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할 수 없는 것만 빼고, 다 괜찮아

by 큐원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 죽는 것.

- 돈이 없어 거지가 되는 것.

- 뼈가 부러질 때까지 맞는 것.

- 집에 불이 나는 것.

- 성폭행당하는 것.


안 괜찮은 것들이 있다.

- 독감에 걸리는 것.

- 이번 달 생활비가 모자라는 것.

- 아내가 아픈 것.

- 상사에게 질책을 듣는 것.

- 날 동정하는 친구에게 인생 조언을 드는 것.


참을 만한 것들도 있다.

- 누가 내 옷에 커피를 쏟는 것.

- 아내가 밥을 안 해놨다고 짜증을 내는 것.

- 직장 선배가 개인적 부탁을 하는 것.

- 지하철 파업으로 지각을 하는 것.

- 상사가 업무 지시를 밤늦게 보내는 것.



나를 망가지게 하는 것은 양보할 수 없다.

망가지면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으로 이끄는 손길은 대차게 뿌리칠 것이다.

하지만 죽음의 그림자에 놀라 자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의 생존 미션을 달성한 후에는,

내 인생을 온통 꽃밭으로 만들 것이다.

절벽에서 기어올라온 후에는,

깨끗한 호수와 꽃들과 열매가 열리는 나무 아래서

안락한 벤치에 앉아 하늘과 자연을 보며 깊고 편하게 숨을 내쉴 것이다.

나를 절벽 밑으로 밀어트린 다면 돌로 머리를 찍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누가 열매로 캐치볼을 하다 나를 맞췄다면,

나는 웃으며 열매를 도로 던져줄 것이다.

꽃밭에서는 싸우지 않는다.

함께할 뿐이다.

경계가 명확할 때, 사랑도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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