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으로 통하는 문
벽돌탑의 도깨비 - 23 <저승으로 통하는 문>
수레가 덜커덩 거릴 때마다 거적때기에 싸인 탈은 삐거덕 소리를 냈다. 처음에는 소리가 별로 크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소리가 커졌다. 이대로 계속 삐거덕 거리다가 묶어놓은 새끼줄이 끊어지면 탈이 수레 밖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수레에 앉아있던 돌이가 손으로 탈이 못 움직이도록 잡아서 고정시켰다. 다행히 돌이가 탈을 잡고 있자 덜커덩 거릴 때 나던 소리가 사라졌다. 사람모습으로 변신한 도깨비는 수레에서 탈이 삐거덕 거리던 소리가 들이지 않자 씨익 웃어 보이며 조심스럽게 계속 수레를 밀어나갔다. 감투 때문에 도깨비에게도 돌이가 보이지 않지만 돌이가 소리를 나지 않게 했다는 것을 도깨비는 알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이번에는 덜컹 거릴 때마다 돌이가 쓰고 있는 도깨비감투가 머리위에서 움직였다. 이러다가 감투가 벗겨지기라도 하여 상여를 메고 오던 사람들이 돌이가 수레에 타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 난리가 날 것이다. 돌이는 몸을 수레 난간에 기대고 한손으로는 방상시 탈을 잡고 나머지 한손으로는 머리 위 도깨비감투의 끈을 턱밑으로 꽉 조이게 묶어놓았다. 하늘에는 여름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이 뭉게뭉게 국수 만들 때의 밀가루 반죽처럼 덩어리져서 하늘에 달려있었다. 돌이는 출발 전에 도깨비가 했던 이야기를 다시 기억해보았다.
‘오늘 상여는 강을 건너게 되어있단다. 다리에 가운데에 저승으로 가는 통로가 있어. 내가 신호를 하면 넌 그 통로에 문을 만들어 줘야해. 그럼 내가 그 문을 통해 저승에 가서 너희 아버지를 다시 데리고 이승으로 돌아오마. 돌이야! 이게 그 문이야. 여기 문 문(門)자 모양의 두 개의 침이 보이지? 나란히 놓고 보면 문(門)자가 되잖아? 윗부분의 장식이 마주하는 공간에 저승으로 가는 문이 생기는 거야. 장식은 어떻게 찔러 놓든 서로 스스로 마주보게 되어 있으니 방향은 걱정 할 필요가 없어. 이걸 다리 바닥 양쪽에 찔러주면 내가 거길 통해서 저승으로 갈수 있어. 내가 저승으로 넘어가면 넌 이 침을 다시 뽑아. 그러지 않으면 내 뒤를 따라 상여를 메고 오는 사람들까지 모두 저승구경을 하게 된다. 내말 알겠지? ’
돌이는 감투를 잡고 있던 손으로 소매 자락에 찔러둔 문(門)자 모양의 침을 다시 만져보았다. 그러는 사이 수레가 멈췄다. 이제 상여행렬이 논두렁길로 접어든다. 수레를 길가에 세우고 도깨비는 수레에서 거적때기에 싸인 방상시탈을 지게에 옮겨 실었다. 그리고 수레에 실려 있던 나무칼은 등과 지게 사이에 꽂고 방패는 왼손에 들고 오른 손에 지게작대기를 들고 다시 상여 앞에서 걷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돌이는 방상시 탈을 지고 있는 도깨비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논둑길을 일렬로 나아가던 길지 않은 만장행렬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돌이는 이제 곧 강을 건넌다는 생각에 소매에서 문(門)자 모양 침을 뽑아 양손에 나눠 잡았다. 신기하게도 손안에서 서로 힘이 작용하여 글자 모양(門)을 이루고 있었다. 돌이도 자갈길을 걷기 시작했다. 앞에서는 만장행렬이 섶다리에 올라서고 있었다. 돌이는 바로 뒤에 도깨비가 따라오고 있는지 고개를 돌려 확인을 했다. 곧 도깨비가 섶다리 어딘가에서 자신에게 신호를 할 것이기 때문에 미리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들이 섶다리로 올라갈 차례였다.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이들이 몇몇이 돌이와 부딪칠 듯이 새치기를 하여 섶다리 위로 끼어들었다. 녀석들은 급하게 섶다리에 올라와서 그런지 잠시 균형을 잡으려고 비틀 비틀거리고 있었다. 돌이도 섶다리로 올라섰고 뒤이어 방상시탈을 지게에 진 도깨비도 섶다리에 올라섰다. 만장행렬의 움직임 때문에 섶다리 전체가 출렁 출렁 흔들렸다. 새치기 하여 끼어든 아이들은 돌이 바로 앞에서 그 출렁거림을 즐기고 있었다. 아직도 상여행렬은 섶다리 입구에서 조심스럽게 진입하고 있었다. 돌이가 강 가운데 쯤 왔을 때 도깨비가
“돌이야 여기다. 여기에 침으로 문을 만들어!”
돌이는 도깨비의 말을 듣고 무릎을 굽혀 섶다리 한쪽에 바늘을 꽂았다. 도깨비는 지게에서 방상시탈을 내려 거적때기를 강에 던져버리고 탈을 자기 몸 앞에 세웠다. 도깨비는 방상시탈을 쓰고 양손에 칼과 방패를 들고 돌이가 만들어준 문을 통해 저승으로 넘어갈 준비를 마쳤다. 그 순간 돌이 앞에 걸어가던 아이가 뒤를 돌아보고 눈이 네 개 달린 방상시탈을 보고 놀라 균형을 잃어 비틀거렸다. 두 손을 흔들어 균형을 잡아보려 했지만 이미 균형을 잃은 뒤였다. 순간 자기 앞에 잡히는 것을 꽉 움켜쥐며 버티려고 해봤지만 균형을 잃은 몸은 “으악”이라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강으로 떨어졌다.
“뺑이야!”
친구들의 아우성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곧 만장을 들고 있던 행렬과 상여 쪽 사람들 모두가 섶다리 가운데를 쳐다보았다. 방상시탈을 쓰고 있던 이상한 모양의 도깨비도 순간 묘한 느낌이 들었다. 풍덩이라는 소리 이후 돌이의 인기척이 느껴지질 않았다.
“돌이야!”
도깨비가 작은 소리로 돌이를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었다. 돌이가 꽂아 놓은 침 하나만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침의 장식이 강의 하류를 향해 흔들리고 있었다. 뺑이가 떨어지면서 돌이를 잡고 함께 강으로 떨어진 것이다. 도깨비는 방상시탈을 쓴 채로 침의 장식이 가르치는 방향을 향해서 강으로 몸을 날렸다.
물속으로 뛰어든 도깨비는 물살에 휩쓸려 강 하류로 떠내려가면서도 계속해서 돌이의 방향을 찾았다. 이미 도깨비는 방상시탈과 한 몸이 되어 예전보다 훨씬 더 몸이 커져있었다. 방상시탈을 만들 때 죽은 자의 신분에 따라서 탈의 재료와 크기가 달라진다. 이번에는 목수에게 부탁하여 오리나무로 특별히 수레에 실을 만큼 크게 만들었다. 보통 일반인들이 상여행렬에 쓰는 방상시탈의 몇 배나 되는 크기이다. 이번 상여행렬에 이렇게 큰 방상시탈이 쓰였다는 것을 들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거적때기로 덮어서 옮겼던 것이다. 방상시탈은 저승의 문 근처에 가까워지자 스스로 탈을 쓰고 있는 자와 한 몸이 되어 죽은 이를 무사히 저승으로 인도할 수 있는 안내자로 변한 것이다. 도깨비는 방상시탈 덕에 네 개의 눈으로 물 속 사방을 살폈다. 강물 속에서 서로를 꽉 잡고 버둥거리고 있는 아이들이 곧 눈에 들어왔다. 도깨비는 돌이가 손에 꼭 쥐고 있는 문을 만드는 침을 빼앗아 강바닥에 꽂았다. 그러자 상류 섶다리에서부터 강바닥까지 거대한 저승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돌이는 의식이 있는 것 같았지만 뺑이는 정신을 잃은 듯이 보였다. 도깨비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저승 문을 통과하였다. 통과하여 곧바로 강바닥에 꽂아둔 침을 뽑았다. 그대로 두면 많은 생명들이 그 문을 통해서 저승으로 넘어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미 물고기 몇 마리가 넘어와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도깨비는 아이들을 잡고 헤엄치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 숨을 쉴 수 없어 괴로워하던 돌이는 저승 문을 지나면서 호흡이 자유로워진 것을 느꼈다. 도깨비는 돌이가 적응한 것을 보고 두 아이를 등에 싣고 헤엄을 쳤다. 돌이는 뺑이를 깨우기 시작했다. 곧 뺑이는 눈을 뜨긴 했지만 지금 꿈을 꾸고 있는지 깨어있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뺑이는 도깨비감투를 쓰고 있는 돌이가 보이질 않았다. 자신이 홀로 거대한 괴물 등에 앉아 날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방상시탈을 쓴 거대한 도깨비의 등에 앉아서 바라보는 저승은 강물 속인지 하늘 위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도깨비는 점점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저 아래쪽에 죽은 자들의 행렬이 보였다. 그리고 그 행렬 주위로 몇몇 방상시탈이 죽은 자를 보호해서 걸어가는 모습도 보이고 갓 쓴 저승사자의 뒤를 따라가는 사람들의 행렬도 보였다. 행렬을 벗어나 홀로 걸어가는 사람을 상공에서 요괴들이 날아들어 잡아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