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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로삼가아코디언 Mar 16. 2024

왜 이탕의 비중이 점점 줄었을까?

드라마 <살인자ㅇ난감>

넷플릭스의 신작


 최근 넷플릭스에 재미난 웹툰 원작의 드라마가 나왔죠! 바로 '살인자ㅇ난감'입니다. 저는 개봉날에 몰아서 다 보았답니다! 드라마에 대한 실사화 관련 소식이 정주행하게끔 만들었죠. 3명의 배우들을 필두로 대대적인 홍보를 나섰는데,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 배우님들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핫한 배우들이 나오는 만큼 캐스팅 소식만으로도 충분히 보고 싶게 만드는 넷플릭스 시리즈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웹툰 원작을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봉 전부터 더 유심히 봤던 것도 있었죠. 그러나 원작의 내용과 비교하며 보기엔 기억이 잘 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때 당시에는 나이도 조금 어렸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야 할까나 간단한 그림체에서 표현해 내는 많은 정보들이 온전히 이해되기가 꽤 어려웠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드물어서 그런가..) 뭔가 심오한 플롯의 흐름은 대략 알겠지만, 그 당시 댓글의 엄청난 반응들을 동감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죠.


신선한 연출


 그래서 이번 실사화 드라마가 시간의 순서를 천천히 따라가기에 더욱 이해하기 좋았습니다. 이탕의 첫 살인부터 쫓기는 상황이 같이 긴장되며 천천히 몰입되더라고요. 이 몰입의 역할을 해낸 것에는 두 가지 정도로 뽑아볼 수 있었습니다. 첫 살인이라는 한 행동이 표현되기까지 과거의 어떤 일이 있었는지 부연 설명을 회상을 통해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이는 살인에 당위성을 부여해 곧 폭발하는 감정선을 기대하게 만들고 관객들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습니다.


 이어서 서스펜스가 동반되는 장면에서는 슬로 모션으로 꽤 신선한 미장센을 선보였습니다. 카메라 줌을 이용해 트렌디한 광고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연출이 누굴까 해서 찾아보니 이창희 감독님이신데 <타인은 지옥이다>를 앞서 연출하셨더라고요. 서스펜스에 있어서는 탁월한 연출력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몇몇 액션신들도 눈여겨볼만했습니다. 특히 송촌의 콜라텍 대전투(?)는 이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케릭터의 방향성


 초반부 법 위에 군림하며 무정부주의자 혹은 '조커'와 같이 법의 테두리 밖에 존재했던 이탕과 장난감 형사의 갈등은 왜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을까요? 드라마의 시작은 관객들이 살인의 옳고 그름이라는 사유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살인의 딜레마는 우리들의 것이 아니었죠. 그저 주인공의 위기를 보며 같이 긴장과 해소를 반복하고 특히나 즐거운 영상미로 즐기고 있었습니다. 필연적으로 악당들(장난감 형사 혹은 일반적인 기준에 근거하여)을 찾아 죽였으나 우연히 증거들도 사라지는 초현실적인 형태의 줄거리였기에 가능한 감상이었습니다. 어쩌면 능력자물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인물의 구도가 3명 혹은 4명이 되면 훨씬 더 재밌어진다는 사실을 여러분들은 알고 계실 겁니다. 갈등의 갈래가 우후죽순 생겨나기에 더욱 흥미진진해지죠. 그러나 흥미로웠던 건 이들의 연기력이지 후반부 스토리의 진행은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과거로 만들어진 정의는 인물의 입체감을 부각하지만 근거가 부족해 설득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송촌과 노빈이 말하는 정의는 징징거림에 지나지 않았죠. 정의를 실현하고 싶었고 그렇기에 살인을 하고 혹은 지원을 하는 이들은 명분이 부족했습니다. 오히려 없는게 더 좋았습니다. 과거를 등장시켜 입체적인 인물을 표현할 때마다 초반에 잡은 재미의 방향성에서 어긋났다는 점이 지루함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과정 속 이탕의 자리가 부족했지 않았을까요?



이탕의 비중


 초반부의 미장센으로 후반부에도 많이 선보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걱정했던 원작의 단순한 그림체에서 나오는 아우라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였는데 이런 부분은 아주 탁월히 잘 보여줬기에 더 보고싶은 갈증이 있었습니다만, 그런 슬로 모션의 등장이 급격히 줄어들었던 이유가 휘몰아치는 진행이 액션신에도 묻어내야했기 때문이겠죠. 이런 연출의 차이가 캐릭터 묘사를 나타냈다고도 보입니다. '이탕'의 슬로 모션과 '송촌'의 빠른 액션은 확실히 구별점을 두었죠. 암살과 육탄전의 확연한 차이요.


 좀더 구분지어서 이탕의 비중만큼 5화 이후 전개에 송촌의 비중을 1대1 비율로 두었다면 어땠을까요? 이탕과 송촌의 서사를 풀어내기에도 인물의 비중을 해치지 않고 온전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는 전반부와 후반부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 될 거구요. 그리고 이들이 마지막화에 모두 한자리에 모인다면 그 시너지가 더욱 좋았을 것 같습니다. 각각 정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건 각자의 살인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그 대립의 결과는 장난감 형사의 살인이면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이탕의 비중이 애매해졌다는 생각이 안드려면 이와 같이 구분을 짓던가 불필요한 서사를 줄여야겠죠. 이탕은 계속해서 우연히 증거가 사라지는 능력자의 면모를 부각하고, 그에 반해 송촌과 노빈은 자력으로 노력한 듀오였다는 점 그리고 장난감 형사는 말 그대로 '감 좋은 형사'의 면모로 감각적인 수사실력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듭니다. 고민할만한 철학 혹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과 능력자물의 혼란스러운 장르의 모호함이 위화감이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마무리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 영화들의 특징이 각 인물들의 서사가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점과 인물들의 등장 및 퇴장의 연출이 굉장히 신선했죠. 3명의 갈등이 결국 누가 승리할 것인가를 기대하게 만들고 결과 또한 관객 모두가 만족스러운 엔딩을 맞이합니다. 또한 누가 이기든 상관없었을 겁니다. 이런 점과 비교했을 때 살인자ㅇ난감은 관객과의 더 뜨거운 호응성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지루함이 작용되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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