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작가 Aug 08. 2020

타인의 시선에 비친 내 모습이 진짜일까?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

나는 이런 사람이야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네요~^^"  "어쩜~원래 나이보다 5살은 어려 보이는데요?"

"애엄마라고 얘기 안 하면 모르겠어요~" "학창 시절에 왠지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었을 것 같아요~"

"선한 이미지가 말썽 한번 부리지 않고 착하게 컸을 것 같네요"


웃는 모습이 아주 예쁜 공부 잘하고 말썽 부리지 않는 반듯한 모범생 스타일.

이것이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비치는 나의 겉모습이다.


시간이 지나 관계를 맺고 나를 알아가기 시작한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 평가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이해해줄 수 있어요? 나 같으면 벌써 싸우고도 남았을 거예요."

"나는 같은 상황이라도 너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넌 어떻게 그렇게 차분할 수가 있어?

너랑 이야기할 때면 내가 너를 통해 배우게 되는 것 같아"


때론 신랑 지인들은 나의 평가를 신랑을 통해 이렇게 전한다고 한다.

"야 인마! 너 와이프한테 잘해~! 너희 와이프 같은 사람 없어! 매일 술을 마시고 늦게까지 밖에 있는데도 전화 한 통 안 한단 말이야? 우리 와이프는 벌써 몇 번이나 전화 와서 빨리 와라.. 잔소리인데.. 너 와이프 잘 만났다 야~~"

"와이프가 너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믿어주다니~ 귀인을 만났네! "


그들에게 비친 나의 내면적인 모습은 배려심과 이해심이 많은 긍정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거울 속에 비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얼굴의 표정, 잡티, 목선, 체형 등 체가 있는 나의 겉모습은 무엇이 진실인지 나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는다. 거울을 통해 볼 수 없는 것은 나의 진정한 모습 즉 내면의 모습인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비친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이 착하다고 하면 나는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면 나는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살아가고 그 이미지에 맞게 더욱더 행동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정말 그것이 나의 진정한 모습이며 내면의 모습인 걸까?


나도 얼마 전까지는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타인의 평가에서 맞춰진 나의 모습이 진정한 내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들이 보는 나의 이미지는 진실이 아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일이 찾아가서 그들의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을 바로 잡으며 '사실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애써 설명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들의 편견 하나!

모범생 이미지였던 학창 시절에는 일탈을 꿈꾸는 호기심 많은 학생이었다.

한 번씩 선생님께 아프다는 핑계로 자율학습을 땡땡이치고 친구와 놀러 다니는 학생이었고,

얌전해 보이지만 대중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가슴속에 내재되어 있는 학생이었다.

사물놀이 공연을 할 때도, 작은 파티에 사회를 맡은 것도, 인터넷 음악방송 cj를 했던 것도.(한때 온라인 음악방송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다.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학생이었다.


그들의 편견 둘!

어느 날,  '경청'이라는 책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을 택했던 것 같다.

들어주는 게 익숙해지다 보니 나보다는 점점 타인의 중심에 맞춰 행동하게 되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렇게 나는 타인에게서 배려와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타인들은 그들의 어떠한 행동들에도 당연히 내가 이해하며 받아들일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들의 착각이 낳은 행동으로 인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자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나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은,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갈등보다는 안전함을 추구했었던 것이다.

어쩌면 안전과 편안함을 가장한 갈등 회피였을뿐 나의 내면에서는 혼자서 갈등을 삼키고 있었다.

나를 착각하는 그들에게 당연하지 않음을 외치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타인은 나의 낯선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을 때 비로소 외부적인 문제와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타인의 시선에 비친 거울은 진짜 내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이 착각하며 만들어낸 나의 모습에 진짜가 되기 위해 애쓰며 살지 말자.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오래도록 먹으면 탈이 나듯이,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다 보면 진짜 내면의 나와 충돌이 일어나 더욱더 나를 괴롭히게 될지도 모른다.  

타인의 거울이 아닌 나 자신의 내면의 거울을 바라보며 진정한 나다움을 찾길 바란다.

나는 나답게 살아야 한다.

내 목소리를 내고, 내 모습을 드러내며 타인의 시선에 머문 조연이 아닌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