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무거워하지 않는다

어린 시 6

by 신정애

종업식

책상속도 비우고 사물함도 비우고

교실 뒤 붙였던 그림도 다 뗀다

넓은 초록색 들판 같다.


책상 이름표도 떼고

사물함 이름표도 떼고

이제 이 교실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헤어지기 싫어요. 허리를 감고 매달리고

어젯밤 예쁜 편지지에 정성껏 쓴 편지

하트가 잔뜩 그려진 쪽지.

주머니에서 조몰락거리던 사탕 하나

꼭꼭 눌러 접은 삐뚤빼뚤 색종이 꽃.

작은 팔은 나보다 더 힘껏 나를 안아준다.

몽캉한 아이들 냄새


새 학년 반이 적힌 떨리는 통지표.

희비의 고함 소리, 통제불능의 시간을 끈기 있게 기다려 준다.


줄 서면서 진이 다 빠지는 마지막 단체 사진.

장난치지 말고 앞으로 봐. 얼굴 안 나온다.

하나 둘 셋!


책, 종합장, 크레파스, 색연필, 풀, 가위, 줄넘기

1년을 가방에 구겨 넣고 밀어 넣는다.

서로 내 가방이 더 무겁다 들어보고 난리다.

무거워서 어떻게 매고 가?

무겁지 않아요. 이 정도쯤이야 -

기우뚱거리면서도 큰 소리를 친다.


더 큰 소리로 안녕히 계세요!!

잘 가, 잘 가 - 잘가

새끼 거북이들처럼 아이들은 흩어져 떠나고


복도엔 빈 신발장, 주인 없는 우산하나.

그리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