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십사 Jan 24. 2023

골프가 뭐길래

취미를 찾다가 왜 '귀결'되는가?

나는 2019년부터 골프 스타트업을 창업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골프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한 상태로 어떻게든 고객과 사업주들을 이해하려 노력했는데, 그들의 이해관계와 산업의 헤게모니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됨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골프'여야만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골프는 놓여있는 조그마한 공을 채로 치는 단순한 활동을 반복한다. 

이 반복적인 활동 어느 부분에 도대체 인생과 철학이 담겨있단 말인가?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바로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상류층의 취미는 왜 골프로 귀결되느냐이다.

이건희 회장, 트럼프 대통령도 부와 명예,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바쁜 워크로드를 가졌음에도 골프를 열심히 쳤다. 그 정도 재력을 가졌음에도 골프 이상으로 할 게 없었을까?


기어코 버티다가 반년 전에 골프를 시작했다. 내가 버텼던 이유는 바쁜 게 1순위 였고, 취미에 생각보다 돈을 많이 써야 해서 거부감이 들었던 게 2순위였다. 게다가 원래 공으로 하는 운동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웬걸, 골프는 뭔가 다르긴 달랐다. 단순 취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자신만의 싸움이 재밌다. 

- 골프는 내가 잘 치던 못 치던 모든 원인은 나에게 있다. (핑계를 대자면 클럽에도 있긴 하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어떤 잘못이 생겼을 때 원인을 전과하여 합리화를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데, 골프는 그게 불가능하다. 오롯이 본인이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 이 자체가 골프를 재밌게 만든다. 순간에 더 집중하게 하고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RPG게임처럼 골퍼라는 또 다른 아바타가 생기고 그 아바타를 잘 키워내는 느낌이다.


2. 진지하다

- 흔히 '캐주얼 골퍼', '시리어스 골퍼'라고들 하는데, 골프를 취미 그 이상으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근데 내가 볼 때는 캐주얼 골퍼는 없다. 모두가 나름대로의 시리어스 골퍼일 테다. 기껏 한다는 게 공치는 운동인데, 점점 빠져들더니 꼬마아이부터 사회적 유명인사까지 모두가 진지해지는 상황이 다소 웃기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진심이 담긴 취미이기에 가벼이 하지 않고 몰입하게 되어 더 큰 재미를 느낀다.


3.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

- 비즈니스 하려면 골프 치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골프 치기 전까지는 왜 그런 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같이 칠 기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친구들, 동기들 뿐 아니라 회사끼리도, 협력사와도 치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지지 않으려고 또 열심히 연습하게 된다. 골프라는 연결고리는 생각보다 강력했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 안에서 얻는 즐거움이 좋았다.


무엇보다 골프의 가장 신비한 점은, 어느 누구라도 골프칠 시간은 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세상이 궁금하다면, 어차피 언젠가 치게 될거 같다면, 바쁘다고 돈없다고 핑계대지 말고 시작해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