남편이 미웠다.


그래도 어쩌랴. 아픈 사람한테 화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재이를 봐서라도 잠시만 고생하고 오자고 내가 아이 안고 들고 다할 테니 옆에만 있으라고 내가 예약조율한 고생을 생각해서라도 한 번만 가달라며 부탁하니 남편은 더 이상 투덜대지 않고 갈 준비를 하였다.


아차 싶었다. 나는 말도 하지 않고 남편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었나 보다. 남편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 나이도 아니고 말만 하면 될 것을. 이래서 부부사이엔 대화가 중요한가 보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 봐도 내가 항암치료 중이고 민머린데 돌잔치 사진 찍는다고 하면 싫을 것 같긴 하다. 나조차도 남편입장에서 생각해보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

10월에 남편이 죽을 수도 있단 말에 아이 돌잔치를 취소해야 하나.. 아이는 첫 번째 생일도 못하고 지나가는 건가 했지만 이렇게 남편과 함께 돌잔치를 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땐 그냥 다해 줄 테니 살아만 달라던 내가 남편한테 서운해하기도 하고 참, 사람은 간사한 게 맞나 보다.


다행히 아이 컨디션도 좋아 양가 참석하에 돌잔치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우리는 또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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