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가 쉽지 않다면,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사유를 만들자
지난 글("생일 앞에서 멈춘 퇴사의 시간")에서 퇴사를 고민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었는데, 벌써 그 글을 쓴 지 7개월이 지났다니. 반년이 넘도록 새 글을 올리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게을러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단순히 한 방에 모든 걸 밀어낼 결정타가 필요했는데, 그걸 몇 달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와 얼굴 붉히지 않고 서로 축복하며 작별하려면, 적절한 퇴사 사유, 즉 "변명"이 필요했다. 지난 10월 글을 쓰면서 그 고민을 시작했고, 다행히도 완벽한 "변명"을 찾아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제,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잠깐 멈췄던 브런치스토리 글쓰기를 다시 시작할 이유가 생겼다. 그 건 바로 한국에서 full-time MBA를 이제 곧 시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1년 1개월 전 브런치 작가신청에 성공하면서 내가 연이어 올렸던 글 두 편은 거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사랑고백"에 가까웠다. "2030년에는 한국에 정착할 수 있겠지?", "[왜] [나중에] [한국]에 정착하려고 하는가". 어쩌면 누군가는 내가 집에 틀어박혀 매일 한국 이민만 꿈꾸는 사람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2024년 12월 전까지 내가 실제로 한 일이라고는 부산 여행과 F4비자 신청 정도였다 (참고: "한국 F4비자 닷새 만에 성공").
당시엔 2030년쯤 한국에 가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당장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지금 상하이에서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굳이 급하게 고생을 자처할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던 중, 어쩌면 당연한 듯한 승진 실패를 겪었고, 당장 이직할 만한 기회가 전혀 보이지 않는 중국의 채용시장을 지켜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더 큰 문제는 상사께서 내가 좋아할 만한 빛깔 번쩍한 내부 파트타임 프로젝트들을 소개해주시는 바람에 "싫어요 전 퇴사하고 백수가 될래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국 본업과 프로젝트들을 병행하면서, 어떻게 해야 누구에게도 피해 없이 퇴사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굴리다 보니 12월, 아니 이건 MBA 신청준비 최적의 타이밍이 아닌가?!
미국 MBA는 엄청난 비용 때문에 처음부터 제외했고, 유럽은 이미 익숙해 굳이 다시 공부하러 가고 싶진 않았다. 영어로 수업을 듣되, 한국 정착에도 도움이 될 만한 MBA를 찾다가 자연스럽게 한국 대학들에 눈이 갔다.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들만 골라 모집 요강을 살펴보니, GMAT은 필수사항이 아니었고, IELTS 성적만 있으면 지원 가능했다. 심지어 학비도 중국 top MBA들보다는 많이 저렴한 편이었다. 자료 준비 과정이 번거롭긴 했지만, 시간 혹은 돈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였기에 큰 스트레스 없이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준비하는 과정, 기다리는 과정 모두 생략하고 결과만 말하자면:
지원 1곳 -> 합격 1곳
7월 입학
아쉽게도 장학금은 없음 (스펙이 모자랐던 거겠지, 일단 합격한 거에 감사하자!)
그 사이 회사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고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지만), 어찌 됐건 퇴사 과정은 MBA offer라는 반박 불가능한 사유 덕분에 모두의 축복 속에 진행되고 있다.
퇴사 당일엔 눈물 콧물 쥐어짜며 작별하게 되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나 자신에게 참 고맙다.
앞으로 마주할 시련은 잠시 미뤄두고, 지금은 그냥 둠칫둠칫 춤이나 춰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