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그냥 두지 않는다

어린 詩 5

by 신정애

아이들은

그냥 두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멀쩡한 연필을 부러뜨리고

가만있는 지우개를 찌르고 자르고 뜯고

책 모서리를 접고, 댈댈 말고

있는 그대로를 참을 수 없어

그냥 두지 않는다.


삐죽이 보이는 서랍 속의 종이조각들

호주머니 속의 비닐 껍질.

친구가 그려준 그림.

색종이로 접은 상자, 팽이, 비행기.

분해하고 끼워 맞추다 망가진 샤프나 볼펜

손가락엔 펜으로 그린 반지.


부수고 뜯고 자르고 붙이고 꼬고

접고 찢고 끼우고 오리고 뭉치고

손이 할 수 있는 것은 다한다.


테이프가 떡칠된 종이 칼.

부러진 자. 말라 붙은 다 쓴 딱풀 통.

가위와 몽당연필, 때 묻은 지우개 조각.

손가락 만한 인형, 붙지 않는 스티커. 나사. 키링고리.

꼬물꼬물 그림 조각. 실이나 끈.

구겨진 포켓몬카드와 어디서 오린 강아지 사진.

접다 만 색종이와 그리다 만 그림 쪼가리들.

클레이로 만든 다리 분실한 사슴벌레와

손톱만 한 딸기나 오렌지.

부러진 초록색 색연필 심, 형광 탱탱볼.

똑딱이, 플라스틱 조각. 다쓴 테이프 심.

가짜 보석반지. 터진 팔찌 구슬, 리본.


주머니 속과 필통, 가방, 서랍 속에는

이 소중한 손때 묻은 물건들이 들어 있다.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계세요!

내일 봐요. 선생님!!

점층으로 높아지는 인사말을 던지고

교실을 튀어 나가 신발 갈아 신는다고 복도에서 북적대다가

깜박 잊어버린 듯 교실 문 잡고 얼굴 내밀며

한 번 더

안녕히 계세요 - 를 외치고

참새 떼처럼 몰려 가고 나면


혼자 남은 나는

하지 마라고 해도 할 수밖에 없는 그 창조의 손이 부러워

몰래 아이들 서랍을 뒤져

시끌시끌한 그 소중한 물건들을 훔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