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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Aug 05. 2024

기타를 치다

내가 박살 낸 것들 9

 

운 좋게 내가 근무한 학교에 음악에도 조예가 깊으시고 평생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신 나이가 지긋한 선생님이 전근을 오시면서 교사 기타 동아리가 생겼다. 나는 얼씨구나 하고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기타를 배우게 되었다.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기타 교실도 무료로 여셨는데 둘째가 초등 2학년이라 같이 배우게 되었다. 


사실 둘째도 나도 음감이라고는 없어서 악보를 봐야 연주가 가능한 귀를 가지고 있는데도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은 있어서 – 기타를 2개 구입했다.  연습용이라도 싼 것보다는 비싼 것이 소리가 좋다고 해서 돈을 좀 들여서 주문 제작을 했다.

    

아내와 딸이 기타를 배우는 게 좋았던, 음악을 아주 사랑하는 남편은 멋진 보면대도 사주며 우리를 응원해 줬다. 아름다운? 기타 소리가 들리는 것은 뭔가 괜찮은 집 같다. 확실히. 정말 재미있기도 하고 어떨 땐 너무 하기 싫었지만 억지로라도 하다 보니 여느 동아리가 그렇듯 몇 번의 정기연주회도 했다. 그러다 선생님도 나도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면서 헤어져 레슨도 빠지게 되고 열정도 식어서 점점 뜸하다 결국 중단되고 말았다.  

 갑자기 최근에 남편이 기타나 한 번 쳐볼까 하고 먼지 쌓인 기타를 꺼냈다. 이리저리 먼지를 닦다가 '아이고' 소리에 줄이 끊어졌나 했는데 기타가 여기저기 깨진 것을 보고 놀란 거였다.

지금 보니 새삼 진짜 기타를 뭘로 친 것 같이 깨져 있다. 내가 봐도 심하다. 뭐라도 조심히 섬세하게 다루는 남편 앞에서 별로 할 말이 없어진 나는 더 깨진 데가 없나 살피는 남편을 눈치를 보고 있었다.

  

며칠 전에도 남편이 기타를 치다가 느닷없이 '아, 여기가 깨져서 소리가...' 이러더니 기타를 구입한 곳으로 보내서 수리를 하면 어떨까 하는 말을 해서 당황했다. "지금? 거의 20년이 지났는데?  소리가 안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두자, 너무 오래됐어. 그 집이 없어졌을 수도 있고- " 

남편과 얼굴 안 마주치려고 얼른 나왔다. 

'진짜 언제 어떻게 깼는지 기억도 안 난다. 교실에 책상이 좀 많으냐 의자는 두 배로 많다고. 성질 급하고 조심성 없는 내가 이 큰 기타를 들고 여기저기 부딪힌 게 한두 번일까?  뭐 내가 문제가 있기는 하다. 그건 인정.

그런데 쯧, 어쩌라고 -' 

 "악기는 소중히 다루어야 하는 거지 " 영혼 없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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