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 개원 1주년 기념특별전
아세안과 한국의 옷, 빛과 색으로 지은 시
아세안문화원 개원 1주년을 맞아 준비한 <아세안과 한국의 옷, 빛과 색으로 지은 시>는
‘빛과 색’으로 지어 올린 ‘시’로 수사되는 아세안과 우리 복식의 면면을 통해 복식과 직물에 담긴 다양한 해석과 감성을 이끌어 내고, 복식 너머 문화적 지평을 넓히고자 기획되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인 르네 살루드(Renee Salud)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속한 여러 국가로부터 기증받은 전통 직물을 창조적으로 활용하여 디자인한 일련의 컬렉션 가운데 아세안 지역과 한국의 의상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소개한다. 각국을 대표하는 전통 직물들은 장인의 손끝에서 조응하며 새로운 실루엣과 미감으로 번역되고, 창안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선별된 복식들은 물론 패션쇼 영상, 아카이브와 무빙 이미지, 직물과 조명으로 구성된 설치작업 등을 병치하여 본 컬렉션의 전개 과정을 보다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이와 함께 한국 전통의 유려한 선과 섬세한 질감, 고운 색감과 같은 기본 요소들로부터 출발했지만, 전통의 현대적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 오뜨 꾸뛰르 패션이 지향하는 장인정신과 새로운 방법론, 국제적 감각을 절묘하게 녹여내는 한국 젊은 디자이너 이진윤의 의상들과 전통 직물들을 거울상처럼 마주하게 한다.
아세안 복식을 이해하는 데 있어 특유의 화려한 색감, 옷의 하부 구성과 착장 방식, 우리의 옷과는 상이하게 적용된 비율과 여밈, 레이어 방식 등은 모두 흥미로운 영감을 제공하는 출발점들이다. 그러나 아세안의 지역성, 전통과 현대의 시간성, 복식이라는 문화사적 영역. 이 세 가지 모두는 수천 년에 걸쳐 재구성된 개념이며, 끊임없이 변동하는 제작, 소비 환경 속에 놓여있다. 따라서 전시에서 박제된 전통으로써, 혹은 현대적으로 구성된 패션 - 스펙터클로만 아세안의 옷에 접근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이에 아세안 지역에서 생산되어 온 화려한 직물의 표면에 아로새겨진 문양과 기하학적 질서에 내재된 도상적 의미로 진입하며, 비가시적 역사성, 그리고 지금의 일상 문화에 맞닿고자 한다.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실과 천, 옷을 지어내는 수공예적 전통과 공동 노동의 역사, 무명의 창조성, 여러 단계의 문화적 변용을 거친 옷의 존재론적 가치는 이번 전시를 의미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오늘날 디자이너의 모습으로 현현한 현대적 장인들의 직관과 해석, 무엇보다 그들의 손끝에서 이어지는 이미지의 계보와 유산이 흩어지고 모이는 지점들을 따라가며, 새로운 질문들을 던지는 계기로써 전시를 준비한다.
Revisit, 즉 재-방문, 재-해석, 재-상상을 하는 과정은 기존의 컬렉션을 초대하여 동일하게 연출하는 책무에서 벗어나, 이후의 전시로 여정을 이어지게 하는 문화적 생산의 기본적 조건이 된다. 옷감의 표면과 이면, 옷 만들기의 역사, 입혀지고 놓이는 방식에서의 과감한 시도, 생산자의 의도와 해석을 잠재적 수용자인 현장의 관람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다층적 장치를 마련한다. 그렇게 옷이 ‘놓이고 걸려있는’ 무대 위에서 관람객들은 옷이 ‘해석되고’, ‘지어지는’ 과정을 상상하게 하는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찬란한 대기의 빛과 대지의 열기가 스며든 색채의 충만함 속으로.
The Colors of Asia, Revisited - The Case of ASEAN and Korea exhibition celebrates the first anniversary of the opening of ASEAN Culture House. Costumes from the ASEAN region and Korea will be displayed as “poems” composed of “lights and colors,” inspiring multi-layered interpretations and sentiments related to the history of costumes and textiles. By doing so, the exhibition aims to broaden cultural horizons beyond costumes.
Renee Salud, one of the most famous fashion designers of the Philippines, created his collection with traditional textiles donated from different countries in the Asia-Pacific region. This exhibition predominantly presents those costumes of his collection that were made with textiles from the ASEAN region and Korea. The traditional textiles that represent each country are reinterpreted and reinvented in the hands of skilled designers into new silhouettes and aesthetics.
We do not only exhibit carefully selected costumes, but along with them, we also display a video from a fashion show, archives, moving images and installations of textiles and lights to vividly convey the creation of this collection.
In addition, the exhibition presents Korean designer Lee Jean Youn’s costumes and traditional textiles which started from basic elements, such as elegant lines, delicate textures and fine colors. Not satisfied with a mere reproduction of the past in modern times, he combines in them the new craftsmanship and methodology of contemporary haute couture fashion and international taste.
By exploring ASEAN costumes, their splendid colors, composition, and mode of wearing, the different proportions and styles compared to Korean clothing, as well as the layered approach are all providing interesting insights to us. However, the cultural history of the ASEAN region, its traditions and modernity, and its costumes – these three concepts have been consistently restructured over thousands of years, and are open to endless changes in production and consumption.
Accordingly, this exhibition will ask new questions by following the intuition and interpretation of modern day artisans who are present in the form of designers, and tracing the points where the pedigree and heritage of images gather and scatter in their hands.
Revisit, that is, the process of re-visiting, re-interpreting and re-imagining, does not require the existing collection to be displayed in the same way, but rather, becomes the most basic condition of cultural production that continues the journey of the exhibition. The surfaces and the undersides of fabrics, the history of making clothes, and the daring ways in which they were created all provide multi-layered devices to convey the intentions and interpretations of the producers to the audiences who are potential consumers. On the stage where the clothes are placed and hung, the audience enters into a space where they can imagine how the clothes were interpreted and made. They enter into the fullness of the colors that permeate the glow of the air and the heat of the ea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