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의 개 몰이꾼들
벽돌탑의 도깨비 - 24 <저승의 개 몰이꾼들>
도깨비는 아무 말 없이 죽은 자들의 행렬을 따라 계속 날아갔다. 도깨비 등에 앉아있던 돌이가 도깨비감투를 벗었다. 갑자기 눈앞에 사람이 나타나자 뺑이는 깜짝 놀랐다. 뺑이는 모든 상황에 적응이 전혀 되질 않았다.
“야! 너 누구니?” 돌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아직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한 뺑이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난 돌이라고 해. 넌 누구니?”
“난……, 뺑이야. 그런데 여기가 어디니?”
“어. 여긴 저승이야.”
“뭐 내가 죽은 거란 말이야?”
“아니, 아직 죽은 것은 아니고……, 나랑 도깨비랑 우리 아버지를 구하러왔어. 그런데 우리가 저승의 문으로 넘어오려고 할 때 니가 물에 빠지면서 같이 넘어오게 된 거야.”
“그럼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거니?”
“아마두!”
라고 말하면 돌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마두……?”
라고 뺑이는 돌이의 말을 짧게 따라했지만 머릿속으론
‘혹시 못 돌아갈 수도 있단 말이니? 난 어떻게?’
라는 생각에 불안에 휩싸였다.
“야……, 돌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확실히 돌아갈 수 있는 거지? 그렇지?”
불안한 뺑이는 돌이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도깨비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사실 나도 잘 몰라. 도깨비가 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고 해서 따라온 거야.”
“……”
둘은 한 동안 말 없이 서로를 쳐다만봤다.
도깨비의 등 아래로 길게 이어져있는 죽은 자들의 행렬이 거대한 대문 앞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도깨비는 양손으로 등 뒤 아이들을 잡아 안전하게 땅으로 내려놓았다. 땅 바닥에는 안개가 살짝 끼어있었고 보통 땅보다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셋은 행렬의 중간에 끼어들어 대문을 향해 나아갔다. 얼마 걷지 않아 도깨비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아이들에게 신호를 하고 오른편을 가리켰다. 지금까지 걸어가던 길은 저승사자들이 죽은 자들을 데리고 가는 행렬이고 오른쪽에 방상시 탈을 앞세우고 대문을 통과하는 행렬이 있었다.
“이 문으로 들어가면 저승이야! 내가 주는 환약을 먹어. 지금까지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중간계였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저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 자~”
도깨비가 주머니에서 환약을 꺼내주었다. 아이 둘은 도깨비한테 받은 환약을 씹어서 삼켰다. 뺑이는 환약을 삼키자 알 수 없는 서러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신이 이대로 죽어서 다시 이승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 때문에 맘이 약해진 것이다.
방상시 탈 때문에 아이들의 몇 배 덩치로 커진 도깨비는 무릎을 굽혀 뺑이에게 나직하게 이야기했다.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야. 삶이란 고민한다고 운다고 변하질 않아. 스스로 헤쳐 나가면서 자신의 삶을 바꿔나가야 해. 지금 너한테는 선택사항이 없어. 여기에 남거나 다른 길로 가면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 꺼야. 혹시 길을 잃어버리면 알 수 없는 세월동안 구천을 헤매 다니거나 요괴나 저승차사들에게 잡혀가서 안좋은 일을 당할지도 몰라. 지금부터는 울음을 멈추고 마음을 굳게 먹어. 알겠지? 저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존재가 너희 옆에 와서 말을 걸거나 건드려도 절대 반응 하지마. 가만히만 있으면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게.”
라고 도깨비는 말한 뒤 돌이를 돌아보았다. 돌이는 며칠간 자신에게 생긴 일들 때문인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셋은 대문으로 들어갔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자 눈이 셋 달린 개들이 킁킁 냄새를 맡으며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개 몰이꾼들이 작대기를 가지고 대문을 통과한 죽은 자들을 살피고 있었다. 개 몰이꾼이 도깨비 옆을 지났다.
“오~~무척 오래된 냄새가 나는데. 이봐~!”
개 몰이꾼은 도깨비를 불러 세웠다. 도깨비가 멈춰 섰다. 개 몰이꾼은 자신보다 두 배나 덩치가 큰 도깨비의 주위를 돌면서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참 옛날 냄새가 남아있어. 그리운 냄샌데. 요즘은 이런 냄새 맡기 힘든데. 음……. 크크크”
개몰이꾼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턱으로 가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개 몰이꾼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도깨비의 냄새를 찾아낼 모양이다. 도깨비는 이러다가 아이들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들키면 큰일이다 싶어서 일단 위협을 하고 계속 가던 길을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깨비는 칼을 들어 개 몰이꾼의 목에 가져갔다. 좀처럼 이런 일이 없어 개 몰이꾼도 잠시 놀라는 기색이다. 하지만 저승의 문에서는 별의 별일들이 늘 일어나기 때문에 크게 동요하진 않았다. 개 몰이꾼은 뒤로 물러나면서
“알았어. 방상시~. 난 산자만 찾아내면 되니까. 내 역할에만 충실 할게. 죽은 자를 잘 안내하라고. 그런데 왜 너한테서 오래된 지옥 냄새가 나는 걸까? 그것도 수 천 년 전의 냄새가…….”
라고 말을 하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전혀 공격을 하거나 그런 낌새는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도깨비의 뒤쪽에서
“컹컹”
소리가 들렸다. 도깨비가 뒤를 돌아보니 세눈박이 개가 뺑이를 향해 컹컹 거리며 몇 번 짖었다. 뺑이는 깜짝 놀라
“어”
하고 외마디 소리를 내었다. 순간 세눈박이 개가 뺑이가 죽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곧바로 개는 뺑이의 다리를 물었다. 뺑이는 물리는 순간 고통스러워
“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도깨비가 당부한 말이 생각나 어금니를 물고 참았지만 고통을 이길 순 없었다. 도깨비는 손에 들고 있던 칼로 뺑이를 물고 있던 개를 베어버렸다. 개는 몸이 베었지만 물고 있던 입을 풀지 않았다. 돌이가 손으로 입을 벌려 겨우 다리를 빼냈다. 다리에서 이내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피 냄새를 맡은 개들이 사방에서 컹컹 거리기 시작했다.
개 몰이꾼들도 피 냄새를 맡고 작대기를 휘둘러 개들을 몰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세눈박이 개들을 뺑이를 향해 몰아왔다. 개들이 뺑이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도깨비가 막아서서 달려드는 개 몇 마리를 순식간에 처치해버렸다. 개들은 목표를 뺑이에게서 도깨비로 바꿨다. 개들은 몸을 날려 자신들의 몇 배나 큰 도깨비에게 달려들었다. 도깨비는 칼로 베고 방패로 막고 몇 마리는 발로 차고 몇 마리는 발로 밟아버렸다. 세눈박이 개들도 곧 도깨비의 위력이 자신들의 상대가 아닌 것을 알아차리고 으르릉 거리며 도깨비와 거리를 두고 개 몰이꾼근처에서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개 몰이꾼들도 자신들이 도깨비와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존재란 것을 눈치 챘다.
개 몰이꾼 가운데에서 모자가 위로 높은 한 녀석이 앞으로 나왔다. 무척이나 귀가 아래로 축 쳐져있는 외모가 독특했다. 녀석은 도깨비 앞으로 걸어가
“이봐. 의미 없는 싸움은 그만 두자고. 우리가 널 이길 수 없다는 건 이제 알겠어. 방상시 치고는 너무 강해. 넌 정체가 뭐야?”
커다란 귀를 가진 녀석은 말을 시작하곤 계속해서 고개를 괴상하게 좌우로 움직였다. 녀석의 질문에 대해 도깨비는 아무 대답도 하질 않았다.
“크크크. 이봐. 저 아이는 두고 가. 살아 있는 육신을 가진 사람이 우리 강아지들한테 물렸으니 그 독으로 이제 곧 저 아이의 육신에 죽음이 퍼질 꺼야. 우리 개들에게 아주 좋은 식사꺼리가 될 것 같은데. 크크크.”
녀석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고막을 긁었다. 뺑이는 기분 나쁜 웃음도 싫었지만 자신의 몸에 독이 퍼지고 있다는 말이 무서웠다. 돌이는 뺑이의 다리 상처를 살폈다. 개 이빨자국이 아주 선명하게 나있고 피가 멈추질 않았다. 뱀독은 입으로 빨아내면 된다는 말을 들은 기억으로 입을 상처로 가져갔다. 그 모습을 본 도깨비가 방패로 바람을 일으켰다. 뺑이는 갑자기 자신에게 강한 바람이 불어오자 고개를 들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봤다. 도깨비는 변함없이 귀가 긴 개 몰이꾼을 바라보고 있었고 손가락만을 들어 돌이를 향해 좌우로 흔들어서 상처에 입을 가져가면 안됀다고 신호를 보냈다.
“상처에 입을 대면 너도 독에 중독돼. 만지지 말고 그냥 둬.”
도깨비가 목소리를 낮춰 뺑이에게 말했다. 주위에 죽은 자들의 긴 행렬은 계속해서 가던 길로 움직였지만 작은 무리를 인솔하던 저승사자들은 하나둘 몰이꾼들의 뒤쪽으로 몰려들어 싸움을 구경했다. 그 가운데에 몇몇 저승사자들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오오오~~. 방상시인줄 알았더니 아니군. 우리와 같은 이쪽 세계의 존재! 그래서 아까부터 말을 안했군. 너의 목소리에 지옥의 울림이 섞어있는 걸 감추고 싶었겠지. 크크크. 어떻게 지옥을 빠져나왔지?”
모자가 높고 귀가 긴 개 몰이꾼 녀석은 말을 하며 한쪽 손을 번쩍 들었다. 녀석의 바로 뒤쪽에 있던 다른 개 몰이꾼이 입에 피리를 불었다. 한동안
“삐~~~~”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행렬이 나아가는 방향 저쪽, 저승 쪽에서
“컹컹”
거리는 소리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들렸다. 세눈박이 개들이 일제히 컹컹 소리를 듣더니
“아~~우~~”
하며 고개를 들어 울어대기 시작했다.
“크크크. 녀석들 오랜만에 어미를 만나는군.”
녀석은 세눈박이 개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선 도깨비를 향해
“지옥문을 지키는 개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리지? 크크크, 이봐. 저 아이 속에 죽음이 일어나고 이제는 공포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군. 크크크.”
녀석은 손가락으로 뺑이를 가리켰다. 주위에서 구경을 하던 저승사자들은 죽은 자들을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피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