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살 낸 것들 8
이건 민어 종류일 거야- 민숭하게 생긴 모습도 그렇고 연두뿌여끼리한 색깔도 그렇고 맛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다녀온 지인이 가져온 이 물고기는 그냥 누가 봐도 인상이 너무 순둥 해서 따뜻한 미소가 지어지는 마법의 물고기다.
먼 나라까지 와서 책장에 장식으로 얹혀서 초점 없는 눈만 멍하게 뜨고 있는 게 외로워 보여서 여러 다른 물고기들과 같이 있게도 해주고 구피 몇 마리를 친구로 데려와 작은 어항 속에 같이 넣어주기도 했는데 살랑대는 아기 물고기들이 좋았는지 물속에 있을 때 얼굴이 훨씬 좋아 보였다. 그러다 구피들이 죽어버리고 다시 책장 위 자기 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그때도 별 생각이 없는 듯 살짝 웃고 있었지만 어쩐지 그 미소가 슬퍼 보였다. 그렇게 오래 서재 방 책장 위를 또 지키고 있게 되었다.
책을 찾으러 그 방에 갔다가 먼지를 좀 닦아야겠다 싶었다. 왜 이렇게 먼지는 잘 쌓이는지 열이 나서 조심성을 잃었나? 팔꿈치에 뭔가 부딪히며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투득- 투박한 소리. 헉! 물고기가 꼬리 떼고 생선 구이 손질이 된 듯 토막이 나 있었다. 지체하지 않고 깨진 조각을 주워서 바로 응급 처치- 순간접착제를 믿고 붙였다. 수술 자국이 조금 진하게 꼬리에 남았지만 물고기로서의 형태를 유지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여 다행이었다.
물고기가 돌인데도 깨진 것도 놀랍고 붙인 꼬리를 달고서도 여전히 웃고만 있는데 저게 진짜 웃 음인지도 걱정이 되었다. 공허한 눈빛, 혹시 너무 외로워서 기회를 엿보다 투신한 것은 아닐까? 순하다고 늘 웃고 있다고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를 옆에 같이 있게 뒀다. 마음이 조금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