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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펀 천사의 비밀(Orphan.2009)

by 이자성

Prologue.

감상할 영화를 고르고자 할 때, 주류 유튜브 영화매니아들을 통해 정보를 얻으며 선택하고 있다. 누구나 다 알거나 그럴듯하다고 여기는 영화들은 모조리 봐왔기에, 매니아들에게서 들려올 수 있는 훌륭한 영화들을 추천받아서 고르곤 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영화 리뷰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는 한국영화의 어그로성 포스터와 작명에 대해 비판하며 수 많은 영화 사례를 들었는데 그 중 '오펀(orphan)'이 사례로 들려졌다.


"포스터와 소제목이 유치해서 그렇지, 나름 반전있는 영화라고"


솔직히 나도 이 이 영화를 포스터로 이미 본 적 있다. 그러나 소녀의 얼굴 하나와 '천사의 비밀' 이라는 원제에도 없는 소제목을 갖다 놓으며, 유치하기 짝이 없는 판타지물을 연상케해 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스토리를 찾아보면 풀릴 오해였지만 그 당시의 나는 포스터로 영감을 얻어야 스토리를 찾아보고 감상에 들어가는 전형적인 겉치레 영화쟁이였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감상을 하게 되었는데, 영화의 충격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임산부가 힘겹게 몸을 이끌고 출산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끊임없는 진통은 하혈로 이어진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그 누구도 다급해하지않으며, 냉정하다. 오히려 뱃 속의 태아가 죽었다며 감정없이 꺼내려한다. 수술실은 피로 흥건하고, 피에 젖어있는 죽어있는 아이를 뱃 속에서 꺼내 올린다. 끔찍하다. 그러나 다행히도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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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케이트의 끔찍한 악몽이다. 셋째를 유산한 그녀는 트라우마로 인해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이에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었던 그녀는 고아원에서 입양을 결심한다. 남편과 함께 찾은 고아원에서는 아이들의 파티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홀로 2층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소녀 '에스더'를 발견한다. 또래에 비해 차분하며, 어른스러운 모습에 부모는 에스더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고, '에스더'를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에스더'를 입양한 후부터 집안의 불행은 시작되었고, 나의 불편함도 시작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불편할 때가 있었을까. '에스더'의 모습은 도저히 어린 나이의 아이가 할 수 없는 비열함과 폭력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둘기를 돌로 찍어죽이고, 자신을 괴롭히는 또래 학생을 높은 곳에서 밀어버리고, 자신이 있던 고아원의 원장 수녀를 살해하기도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폭력적인 행동양상을 띈다. 그리고 더 없이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갖은 거짓말과 이간질을 통해 자신의 입양 부모인 '케이트'와 '존'을 갈등을 일으키게 만들고, 에스더 자신은 존과의 신뢰관계와 유대를 쌓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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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잡을 수 없으며 충격적인 '에스더'의 행동은 나를 극도로 불편하게 했다. 무근본, 무명분인 초등학생의 폭력사태에 도대체 자신을 입양해준 부모가 뭐가 미워서 대체 저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 생각까지 했냐면 '범죄도시'의 '장쳰'에게 '얘는 그냥 이유없이 인간말종도끼중독자'로 단순 극의 진행을 위해 당위성 없이 캐릭터를 씌운 것처럼, 극의 재미를 위해 형성된 단순 캐릭터인건가? 라는 의문조차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 영화는 반전영화였다. 나는 충분히 영화에 녹아들었었고, 그 때문에 반전은 더욱 내게 치명타를 날렸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모든 불편함과 의문투성이들이 한 방에 해결되며, '에스더'의 비밀 폭로와 비슷한 시점에서 공개되는 그녀의 불꺼진 방은 내 불편함을 공포, 두려움으로 바꿔버렸다. 영화 시작의 워너브라더스(warnerbros)로고가 negative로 표현이 되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받은 충격에 한 동안 멍하니 의자에 앉아있었다. 당연히 이기고 있는 싸움에서 정통으로 훅한 방을 얻어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영화는 분명 끝났음에도 영화 속 어두운 소름은 현실로도 이어져있었다. 나는 이 날 평소에 꾸지 않던 악몽으로 시달리고 만다.




Orphan.

관객에게 납득할 수 없는 불편함의 절정에서, '반전'을 통해 관객을 한 번에 납득시킨다. 불편함을 두려움과 공포로 바꿔버린다.






Written by J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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