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보다 더 깊은 존재

by 큐원

나는 무슨 색일지 궁금했다.

아이돌 가수 같은 핑크빛일까.

감옥의 수감자 같은 회색빛일까.

대기업 직원 같은 금빛일까.

지하철 바닥을 기며 동냥하는 다리 하나 없는 노숙자의 적갈색일까.


인생의 대부분을 빛나는 색이길 원하며 열심히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고1 때 공부를 그만두며 새까만 검은색,

군대에서 잉여인간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는 검붉은색,

직장에 적응을 못해서 잘렸을 때는 똥색이 되었다.

많은 상황이 나아져서 안정된 직장을 구했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마치 가을 하늘처럼 창창한 하늘색 같았다.


하지만 들여다 본 마음에는 예상 밖의 것이 있었다.

호흡에 집중하고, 기대를 내려놓고,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몸에 대한 통제를 잃고 숨만 내쉬고 있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나의 진실을 바라보게 된다.

거기에는 호흡, 감정, 신체감각, 욕구, 상처, 두려움, 바람 등 나의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서 넘실거리고 있었다.

나는 살아있었고, 매 순간 바뀌고 있었다.

인간이 아니었고, 간절한 생의 소망을 품은 어떤 생명체였다.

하늘색이 아니었다.

만 가지 색이 섞여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누군가 나를 똥색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에게 말할 것이다.

나의 만 분의 일은 똥색이지만, 그 외에 구천 구백구십구 가지의 색이 함께 있다고.

당신이 지금 나에게 검붉은 빨간색 같아도, 다른 수많은 색이 함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나는 색으로 정의할 수 없다.

나에 대해서 정의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잘 살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 누군가 자신을 참혹한 색이라 여기고 슬픔에 잠겨있다면,

'당신은 빛나는 황금색'이라고 말해주는 것은 해결책이 아닐수도 있다.

'당신은 색깔보다 더 깊은 존재'라고 말해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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