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갔다 와서 느꼈다
AWS에서 주최하는 re:invent2022에 우연히 일주일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덕분에 6년 만에 미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되었고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나를 짜증나고 흥분되며 생각하게 했던 것은 바로 '시장의 크기'이다. 그리고 나는 이걸 '목숨값'이 다르다고 말하기로 했다.
미국은 인구가 3억명이다. 한국의 6배 정도 되는데, 크다면 크지만 사실 전세계 인구로 따졌을 때 그렇게 큰 건 아니다. 인도, 중국, 파키스탄, 아프리카, 남미에 훨씬 많은 사람이 산다. 더 유구한 문화가 있고, 더 많은 내러티브가 이들에게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물가상승률을 잡으려 시작한 금리 인상은 당장 내 밥숟가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말그대로 '말해 뭐해'할 정도로 자본주의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그런데 항상 궁금했다. 어떻게 미국 내에서만 하는 NFL이 세계 4대 스포츠대회보다 시장 규모가 크고, 어떤 물건을 수출해도 미국이 최대 소비국이 될 수 있는지 말이다.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차는 1인당 1대를 넘게 가질 수 없고, 밥은 3끼를 넘기게 먹을 수 없고, 휴대전화는 1대보다 더 가질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정답은 매우 간단했는데, 1인당 쓰고 버는 돈의 숫자가 큰 것이었다. 똑같이 살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 몇 배의 값이 메겨져 있고, 몇 배의 소득을 얻게 된다. 그렇다고 미국인의 삶이 몇 배 좋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모든 것이 다 몇 배 불어나 있었다. 그러다보니 한 명의 '목숨'은 여러 명의 다른 나라 사람이 쓰고 버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고 이 숫자들이 집계되다보니 인구 수 대비 막대한 숫자를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치 걸리버 여행기 처럼, 거인족과 소인족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게 이해가 된다. 그들 스스로는 거인, 소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서로 비교할 때에는 그 차이가 확연히 들어나게 된다.
이 몇 배의 차이가 그저 삶에서만 도드라진다면 이렇게 글도 쓰지 않았을 텐데, 문제는 모든 분야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격차를 만들어 버려서 절대 소인국이 거인국을 이길 수 없는 구조가 됨에 있다. 거인은 거인끼리만 살고, 소인은 소인끼리만 살면 문제가 없겠건만, 거인과 소인은 서로 교류를 해야하고 거인의 물건과 소인의 물건은 10배 차이가 나기에 불쌍한 소인들은 그정도의 값을 지불하고 거래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소인은 다시 소인끼리만 행복하게 살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곳도 생겨났고, 반대로 거인에 빨리 붙으려고 비슷하게 몸집을 키우는 곳도 생겼다.
내가 본 미국에서는 거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때문에 같은 일을 해도 10배의 값어치가 있었다. 너무 불합리 하다 생각이 들면서도 나도 거인에 붙어야 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됨에 너무 씁슬했다. 내 인생은 유한한데 같은 노력으로 10배의 값어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6년 전과 지금의 미국은 또 엄청나게 달라져있었다. 대략적인 느낌으로 물가와 임금이 그 때는 한국과 1.3배 정도였던게 지금은 2.5배 정도는 차이 나는 것으로 느껴졌다. 이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기술쟁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지 고민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