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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사 Dec 17. 2022

커뮤니티와 커머스

같이 하겠다는 건 오산이다.

활발한 유저들의 활동과 그 유저를 통한 매출.

모든 스타트업이 원하는 두 가지 지표일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싶은 마음에 커뮤니티를 통한 커머스 연계를 꿈꿔왔다. 어찌어찌하면 두 영역을 잘 엮어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최근에 너무나도 안일한 로드맵이었다고 다시 번복하게 되었다.


 이 두 가지를 잘 엮은 이른바 '콘텐츠 커머스'의 사례로는 '오늘의 집'과 '스타일 셰어'가 있다. 이 둘은 커뮤니티로 시작해서 거기서 쌓은 유저들의 후기, 콘텐츠에 커머스 버튼을 넣고 자연스레 커머스로 유도하여 결제를 하는 방식을 택했다. 커뮤니티와 커머스가 정말 잘 결합된 형태라고 생각했고, 이렇게 커뮤니티를 만들면 커머스로 넘길 수도 있겠구나라고 가능성을 보게 해 주었다. 오히려 인스타그램이 더 늦었지만, 이런 형태를 취하는 광고를 계속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간과했던 건, 사용자가 이 두 플랫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이다.

 지금 상황에서 오늘의 집을 커뮤니티 그 자체로만 보는 사용자보다는 '후기 많은, 다른 집에서 어떻게 놓았는지 보기 쉬운 인테리어 쇼핑몰'로 포지셔닝한 사용자가 훨씬 많을 것이다. 커머스에 훨씬 가까운 것이다.

 스타일 셰어는 그 반대이다. '10대, 20대 초반 여성들이 주류인 패션 커뮤니티'로 생각하지, 물건이 많고 싸고 빠르게 배송 오는 쇼핑몰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신사의 사례는 더욱 특이한데, 백 퍼센트 커뮤니티로만 시작한 서비스가 이제는 백 퍼센트 쇼핑몰로만 인식되고 오히려 콘텐츠는 서비스에서 자체적으로 돈을 들여 만들고 있다. 

 물론 소수는 그 반대로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서비스는 하나의 인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관점에서 어느 쪽에 훨씬 가까운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만든 사람은 두 가지에 신경을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여전히 한 가지의 인식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와 커머스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커뮤니티

- 커뮤니티의 주목적은 언제나 '정보 공유'이다. 정보를 찾기 위해서, 나누기 위해서 접속하는 곳이라는 근본의 목적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활발한 '게시판' 하나로 그 기능을 항상 충실하게 수행한다.

- 사용자는 적극 유저(콘텐츠 생성자)와 소극 유저(질문, 댓글, 뷰어)로 나뉜다. 
- 그 비율은 전혀 연구된 바는 없지만 그냥 느낌으로, 약 100배 정도 차이 나는 것으로 보인다. 더 심하면 심했지 적지는 않을 것이다.

- 적극 유저는 왜 글을 쓰는가? 기본적인 목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많이 알리고 싶어 한다. 조금 다르게 말하면 '떠벌리고' 싶어 하는 니즈가 있다. 특히나 토픽이 명확하면 명확할수록 그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신이 배운 것, 알게 된 것을 알리고 싶어 한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아가면 그것이 본인의 명성이나 수익에 도움이 된다면 더 좋다.

- 커뮤니티의 퀄리티는 곧 이 적극 유저들에 의해서 좌지우지된다. 많이 알리고, 소극 유저 들의 질문, 댓글에도 공감을 많이 할수록 살아난다.

- 소극 유저는 왜 커뮤니티를 쓰는가? 적극 유저와 다르게 조금 복잡한 니즈가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니즈는 본인의 질문,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 한다. 또한 해당 토픽에 대한 관심도는 사실 매우 높아서 지식을 얻는 것에 대해서 즐거워한다. 그것에 관하여 누구에게 말할 정도까지는 되지 않아도 읽고 체득하는 것 까지는 쉽게 잘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을 그렇게 많이 쓰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런 소극 유저는 사실 매우 많다.

- 토픽 별로 잘 나눠서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적절한 토픽이 대화를 이끌고 공감을 이끌어 낸다. 특히 블라인드처럼 본인의 소속이나, 겟차처럼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의 차종나, op.gg처럼 같이 하는 게임이 있다던지 공감대가 형성될만한 토픽을 잘 선정해야 한다. 단순히 구인처럼 중간 매개체만 해서는 헤비유저가 생성되기 힘들기 때문에 만나기 어렵다. (아, 그런데 당근 마켓은 그걸 중고거래로 하긴 했다.)

- 그간 수십 년간의 피씨 통신이 이뤄낸 단 한 가지 원칙은 온/오프라인 친목활동을 금지하는 것이다. 


커머스

- 물건을 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다 중요하다. 아무리 유입이 많이 되더라도 해당 채널에서 결제할지 말지는 아래와 같은 요건이 크게 좌지우지한다.

- [기본] 가격 조건 : 같은 제품이 최저가이면 거기서 결제한다.

- [기본] 독점 조건 : 같은 제품을 다른 데서 사지 못하면 거기서 결제한다.

- [요즘] 배송 조건 : 이커머스의 경우, 빠르게 오 면 위의 조건이 살짝 부족해도 감내한다. 솔직히 쿠팡이 이 조건이 중요하다고 했을 때, 이틀 걸리나 다음날 아침에 오나 뭐가 달라? 그거 못 기다려?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지만, 못 기다리는 사람이 사실 엄청 많았던 것이다.

- [요즘] 리뷰 조건 : 요즘 이커머스에는 리뷰가 정말 정말 큰 역할을 한다.

    무신사는 자기 스펙(키/몸무게)에 어떤 사이즈가 어울리는지 댓글을 보고 구매한다. 이 거 하나 보려고 무신사 들어가서 구매하는 사람도 상당했다. (요즘은 다른 조건도 많지만)

    오늘의 집은 다른 사람이 집에 놓은 이미지 자체를 보고 구매한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분위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제품만 찍어놓은 여 타 커머스 리뷰와는 다르다. 인테리어 용품의 경우 조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는, 그 와중에 커뮤니티 헤비유저들이 자랑하려고 찍어놓은 사진이 많다면 정말 금상첨화다

- [요즘] 퀄리티 조건 : 이커머스의 가격비교, 최저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싼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조금 비싸더라도 퀄리티의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면 돈을 더 주고 구매할 의향이 생겼다. 같은 제품의 경우 최저가가 무조건 좋겠지만, 같은 상품군의 경우 최저가를 선뜻 고르기 힘들다. 그래서 아예 우리는 최고의 퀄리티만 취급한다는 상품 정책 역시 큰 반향이 있다. 마켓 컬리가 그러하다.


위 요건들 중 많은 부분이 갖춰져야, 커머스로서의 힘을 발휘한다. 커뮤니티에서 넘길 수 있는 조건은 [리뷰 조건] 밖에 없다.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은 욕심쟁이라서 이것저것 다하고 싶고, 다 만들고 싶다. 

하지만 고객은 우리 서비스를 하나의 상품으로 바라보고 결정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나만 비교 불가하게 잘하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 오히려 맞는 방향이다. 커뮤니티와 커머스, 둘 중에 하나만 기똥차게 잘해도 서비스는 성공한다. (고 생각하면서 딴짓하지 말자며 되새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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