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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May 31. 2024

커튼 너머에 무엇이 있나요?

벽 그리고 바다

재즈가 뭘까? 모른다. 그냥 두리뭉실하게 이해한다고 해야 하나. 마치 ‘케이준 시즈닝이 뭐죠?’라 물으면, ‘글쎄요. 살짝 뭔가 매콤한 시즈닝?’ 이렇게 대답하는 정도. 그냥 듣고, ‘아, 이거 재즈풍이네.’라고 말하는 정도. 그런 내가 재즈 클럽에 방문한 적이 있다.


재즈를 좋아하는 에어비엔비 호스트에게 추천받은 가게였다. 이름은 ‘디도 재즈 라운지’. 사실 숙소에서 빨리 쉬고 싶었다. 이불 밖은 위험했다. 하지만 일행에게 등 떠밀려 방문했다.


입구는 사람 한 명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았다. 가파른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가자 문 하나가 보였다. 열어젖히자 마중 나온 건 흥에 겨운 어둠이었다. 한창 라이브가 진행 중이었다. 예약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한 자리가 비었다.


폭발할 듯한 보컬의 머리.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 때마다 머리카락이 얼굴을 슬쩍슬쩍 가린다. 닿으면 가렵지 않으려나. 그 순간 시원하게 긁어내는 듯한 목소리가 터진다. 좁고 어둑한 공간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살짝씩 까딱이고 있으면, 이내 색소폰의 독주가 시작된다. 음이탈 할 듯 말 듯한 뱃고동 소리를 뽑아내는 색소폰. 헌팅캡과 갈색 양복을 입고 있으니, 왠지 더 잘 부는 것만 같다. 시각과 청각이 휘둘린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 와중, 무엇보다 시선을 끈 건 커튼이었다. 음악과, 연주자들의 비주얼이 아니었다. 보컬과 연주들의 뒤에 처진 커튼. 벽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알지만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바라보니 그 뒤에 뭔가가 있을 것만 같다.


열어젖힌다. 그 뒤에는 부두가 있다. 배들도 잠든 새벽. 과하게 웃고 있는 초승달이 보인다. 그러나 생각보다 밝다. 전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led가 아닌 필라멘트 전구. 그것도 에디슨이 갓 만들어낸 듯한 모양으로. 그 아래에는 벤치가 있다. 홀린 듯이 앉는다. 바다를 등진 채로. 보이지 않지만 느껴진다. 끊임없이 오가는 물결을 마주한다.


역시 감춘 쪽이 더 매력적이다. 제한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의미에서 글은 매력적이다. 텍스트에 불과하니까.




디도 재즈 라운지의 '양지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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