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탑의 도깨비 - 25

하늘을 나는 요괴

by 김수형

벽돌탑의 도깨비 - 25 <하늘을 나는 요괴>



순식간에 집채만 한 세눈박이 개가 나타났다. 개 몰이꾼의 신호에 따라 녀석은 거침없이 도깨비에게 달려들었다. 도깨비가 지옥문을 지키는 개의 공격을 방패 후려쳐 막아냈다. 지옥문의 개는 몸이 튕기어 멀리 날아갔다. 순간 도깨비의 뒷목에 통증이 느껴졌다. 뒤쪽에서도 공격이 있었던 것이다. 첫 번째 한 마리의 공격은 도깨비의 시선을 잡기 위한 정공법이고 두 번째 개가 시선을 빼앗긴 도깨비의 뒷목을 공격해들어 온 것이다. 도깨비는 연속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개들을 향해 칼과 방패를 휘둘렀다. 공방이 계속되는 사이 연이어 한 마리씩 나타나 양팔과 양다리를 물었다. 도깨비는 몸을 굴려 개들을 몸에서 때어내고 펄쩍 뛰어 개들과 거리를 두었다. 6마리의 집채만한 개들이 땅에서 몸을 일으켜 눈을 이글거리며 도깨비를 노려보고 있었다.


“크크크. 어이! 방상시! 이제 어쩔텐가? 이 아이들을?”


도깨비가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돌아보니 귀가 긴 개 몰이꾼이 돌이와 뺑이를 잡고 있었다.


“불필요한 싸움은 그만두지? 넌 이 아이들을 지키고 싶겠지만 이미 내가 아이들의 생명을 쥐고 있군. 그만 탈을 벗고 정체를 밝혀라!”


개 몰이꾼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지옥문의 개들이 다시 도깨비에게 달려들었다. 5마리의 개들이 목과 양팔다리를 물어 도깨비를 쓰러뜨렸다. 그리고 나머지 한 마리가 도깨비의 방상시 탈을 벗기려고 다가갔다. 도깨비가 발버둥을 치려고 하자 개 몰이꾼이 돌이의 목에 칼을 가져갔다. 그리고 뺑이의 주위로는 저승의 강아지들이 몰려들어 먹잇감 보듯이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개 몰이꾼의 칼날과 지시에 돌이와 뺑이의 목숨이 날아갈 판이다. 도깨비가 더 이상 저항을 못하고 있자 나머지 한 마리 개가 도깨비의 방상시 탈을 물어 벗겼다. 방상시 탈이 벗겨지자 도깨비는 원래의 몸집으로 줄어들었다. 지옥문의 개들이 일순간 크기가 줄어드는 도깨비를 제대로 물기 위해서 다시 달려들었다. 한 덩어리가 되어 뒹굴더니 잠시 후 한 마리가 작아진 도깨비의 몸통을 물고 개 몰이꾼 앞으로 다가갔다. 저승의 세눈박이 강아지들이 나머지 지옥문의 개들에게 몰려들어 꼬리를 흔들었다.


“잘 했다! 많이들 컸구나. 오랜만에 강아지들을 만나니 반갑지?”


라고 귀가 긴 개 몰이꾼이 지옥문의 개들에게 말했다.


“뭐냐? 탈 뒤에 숨어있었던 것이 도깨비야? 어떻게 도깨비가 사람을 도와 저승으로 데리고 올 수 있지? 이상해……. 지금까지 긴 세월동안 저승 문을 지켰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군.”


귀가 긴 개 몰이꾼이 말을 했다. 다시 구경꾼들이 몰려들고 나머지 개 몰이꾼들이 피리를 불어 멀리 있는 동료들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피리를 불던 두 녀석이 돌이와 뺑이에게 다가왔다.


“두 녀석 모두 이승의 숨이 붙어있는데. 어떻하지?”


“뭐 별거있어? 우리 강아지 먹이로 육신은 주고 혼만 저승차사에게 넘기면 되지. 자네가 저승차사를 불러”


말을 하는 순간 하늘에서 집채만한 새 모습의 요괴 한 마리가 위협적으로 날아들었다. 하늘 높은 곳에서 내리꽂듯이 달려들어 발로는 쓰러져있는 뺑이를 쥐고 부리로는 서있던 돌이를 옆으로 물고 몇 번 날개를 펄럭이더니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라가 버렸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지옥문을 지키는 개들도 대응할 겨를이 없었다. 개 몰이꾼들이 돌을 던지고 화살을 쏘아봤지만 요괴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아무것도 도달하지 못했다. 그사이 개 몰이꾼들의 피리 소리를 듣고 머리 둘 달린 새 두 마리가 날아왔다. 새들이 귀가 긴 개 몰이꾼 근처에 내려앉았다. 새 등에는 병사가 각각 한명씩 타고 있었다. 둘은 개 몰이꾼에게 설명을 듣고 요괴를 뒤쫓기 위해 날아올랐다. 도깨비는 지옥문을 지키는 개의 입을 벌려 순식간에 몸을 빼낸 후 머리 둘 달린 새에 건너 탔다. 새는 곧장 날아올랐고 도깨비는 새를 조종하던 병사를 아래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방망이를 꺼내 다른 머리 둘 달린 새의 머리 하나를 내리쳤다. 순식간에 새와 병사는 아래로 꼬꾸라졌다. 도깨비는 새를 조종하여 요괴가 날아간 곳을 향해 따라날았다. 도깨비는 한참을 날아올라 아래쪽을 돌아보니 저승의 문과 문을 잇는 행렬이 까마득히 아래쪽에 늘어서있는 것이 보였다.


구름 하나를 지날 때였다.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 오랜만이군!”


도깨비는 머리 둘 달린 새의 방향을 바꿔 구름 쪽으로 향했다. 좀 전에 아이들을 낚아채 간 요괴가 구름 뒤에 날고 있었다. 요괴 등 위를 보니 한 백발의 노인이 요괴를 조종하는 고삐를 당기며 도깨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괴의 양쪽 발에 돌이와 뺑이가 잡혀있었다.


“노인장 오랜만이요! 고맙소.”


도깨비가 말을 하자


“난 누군가 했네. 분명 생사람과 그리운 냄새가 느껴지더라고. 그 냄새들이 저승문을 통과하는 것이 느껴져서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자넨 줄은 몰랐네. 이게 몇 년만인가?”


“한 천년은 지난 것 같군요. 이렇게 여기서 도움을 받을 줄은……. 고맙소, 노인장. 노인장이 아니었으면 아이들을 다 잃을 뻔했소.”


“방상시탈 뒤에서 자네가 나타나 정말 놀랐네. 일단,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장소를 옮기세.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를 나누세.”


라고 노인이 말하자 도깨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곧 새를 조종해서 방향을 바꿔 아래쪽으로 급하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도깨비도 뒤를 따라 하강했다. 잠시 후 노인과 도깨비가 이야기를 나눈 구름 주위로 머리 둘 달린 새떼가 몰려들었다. 새등에는 모두 병사들이 타고 있었다. 도깨비 일행의 행방을 찾기 위해 잠시 구름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도깨비 일행은 몇 개의 구름을 뚫고 하강했다. 한참을 내려가자 산과 산 사이로 계곡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계곡 안쪽으로 날아가자 거대한 폭포가 나타났다. 노인이 탄 요괴는 날개를 여러번 펄럭거리며 방향과 높이를 다시 잡은 후 폭포 옆을 돌아 폭포 안쪽으로 들어갔다. 도깨비가 탄 머리 둘 달린 새는 그렇게 몸집과 날개가 크질 않아서 쉽게 뒤를 따라갈 수 있었다. 폭포 안쪽으로 동굴이 나있고 그 동굴을 통과하자 다른 세상이 나타났다. 아래로는 숲이 넓게 펼쳐져있고 가운데로 강이 흐르고 있었다. 요괴는 오른편 산으로 날아갔다. 산 중턱에 작은 초가가 한 채있고 넓은 마당이 자리하고 있었고 옆으로는 작은 내가 흐르고 있었다. 요괴는 날개를 몇 차례 퍼덕거리며 돌이와 뺑이를 땅에 안전하게 내려놓았다. 요괴가 땅에 내려앉자 노인이 요괴의 등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도깨비도 머리 둘 달린 새와 함께 땅으로 내려왔다. 집문이 열리고 노파 한명이 밖으로 나왔다. 노인이 타고 온 요괴는 다시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도깨비는 노인의 지시에 따라 타고 온 새를 말뚝에 묶어두었다. 다시 쓸 일도 있고 지금 풀어주면 장소가 지금의 위치를 들킬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노인과 노파는 모두 백발에 흰옷을 입고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도깨비와는 옛날부터 서로 아는 사이인데 오랜만에 서로 만난 것 같지만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냉냉한 분위기가 흘렀다.


“할멈 오랜만이요. 세월이 흘러도 모습은 전혀 변한 게 없군요.”라고 도깨비가 노파에게 말을 하자 노파는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을 살폈다. 도깨비는 일단 뺑이를 안아 집안으로 옮겼다. 노인은 뺑이의 상태를 살폈다. 맥도 잡아보고 호흡도 보고 상처에 약도 발랐다. 그리고 나서


“괜찮을까요?”


노인에게 물었다.


“이 아이의 목숨이 위급하군. 오늘밤이 고비야. 오늘밤 안으로 살려내지 못하면 이대로 육신을 버리는 수밖에 없겠는데. 그래도 괜찮을까?”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돌이가 부탁을 했다.


“지금은 일단 급한 치료는 했으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살아있는 사람의 육신이 저승의 개들에게 물렸느니 결국은 육체는 포기해야할 꺼야. 시간이 문제야. 아니면 오늘밤이 지나기 전에 생명수를 먹여야 살릴 수가 있어.”


“할아버지 생명수로 이 친구를 구해주세요.”라고 돌이가 다시 부탁을 했다.


“생명수는 나에겐 없단다.”노인의 대답에


“그럼 누구에게 있나요?”라고 돌이가 다시 물었다. 노인은 도깨비를 향해


“왜 자넨 잘 알면서 이 아이들을 데리고 저승으로 넘어왔나? 이런 위험이 늘 따른다는 것을 알텐데.”라고 노인이 말하자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잖소. 아이를 돌봐주시오. 관세음보살님을 찾아가서 생명수를 구해올테니. 관세음보살님은 어떻게 찾아가죠?”라고 노인과 도깨비가 이야기를 나눴다.


돌이가 노파에게 물었다.


“생명수가 있으면 뺑이를 살릴 수가 있나요?”


“그럼. 죽은 육신정도는 쉽게 살릴 수 있지.”


“그 생명수는 어디에 있나요?”


“넌 아미타부처님을 알고있니?”


“몰라요.”


“음~. 극락에 계시는 부처님인데 아주 오래사신분이야. 이 아미타부처님은 무량의 생명을 가지고 계신단다. 그리고 아미타부처님을 보좌하는 관세음보살님이 계시는데. 이분은 극락과 이승을 오가며 사람들을 극락으로 인도하신단다. 관세음보살님이 가지고 계시는 정병이 있단다. 정병에 생명수가 담겨있어. 그 물을 구해오면 저 아이를 살릴 수가 있어.”라고 노파가 말하자 돌이는


‘우리 아버지도 생명수로 살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깨비와 돌이는 뺑이를 노부부에게 맡기고 관세음보살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머리 둘 달린 새를 타고 노인이 알려준 곳을 향해 날아갔다. 한참을 산맥을 따라 날아갔다. 끝없이 펼쳐질 줄만 알았던 산맥이 끝나고 인간 세계에는 없는 거대한 산이 앞을 가로 막았다. 둘은 거대한 산의 꼭대기를 향해 날아올랐다. 한참을 올라가자 산꼭대기에 평지가 나타났다. 그곳에는 사방에 아름다운 꽃과 과실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 연못과 정자가 하나 있었다. 정자 가까이에 새가 내려앉도록 하고 돌이와 도깨비는 근처 나무에 새 고삐를 묶고 정자로 걸어갔다. 정자에서 한 사람이 연못 속을 유심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깨비와 돌이가 정자로 올라갔다. 정자에서 연못을 바라보는 사람은 몸에서 빛이 나고 머리에 모자를 쓰고 손에는 버드나무 가지를 들고 있었다. 도깨비와 돌이가 정자에 서있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몸을 돌려 둘을 맞이하였다. 돌이는 순간


‘이 사람은 여자야? 남자야? 왜 여자인 것 같은데 콧수염이 나있지?’


라고 생각했다.


“이제서야 왔군요.”


콧수염이 난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말했다.


“관세음보살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도깨비가 인사를 하며 무릎을 꿇었다. 돌이도 도깨비를 따라 무릎을 꿇었다.


“오느라고 수고가 많았어요. 그런데 어떻하죠? 그대들이 나에게서 찾고 있는 정병을 내가 그만 몇 해 전에 잃어버렸서…….”


관세음보살은 두 사람이 자기를 찾아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이야기를 했다. 정병을 잃어버렸다는 관세음보살의 뜻하지 않은 말에 돌이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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