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살 낸 것들 7
방이나 거실 바닥에는 웬 머리카락이 그리 많은지. 청소기를 돌려도 금방 또 먼지나 자잘한 찌꺼기들이 생긴다. 이런 건 나만 보이나? 텔레비전 보면서도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나는 줍고 쓸고 한다.
거실 바닥에서 그림 그릴 때는 지우개가루가 많이 나왔다. 손바닥으로 쓸어 모아 핸드 청소기를 쓰기도 하지만 앉아서 빗자루로 쓸어 담았는데 빗자루가 너무 커서 불편했다. 그래도 뭐 문제 될 거까지는 아니었다. 그런 나를 지켜본 남편은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사주고 싶었나 보다.
어느 날 당신에게 딱 맞는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찾았다면서 해외 사이트에 올려진 사진을 보여줬다. 얼마나 실용적 일지는 모르겠지만 예쁜 것은 확실했다. 그렇게 나무 손잡이에 황동으로 만들어진 작품 같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지게 되었다. 남자 어른 손바닥만 해서 지우개 가루나 앉은자리에서 보이는 작은 먼지나 찌꺼기를 쓸어 담기에 딱 좋았고 그냥 둬도 예뻤다. 사람들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보면 웃었다. 귀엽다고. 빗자루와 쓰레받기는 용도 외의 역할까지도 해주는 기특한 나의 조력자였다.
그러나 이 작은 행복도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떨어뜨렸는지 쳤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하여간 쓰레받기의 손잡이가 똑 떨어져 버렸다. 이건 내가 본드로 수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남편에게 보여주기가 미안했다. 어쩔 수 없이 부러진 쓰레받기와 빗자루는 같이 비닐봉지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고쳐야지 하면서도 눈에 안 보이니 해를 넘기고 있다. 잊히고 있다.
짝으로 된 물건들은 한쪽이 고장이 나 못 쓰게 되면 다른 한쪽이 멀쩡해도 같이 버리거나 안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쓰레받기 손잡이를 빨리 고쳐서 쓸고 담고, 쓸고 담고 합을 맞추며 신나게 살도록 해줘야겠다. 사람도 물건도, 낡고 고장 나도 서로 수리해 가며 같이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