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살 낸 물건들 6
예쁜 귀걸이들은 대부분 다 귀 뚫은 귀걸이다. 장신구를 좋아해서 화려한 액세서리 가게 앞을 지나면 홀린 듯 들어가지만 맘에 드는 예쁜 귀걸이가 있어도 귀 뚫은 거라 그저 몇 번 대보고 만지작거리다가 내려놓고 만다.
어떨 때는 곧 귀를 뚫어서 해야지 하고 살 때도 있다. 그건 옷이 좀 작은데도 너무 예뻐서 살 빼서 입어야지 하고 사는 것과 비슷하다. 귀를 뚫지 않은 예쁜 귀걸이가 옛날에는 많았는데 요즘은 점점 없다.
그런 귀를 뚫지 않은 나에게 딱 맞는 귀걸이가 있었다. 둥근 볼륨감의 세련된 디자인과 은색 컬러의 조금 큰 귀걸이인데 심플한 디자인이 검은 옷이나 정장을 입을 때 이 귀걸이를 하면 전체적으로 스타일을 근사하게 완성시켜줘서 아끼는 것이었다. 좋아했지만 화려한 옷을 즐겨 입어 자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이 귀걸이를 선택한 그날 아침이 이 귀걸이와의 인연이 일단락되는 운명적인 날이었다. 과도하게 집게를 벌리다가 스프링이 넘어버린 거다. 조심성이 없는 내 탓도 있지만 내 귓불이 그렇게 두꺼운 것도 아닌데, 처음부터 쉽게 벌어지고 닫히지 않아 착용이 어려웠던 것도 있었어라고 해도 위로가 안되었다.
못 쓰게 된 것은 한 동안 가지고 있다가 버렸고, 한쪽만 하는 귀걸이도 괜찮으니까 하고 꼭 어디엔가 쓰일 것 같은 믿음으로 남은 하나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보일 때마다 한 번씩 귀에 대 보는 것 말고는 딱히 쓸데도 없다. 어딘가 언젠가 기막히게 딱 맞게 쓸 거 같은 기대의 물건들이 하나둘씩 쌓여 잡동사니가 되어간다.
' 흠, 목걸이 펜던트로 써 볼까?' 리폼의 잔머리가 굴러간다. 절대 못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