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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사 Jan 12. 2023

회사 = 나인 창업자의 삶

동일시하지 말자, 분리하자.



1. 회사 = 창업자인 이유


 창업자는 필연적으로 회사와 동일시될 수밖에 없다. 이유는 여러 개가 있다.

 첫째로는 창업자, 특히 대표자는 역할이 너무 많다. 아무리 민주주의 국가여도 권한은 무조건 1명에게 집중되기 마련이고, 주식회사에서는 대표자가 그 역할을 모두 한다. 그만큼 법률적 책임도 집중되어 있다. 


 둘째로는 창업자는 보통 보험이 없다. 회사가 망해도 걱정이 없도록 집이 잘 산다거나, 가족이 충분히 부양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시작하거나, 정말 제로에서 시작하기에 안전망이 매우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회사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는 인식을 많이 갖게 된다.


 셋째로는 회사가 망하면 말 그대로 '물거품'이 된다. 회사를 세우면서 생긴 많은 경험과 실력들이 남지 않겠냐 하지만 그건 연쇄 창업이 가능한 상황일 때나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된다. 다른 회사에 재취업하기에는 이미 창업자의 생각과 행동이 익숙해져 있기도 하거니와 외부에서는 이런 경험을 그다지 높게 사주지도 않는다. 재산은 재산대로 잃고, 주위 사람도 이미 잃었을 수도 있다. 비누거품도 아니고 물거품 수준이 되어버리니 회사랑 본인을 동일시할 수밖에 없다.


2. 동일시하면 성과가 잘 나는가?


 그럼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동일시하는 게 정말 경영에 도움이 되느냐가 궁금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회사가 열심히 해서, 절박해서만 성공할 것이었다면 고등학교 때 공부 열심히 해본 경험이 있는 누군들 못했을까 싶다. 시장, 동료 등 말도 못 하게 많은 요소가 작용을 하고 그중에서 창업자의 마인드도 매우 큰 요인이 된다.


 본 글의 주제인 '동일시' 여기는 것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결론적으로 일정 규모 회사가 어려울수록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어려울수록 더 절박하고 망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동일시하지 않아도 노력은 할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주요 동기의 차이인데, 나 같아서 열심히 하는 것과 회사를 회사로 인정하고 열심히 하는 것은 다르다. 


 동일시한다는 건 나는 이기적이 된다는 것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망했을 때, 잘됐을 때 나의 안위에 대해서 상상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회사를 움직이게 되면 본질은 잊고 자아실현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고 싶은 걸 한다)


 회사는 절대 자아실현을 해서 돈을 벌어다 주는 조직이 아니다. 그런 건 돈을 충분히 벌고 자신의 재산으로 하면 된다. 오히려 '타아실현'을 해야 한다. 고객(타인)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으려고 만든 회사를 왜 본인처럼 생각해서 자아실현을 하려고 하는가? 내가 그동안 많이 노력했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받고 싶은 건가? 그렇다면 가져가는 돈을 차라리 늘려서 내 개인 삶에서 여유를 더 찾고 회사랑 분리할 필요가 있다. 회사가 한창 성장할 때 몰입하는 경험과는 다르다. 회사가 규모가 생기고, 조금 어려워진다면 본인과 회사를 분리하고, 회사는 하나의 인격체로써 타인을 위해 운영되는 본질을 챙겨야 한다.


3. 내가 생각하는 창업자의 올바른 삶


 강한 내적동기를 가지는 건 좋다. 유명해지고, 가족을 챙기고, 재산을 축적하는 등 사람으로서의 욕구는 응당 누려야 한다. 문제는 이걸 추구하는 것에 대해 솔직해져야 한다는 거다. 나는 창업자뿐 아니라 누군가의 남편, 아들, 멘토, 친구인데 창업자로서의 본인만 생각하면 위에 말한 동일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워라밸을 챙기라는 말이 아니라 나 자신을 한 가지로만 정의하지 말자는 뜻이다.


 또한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소유자이자 주인'에서 '세운 사람이자 해당 직무 전문가' 정도로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그 자체로서, 여럿의 노력으로 운영이 되는 것이고 본인은 단지 시작을 했을 뿐 마치 본인의 소유물 마냥 모든 걸 마음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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