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방망이
벽돌탑의 도깨비 - 46 <도깨비 방망이>
아궁이에서 도깨비들이 쏟아져 나오자 성수청과 소격서 무리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각양각색의 도술이 오고 가고 칼날이 서로 부딪혔다. 그리고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맹렬한 싸움터 한쪽에서 도깨비를 막아선 무리들이 쓰러졌다. 그러자 그 뒤를 이어 뚱뚱한 사내가 도깨비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도깨비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도깨비 방망이가 뚱뚱한 사내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사내는 칼로 날아드는 방망이를 막았지만 도깨비의 일격에 쓰러졌다. 쓰러진 사내의 눈에는 그 사이 막내가 동종에 부적을 써서 유두를 붙이는 것이 보였다. 뚱뚱한 사내의 입에 미소가 돌았다.
막내는 유두를 붙인 후 깎아 놓은 작은 통나무를 들어 종을 두드리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도깨비는 막내를 막기 위해 도깨비 방망이를 동종을 향해 던졌다. 하지만 이미 종소리가 퍼져나갔다. 종소리와 주문을 귀에 접한 도깨비가 던진 방망이는 막내를 정확히 맞추지 못하고 스치며 임청각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종소리와 주문소리에 맹렬하게 싸움을 하던 도깨비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췄다. 다시 막내가 종을 치며 주문을 외우자 도깨비들은 들고 있던 무기를 땅바닥으로 던졌다. 도깨비와 맞서 싸우던 사람들은 도깨비들의 공격이 갑자기 멈추고 무기까지 버리자 당황하였다. 잠시 후 싸움이 끝났다는 것을 알고 그들은 함성을 질렀다. 긴 수염의 사내는 함성소리를 들으며 쓰러진 뚱뚱한 사내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긴 수염의 사내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다행히 뚱뚱한 사내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벽돌탑 쪽에서는 도망쳤던 나졸들이 돌아와 마을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았다. 긴 수염의 사내와 뚱뚱한 사내가 막내에게로 갔다.
“막내야! 잘 했다.”
“네 오라버니.”
“그래, 이제 여길 정리하고 한양으로 종을 옮겨가자꾸나.”
“그렇게는 아니 될 것 같습니다.”
뚱뚱한 사내의 목소리와 함께 긴 수염의 사내의 몸에 날카로운 것이 들어왔다. 긴 수염의 사내는 고통을 참으며 몸을 틀어 자신의 뒤에 칼을 들고 서있는 뚱뚱한 사내의 어깨를 잡았다. 긴 수염의 사내는 눈을 부라리며 상대를 노려봤다. 그 눈빛에는 당황함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배신에 대한 궁금증이 서려있었다. 그때 다시 또 하나의 칼이 그의 몸에 꽂혔다.
“오라버니 이제 여기서 헤어져야겠네요.”
이번에는 막내의 칼이었다.
“왜?”
긴 수염의 사내는 핏줄이 선 눈으로 둘에게 물었다.
“한양 놈들에게 저 종을 넘겨준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요? 성수청이 다시 궁궐에 생기는 것보다 우린 저 도깨비들을 이용해 절대 권력을 잡겠어요. 이제 편히 저승으로 가세요.”
둘은 긴 수염의 사내에게서 칼을 뽑으며 그를 밀어냈다. 긴 수염의 사내는 맥이 빠진 상태로 털썩 땅바닥에 몸을 부딪쳤다. 그 모습을 본 소격서의 도사들이 당황하고 있었다.
“모두들 들어라. 우리를 따르는 자는 살려줄 것이나 우리를 따르지 않을 자는 이 자리에서 죽여주겠다. 자! 계속 그들의 개로 남을 것이냐? 이제 한양으로 가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공신이 되려는 자는 우리를 따르고 그렇지 않은 자는 여기서 죽여주겠다. 우리를 따르겠느냐?”
뚱뚱한 사내의 말이 끝나자 소격서의 도사들은 무릎을 꿇어 자신들의 의사를 밝혔다. 나졸들은 눈치를 본 뒤 무릎을 꿇었다. 마을 사람들만 사태가 판단이 되지 않아 선채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막내가 다시 종을 치며 주문을 외웠다.
“으악”
풍산아재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분이와 군교의 시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이의 시체는 천을 감은 채 동종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주위 무덤에서 시체들이 기어 나왔다.
“정말 시체까지 조종할 수 있네요. 이제 병력은 무한하군요. 죽은 자들과 전국에 있는 도깨비들을 다 불러낼 수 있으니 이제 우리가 왕이에요. 호호호호”
막내가 뚱뚱한 사내에게 말했다.
“그렇구나. 하하하하. 좋아! 이제 먼저 관아로 가자.”
뚱뚱한 사내가 막내에게 말하자 막내가 다시 동종을 치며 주문을 외웠다. 시체들과 도깨비들이 동종 쪽으로 모여들었다. 행렬은 수레가 앞쪽에 움직이고 도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시체들과 도깨비들이 걸어갔다. 나졸들이 동네사람들을 데리고 그 뒤를 이었다. 그때 돌이가 이서방에게 말했다.
“저 아저씨 아직 살아있는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
“죽은 사람들은 종소리에 조종되는 모양이잖아요. 분이누나도 군교도 종소리를 듣고 움직이는데 저 아저씨는 종소리를 듣고도 움직임이 없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행렬이 얼마 움직이지 않아서 갑자기 산에서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레위에 둘과 소격서 도사들이 꽹과리 소리가 나는 산 위를 쳐다봤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산 위에서는 몰래 뱃사공 처녀가 꽹과리를 치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산위로 집중되어있는 동안 뺑이가 한손에 징채를 들고 도깨비들 다리 사이로 기어서 움직였다. 뺑이는 곧 도깨비를 찾았고 도깨비감투를 도깨비의 허리춤에서 잡아챘다. 그리고 그것을 머리에 덮어썼다. 그 사이 어느 누구도 뺑이를 보지 못했다. 뺑이는 조심조심 도깨비들 사이를 헤치고 수레를 향해 움직였다.
도사 가운데 둘이 활에 살을 메겨 꽹과리 소리가 나는 곳으로 쏘았다. 화살 두 개가 날아가 하나는 나무에 박히고 다른 하나가 뱃사공 처녀가 잡고 있던 꽹과리에 부딪쳤다.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산 아래 도사 가운데 한명이 턱짓을 했고 곧 두 명이 산으로 뛰어올라갔다. 뱃사공 처녀는 그들이 산으로 뛰는 것을 보고 꽹과리를 버리고 산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편 뺑이는 감투를 쓴 채 수레 옆으로 가서 몰래 수레에 올라갔다. 그리고 징채로 동종을 있는 힘을 다해 쳤다. 그러면서 뱃사공 처녀에게 들은 주문을 소리쳤다. 크지 않은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뺑이는 붙여놓은 동종의 유두를 떼고는 재빨리 몸을 웅크렸다. 뺑이는 곧바로 동종 아래로 몸을 굴려 동종 속으로 들어가 숨을 죽였다. 뚱뚱한 사내와 막내의 움직임보다 조금 뺑이가 빨랐다. 하지만 동종 속으로 뚱뚱한 사내의 손이 쑥하고 들어왔다. 뺑이는 곧 그들에게 잡혔다.
“녀석.”
뚱뚱한 사내가 뺑이의 머리에서 도깨비감투를 잡아챘다. 징채와 유두를 양손에 든 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뚱뚱한 사내는 눈을 부라리며 뺑이를 향해 불끈 쥔 주먹을 날렸다. 주먹은 뺑이를 맞추지 못했다. 도깨비가 순간 사내의 움직이는 팔을 잡았다. 뺑이가 친 종소리 덕분에 도깨비들이 조종에서 풀러난 것이다. 하지만 뺑이를 도깨비가 구해내진 못했다. 곧바로 막내의 칼날이 도깨비의 갈비뼈 사이를 파고들어갔다. 뚱뚱한 사내도 반대쪽 손으로 칼을 뽑아 도깨비의 배를 찔렀다. 그리고 사내는 뺑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른 손을 뻗었다. 사내는 겨우 뺑이의 뒷목덜미를 잡았다. 순간 도깨비가 두 팔로 두 사람의 몸을 잡았다. 둘은 도깨비에게서 떨어지려했지만 도깨비의 팔을 뿌리칠 수 없었다. 둘은 눈빛을 교환하고 도깨비의 몸 더 깊이 칼을 찔러 넣었다. 도깨비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뺑이는 사내에게서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쓰며 몸을 앞으로 기우려 걸으려했지만 뚱뚱한 사내는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도사들과 도깨비들은 일순 종소리와 함께 상황이 바뀌어 서로 공격 없이 대치하고 있었다. 도사들과 도깨비들 사이에는 좀 전까지 움직이던 시체들이 모두 쓰러져있었다. 막내의 명령으로 도사들 몇몇이 칼을 뽑아 뺑이를 겨누었다. 하지만 대부분 상황 판단이 명확히 되지 않아 도깨비들을 향해 칼을 들고는 있지만 혼란스러워했다. 그때 뚱뚱한 사내에게 손자가 잡혀있는 것을 본 박노인은 마음이 급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도사들을 이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지금 움직여야해. 저 둘은 역적이야. 나라를 뒤집으려는 소리를 모두들 듣지 않았어. 공격해.”
마을 사람들은 박노인의 말에 정신이 들어 손에 잡히는 것을 들고 뺑이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앞장섰다. 돌이도 사람들을 따라 갔다. 도중에 돌이의 눈에 쓰러져있는 긴 수염의 사내가 보였다. 돌이는 좀 전에 시체들이 움직일 때 긴 수염의 사내가 움직이지 않아 아직 살아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긴 수염의 사내를 흔들었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은 본 막내는 도깨비에게 두 손으로 칼을 밀어 넣던 것을 멈추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두 자루의 기다랗게 원뿔모양으로 날카로운 칼을 뽑아 도깨비의 왼쪽 갈비뼈 사이로 찔러 넣으며 주문을 외웠다. 심장을 찔린 도깨비는 인상을 찌그러뜨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뚱뚱한 사내는 도깨비가 무릎을 꿇자 팔에 힘을 넣어 뺑이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뺑이의 손에서 유두를 빼앗았다. 그리고 칼을 뺑이의 목에 가져갔다. 달려오던 마을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뚱뚱한 사내가 동종에 유두를 다시 부적으로 붙였다. 유두는 다시 동종의 일부로 돌아갔다. 그때 뚱뚱한 사내가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그의 등 뒤에 긴 수염의 사내가 칼을 꽂았던 것이다. 돌이는 쓰러진 긴 수염의 사내에게 남아있는 생명수를 먹었다. 다시 생명수를 마신 긴 수염의 사내는 몸을 날려 뺑이를 잡고 있던 뚱뚱한 사내를 공격한 것이다. 긴 수염의 사내는 곧바로 막내에게 달려들었다. 막내는 도깨비에게 잡혀있어 피하지 못하고 칼을 맞았다. 긴 수염의 사내가 도깨비의 몸에서 칼을 뽑아줬다. 그리고 동종에서 유두를 떼어냈다. 그 모습을 본 돌이가 뺑이에게로 달려갔다.
“빚을 묘하게 갚은 것 같구려. 잠시 기다리시오.”
긴 수염의 사내가 도깨비에게 말을 건넸다. 박노인과 돌이의 부모도 아이들에게로 달려갔다. 긴 수염의 사내는 도사들과 도깨비들에게 외쳤다.
“이제 싸움은 끝났소.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두 역적을 잡았소. 한양에서 이 종을 노리는 무리가 있는 것 같으나 더 이상 이 종이 그들에게 넘어가는 일은 없도록 하겠소. 도깨비들은 더 이상 우리와 싸울 일이 없소. 당신들의 세계로 돌아가시오. 소격서의 도사들도 관아로 먼저 돌아가라. 내가 여기서 마무리하고 돌아가겠다. 죽은 저 둘의 악행으로 선량한 백성들이 모함을 받고 많은 피해를 입었으니 이 또한 바로잡아야할 것 같다. 너희는 저둘의 시체와 종을 가지고 관아로 돌아가도록 해라. 그리고 죽은 둘과 내통한 사또와 육방을 잡아둬라. 알겠느냐?”
“네”
도사들이 일제히 대답을 하고 돌아서 관아로 향했다. 도깨비들은 되살아난 시체들을 다시 무덤에 묻어주고 이쪽 세상으로 넘어올 때 이용한 아궁이를 통해서 저쪽 세상으로 넘어갔다. 피리와 몇몇 도깨비는 뱃사공 처녀와 돌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돌아갔다. 마을 사람들도 돌이네 가족과 뺑이네를 남기고 모두 마을로 돌아갔다.
긴 수염의 사내와 목수가 도깨비의 몸에서 칼을 뽑아냈다. 도깨비는 심장을 다쳐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이제 좀 쉬는 것이 어떨까?”
목수가 도깨비에게 말을 건넸다. 도깨비는 지친 표정으로 누운 채 눈만 껌뻑거렸다.
“동종의 유두도 사람들이 찾을 수 없는 곳에 봉인을 해야겠소. 그럼 저들이 다시 동종의 유두를 찾으러 안동으로 오는 일은 없을 것이오.”
긴 수염의 사내가 돌이네와 뺑이네에게 말했다.
“더 이상 동종의 힘을 빌리는 사람들이 없도록 유두를 봉인하고 마을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모든 죄는 죽은 둘과 도깨비에게 덮어씌우는 것으로 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오. 어떻소?”
모두들 긴 수염의 사내가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도깨비도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작게 움직였다.
“자! 그럼 부탁합시다.”
긴 수염의 사내가 말하자
“알겠소. 도깨비를 벽돌탑으로 옮깁시다.”
사람들은 힘을 합해 도깨비를 벽돌탑으로 옮겼다.
“관세음보살님께서 이 유두의 봉인과 도깨비의 휴식을 미리 준비해두었던 것입니다. 7층전탑 아래 둘을 봉인해두면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의 힘으로 지켜주실 겁니다. 먼 훗날 시대가 이들을 필요로 하면 다시 불러내겠죠. 그럼 인사 나누세요.”
목수의 말이 끝나자 돌이와 뺑이가 도깨비에게 인사를 했다. 둘은 울먹였지만 울음을 터뜨리지는 않았다.
“혹시 아니 다시 만나게 될지. 모든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란다.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고 모험을 즐기던 때를 잊지 마렴.”
도깨비의 인사가 끝나자 목수가 도깨비와 유두를 함께 벽돌탑에 봉인했다. 모두 임청각 쪽으로 걸어갔다. 긴 수염의 사내는 관아에 들러 해야 할 정리가 남아있었다. 그들은 임청각 앞 땅바닥에 꽂혀있는 도깨비 방망이를 발견했다. 미쳐 방망이는 봉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긴 수염의 사내가 땅에 박힌 방망이를 뽑아보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누군가 이 방망이를 얻어 악하게 쓰면 큰일인데.”
긴 수염의 사내의 말에 목수도 입을 보탰다.
“도깨비 방망이에는 신통한 능력이 있으니 그냥 둘 수는 없지요. 하지만 꼼짝을 안하니 어쩐다?”
목수는 자신이 질문을 하고 곧 스스로 답을 했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네. 나무를 심어야겠네요. 이런 집에는 대문앞에 회화나무를 많이 심으니 회화나무를 심으면 되겠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목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이서방이 물었다.
“그러니까 회화나무 속에 숨기겠다는 말인 것 같네.”
박노인이 말하고선 씨익 소리 없이 웃었다.
“회화나무는 웬만해서는 죽지 않은 나무이니 그 속에 방망이를 넣어 놓으면 누가 알겠습니까? 생명도 긴 나무이니 그 방법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알아서 할테니 걱정하시지 마세요.”
목수가 말하자 모두 안심을 하고 헤어졌다. 1519년 임청각이 완성되었다. 그해 겨울 정암 조광조는 하룻밤 사이에 유배 길에 올라 사약을 먹고 죽게 된다. 그 이후 아이들과 긴 수염의 사내는 다시 만날 일이 없었다. 목수는 안동 이곳저곳을 다니며 계속해서 집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