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플라스틱인 세계가 있었다.
의자도 꽃도 설렁탕도 전셋집도 햇빛도 내 몸도 온통 플라스틱인 세상.
냄새도 안 나고, 잘 깨지지도 않고,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
무난 무난한 깨끗한 세상이다.
이 세상에서는 다툼도 사랑도 플라스틱이다.
다 그저 그렇다.
무난 무난하게 만나서, 무난 무난하게 사랑하고, 무난 무난하게 헤어진다.
이랬던 이 세상에 이상한 바이러스가 돌았다.
플라스틱을 먼지로 분해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플라스틱 꽃이 먼지가 되었다.
플라스틱맛 설렁탕도 먼지가 되었다.
그저 그런 사랑도 먼지가 되었다.
죽지 않는 내 몸도 먼지가 되어가고 있다.
세상은 지저분하고 더러운 먼지만 남았다.
냄새라는 것이 생겼고, 썩는 것들이 생겼다.
썩은 먼지 속에서 초파리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그것은 그저 그렇지 않았다.
더러웠다.
저 멀리서 또 다른 초파리 한 마리가 날아왔다.
더러운 사랑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