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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r united Apr 11. 2018

“Trans-mission : 이석에서 귓바퀴로”   

오톨리스 그룹에 관한 리서치 프로포절

연구제안(research proposal) [1] 

  

  

“Trans-mission : 이석에서 귓바퀴로 

 - 리서치에서 프로덕션으로의 이행  



    

문제의식 

본 전시에 오톨리스 그룹의 작업을 초대한 나는 초청작인 < In the year of the Quiet Sun>의 엔딩 크레딧에 소개된 다국적 프로덕션과 아카이브 제공기관에 대한 정보를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이미 여러 차례 전시를 통해 소개된 작품이니만큼 필름에 관한 비평적 분석, 즉 냉전시기 태양탐사 리서치를 기념하는 우표발행의 정치학과 판아프리카니즘(Pan-Africanism)과 트리 컨티넨탈리즘(Tri Continentalism)의 이슈에 대한 시청각적 서사의 방식, 각각 가나와 인도의 가계도에서 파생되는 개인의 기억을 인류사적 서사로 전환시키는 코도 에슌과 안잘리카 사가의 리서치가 가진 탁월함에 대해서, 나로서는 기존의 유려한 텍스트에 덧댈 주석조차 쓰기 힘들다.  


The Otolith Group, In the Year of the Quiet Sun, 2013 (film still). (c) The Otolith Group


연구자로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그들의 아티스틱 리서치가 문화적 프로덕션으로 이행되는 과정에 있다. 

엔딩 크레딧을 잠시 정지시켜 놓고 보면, 베를린 소재의 세계문화의 집(Haus der Kulturen der Welt)[2]

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 카스코(CASCO)[3], 노르웨이의 베르겐 쿤스트할(Bergen Kunsthall)

이 공동으로 커미션 진행을 했고, 오톨리스 그룹의 웹 페이지 상의 정보에 따르면 한국의 아트선재가 협력, 

몬드리안 재단이 돈줄을 댔다. 


그리고 아마도 그 배후에 오톨리스 멤버들의 모국 기관인 영국의 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 

더 넓게는 EU(European Union) 문화프로그램이라는 거대 우산이 씌워져 있음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오톨리스 그룹의 필름 프로덕션에 연계된 저명한 아티스트들과 기술적 협력자들, 이미 세계적 큐레이터 반열에 오른 기획자들의 이름으로 수 놓인 크레딧을 통해 이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방으로 교직된 국제 미술계의 인맥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  

삼십여분 남짓의 이 짤막한 에세이 필름은 오톨리스 그룹이 가진 광대한 지적 관심사와 아티스틱 리서치 공력이 빛을 발한 결정체다. 그러나 한 개인의 관심사에서 비롯된 연구물이 공공의 가치를 획득한 문화적 프로덕션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차원의 문화정책과 범 유럽적 연구공조, 예술창작 기금이 모이고 흩어지는 예술 씬의 특수한 모의가 필요하다. 또한 작가 차원의 편집증적인 이미지 수집에서 나아가 공공 아카이브의 원활한 사용권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개인 예술가의 열정이나 부지런함 이상으로, 공동 프로덕션에 대한 경험적 축적과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리라는 가늠 또한 해보게 된다. 


  

연구문제 

내이 안의 평형기관인 ‘이석’임을 자임하는 오톨리스 그룹의 작업이 개인의 리서치를 뚫고 나와 공공의 시각문화 유산으로 발전되는 과정을 추적해 보는 일은 조사연구 기반의 작업이 생성될 수 있는 전제조건과 최근 미술계의 중요한 판도를 더듬어 보는 일이기도 하다. 대규모 장기-협력 미션을 창출하고 움직여 나가는 국제적 비엔날레와 미술기관, 영향력 있는 스타 큐레이터의 공조 바깥에서, 자율적 문제의식이 공공의 시각문화로 이행 /전송trans-mission 되는 과정과 실제 가능성을 이 작업을 통해서 새삼 고민해 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문제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접근해 보고자 한다.  


1. 각국 예술 기관사이의 공조 체계와 협력 배경, 정책적 지원 등을 추적하여 다이어그램으로 구성해 보고, 부족한 부분은 문헌연구와 관계자 서신교환을 통해 사실 확인, 보완해 나감.  

2. 단순한 사실 관계 확인에 그치지 않고, 작업 프로덕션을 둘러싸고 있는 양가적 소회들: 긍정적으로는 예술 프로덕션의 사회문화적 기여와 학계의 연구방식과는 차별되는 독창적 연구와 수용에 대한 평가, 부정적으로는 엘리트적 예술관계망에서 파생되는 지식권력, 이를 뒷받침하는 비가시적 예술 카르텔에 대한 해부, 그리고 (국내환경에서) 리서치 감각의 총체적 상실과 협력 부재 현상에 대해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객관화된 시선으로 서술할 것.   

  

키워드: 예술적 연구, 문화 생산, 공동 커미션 작업, 예술기금과 문화협력  

Key words: artistic research, cultural production, co-commissioned work, arts funding & cultural partnership 


  

Abstract 

  

The Otolith Group appoints themselves as the “otoliths”, the stones inside the inner ear used for sensing balance. Tracking the development trajectory of their work, which initiated as personal research to become public visual cultural heritage is equivalent to grazing through the prerequisites to the creation of research-based artwork as well as the significant currents of the art world. Having seen this project, I find myself pondering upon the process of independent critical deliberation, transforming and transmitting into public visual culture and its practical possibilities, without the cooperation of the international biennales, art institutions, and influential star curators who generate and put to action the large scale, long term co- commission works. 


Therefore, the following issues will be dealt with in more depth: 


1. The cooperation system, background, political support and such are tracked and recorded in diagram form, and any areas lacking in substance will be supplemented through literature based research, and corresponding with the related personnel by writing back and forth. 


2. However research will go beyond simple fact confirmation, to objectively depict the ambivalent thoughts surrounding artwork production including: positive elements such as assessment on the socio-cultural contribution through art production, and the unique approach and reception of the artists’ research that is set apart from the academic research methodologies; negative elements such as knowledge-based power that branches from a network of art world elites – supported by the unwitting but unmistakably existent art cartel that is met with resentment; and the despair welling from a complete loss of research sense (in the Korean context), and the absence of any support. 


 

 --

        

[1]

연구제안서 작성_ 조주리

리서치, 리:리서치 전시의 기획자이자 연구자, 이십대에 심리학과 미술사를 공부하였고, 삼십대에는 문화정책과 디자인역사문화를 공부했다. 대체로 상황에 맞게 아이덴티티를 변경하면서 일을 공부처럼, 공부를 일처럼 하고 지낸다. 


[2]

베를린 세계문화의 집은세계문화예술을 독일 내에 소개하는 역할을 맡는 중추적 예술 기관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문화를 다룬 문화 프로그램을 생산해 나가고 있다. 시각예술과 필름 분과의 책임 큐레이터인 안젤름 프랑케(Anselm Franke)가 이곳을 주축으로 하여 각국의 예술기관과 협력하여 다양한 지식생산형 전시와 커미션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www.hkw.de


[3] 카스코(CASCO-Office for Art, Design and Theory)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 위치한 '예술,  디자인 그리고 이론을 위한' 공간으로, 이론과 실천을 넘나드는 전시, 출판, 토론, 워크샵, 퍼포먼스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디렉터인 최빛나를 중심으로 <대가사혁명> (The Grand Domestic Revolution) 

프로젝트 등 공동 연구와 출판, 전시가 연계된 프로그램들을 생산해 왔다. http://cascoproject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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