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날, 오스카 블루머
유독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 있다.
그림자가 참 짙다.
모든 것엔 보이지 않았던 아웃라인이 그려진다.
풍경엔 낯선 깊이감이 생긴다.
채도는 극에 달하고, 대비는 너무 극명하다.
달라진 풍경 덕분에 어지럽다.
평평했던 세상이 삼차원이 되어 혼란스럽다.
두 눈을 부릅 떠보려 하지만, 강렬한 햇빛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위를 먹은건지, 햇살을 먹은건지
검은 그림자는 퍼렇게 보이고,
빨간 색은 불타오르며,
하얀 색은 쨍하다 못해 형광등을 보는 것 같다.
태양을 피해 그늘 아래 잠시 앉아 바람을 찾는다.
미친 발색이 잠잠해지는 것 같다.
얼굴에 올라온 열기도 같이 내려간다.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 같지만,
그늘 밖을 바라다보니 심난해진다.
다시 나가 걸을 생각을 하니 암담하다.
39도의 서울. 2018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