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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가 Jun 21. 2021

회상_ "그땐 그랬지~"

엄마는 어땠을까?

"엄마~ 소윤이 아기 사진 보여주세요~"

기어 다니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며 재미있는지 영상 속에 흠뻑 빠졌다.

"와아~ 귀여워!! 만져보고 싶다~"  

깔깔깔 웃으며 한참을 보다가 내게 물었다.

"엄마~ 저기에 있는 아기 소윤이가 귀여워요? 여기 있는 소윤이가 귀여워요??"

"아기 때의 소윤이도 귀엽지만, 엄마는 지금 소윤이가 더 귀엽고 사랑스러워~"

아이는 엄마의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나를 꼭 끌어안으며, 환하게 웃었다.


이럴 때 보면 아이의 모습을 담아두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엄마가 말로 설명해주는 것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자신이 어떤 과정으로 성장했는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나의 휴대폰은 한 몸과 같았다.

아이의 손짓, 발짓 모든 행동의 순간들을 놓칠세라 쉴 틈 없이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두기 바빴다.

시간이 지나면 이 순간은 모두 사라지고 기억도 희미해질 테니 지금 이 순간을 간직하고 싶었다.

경이로움과 기쁨, 호기심, 슬픔, 배고픔 등..

아이는 항상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온갖 저지레를 할 때도, 한 걸음씩 발을 뗄 때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해맑게 웃으며 나를 보았다. 아이의 표정은 너무나도 맑았다.

가끔씩 아이에게 들려주는 나의 음성은 온화하고 평온했다.

그런 느낌을 아이는 좋은 걸까? 웬만한 만화보다도 자신의 모습을 더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복잡한 감정에 사무치게 된다.


사실, 나는 아이의 어린 시절의 모습들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영상 속의 아이는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이의 모습이 보기 싫은 것이 아니라 그때의 감정들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기억들이 함께 떠올라 나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훗날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내가 할머니가 되어있다면

"맞아. 그땐 그랬지~" 하며 따뜻한 휴먼다큐처럼 추억을 떠올리며 뭉클한 감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이를 볼 때마다 화면 속에는 없지만 아이를 찍고 있는 내가 보이는 듯했다.

수유복에 대충 묶은 머리카락, 눈곱만 떼어낸 푸석푸석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내 모습.

눕혀두기만 하면 울며 보채는 아이, 잠시라도 내 몸에서 떼어 낼 수 없었던 아이.

아이와 24시간 한 몸으로 붙어 지냈던 그 시절.

문장력은 짧아지고 의성어 의태어로 아이처럼 옹알이하던 그 시절.

어른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없었던 그 시절.

잠이 부족해 수유하며 잠든 아이를 배 위에 눕혀 함께 쪽잠을 자던 그 시절.

방안에 어둠이 밀려와도, 끼니를 놓쳐도 챙겨주는 이 없이 배고픔을 홀로 버텨내야 했던 그 시절.    


그때 나는 너무나 힘들었다.

매일 홀로 외로움을 견뎌내며 아이와 단 둘이 지냈던 나날들. 

'엄마'는 처음인지라 아이의 탄생순간부터 나의 생체리듬은 아이의 리듬에 맞추느라 육체적으로 몹시 지쳐있었다.

하지만, 육체적보다 더 견딜수 없었던 것은 심리적인 공허함이었다.

고독하고 외로운 시간들을 내편의 품에서 절실하게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었던 그 시절,  

내편은 내 곁에 없었다.


나는 화면의 영상을 끄면서 과거로 향하는 마음 속의 문도 함께 닫아버렸다.


엄마는 어땠을까? 엄마가 생각이 났다.

엄마는 나의 어린 시절의 앨범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

나의 유년시절 엄마는 어떤 시절을 보냈을까?

이제야 엄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도 나처럼 외로웠을까? 엄마는 힘든시기를 어떻게 버텨내었을까?

엄마도 앨범 속의 어린 딸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볼 때면,

나처럼 그때 그 시절들과 복잡한 감정이 떠오를까?


엄마가 되고보니 더욱더 엄마가 그리워진다.

엄마의 삶이 궁금해진다.




* 이미지 출처_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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