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살림+맞벌이.. 이모님 6종으로 버텨온 10년..
맞벌이를 하다가 둘째 임신으로 육아휴직 후 퇴사했다. 그동안 일 밖에 할 줄 몰랐던 서른의 초보 엄마는 두 아이 육아의 헬을 경험했다. 첫째 아이가 너무 순했고 낯가림도 없고 밤잠도 잘 자서 육아가 쉬운 줄만 알았다. 만삭의 몸으로 아이와 놀아주고 삼시세끼 챙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밤낮으로 울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함께 자던 우리 부부는 아이 하나씩을 끼고 둘씩 흩어져 각 방을 썼다.
퇴사를 한 이유는 그저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였는데 나는 아이 키우는데 정말 재능이 없었다. 게다가 외벌이를 할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다.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둘째 아이를 키우며 집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도 남편보다 시간이 자유로운 덕에 살림은 오롯이 내 몫이 됐다. 출근도 퇴근도 없는 일에 더해진 육아와 살림. 결국 밤잠을 줄여야 했다. 잠이 정말 많았던 나는 자고 싶어도 잘 수 없었다. 아이는 매일 밤마다 울어서 나를 깨웠다.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했지만, 남편은 밤중 수유를 해줄 수도 없고 낮엔 회사일로 너무 바빴다. 가장의 무게감에 남편은 일을 더 열심히 했고 피곤에 쩌들어 사는 삶이 딱해서 투정 부릴 여유조차 없었다. 남편은 틈틈이 청소나 육아에 손을 내밀었지만 솔직히(^^)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잔소리를 하면 오히려 삐딱해지고 한 번에 하나씩만 시키는 거 딱 한 가지만 할 수 있는 샹~남자.
나는 정리정돈이나 청소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런 사람이 집에 있으면 더 바쁘다는 것을 퇴사 전에는 알지 못했다. 육아와 살림은 정말 끝이 없었다. 그래서 이사를 하면서 살림 가전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일해야 하는데 항상 청소에 시간을 뺏겨서 작정하고 하나 둘 모셔온 우리 집 이모님 6종 세트. 국민 이모님 3종이라 불리는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건조기를 시작으로 여기에 3종(음식물 분쇄기, 무선청소기, 물걸레 로봇청소기)을 더해 6종이 됐다. 10년간 알차게 사용해 온 우리 집 이모님 가전 후기를 올려 본다.
지금은 혼수가전 3종 세트가 되었지만 10년 전만 해도 주변에 다 갖추고 사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돈이 넉넉해서 산 게 아니고, 일하는데 살림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일종의 투자였다. 하나를 사더라도 가성비를 고려해서 골랐고, 중고로 구입하거나 선물 받은 것도 있다. 블로그 체험단에 당첨되어 무료체험으로 받은 것들도 있다. 필요를 채워주시는 것과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운 좋은 경험을 했다.
집들이 선물로 받은 LG 로봇청소기. 아이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10년 전엔 우리 집 거실이 매트로 도배된 상태라서 매트 위를 가뿐히 올라가는 모델을 확인하고 주문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커서 바닥을 다 차지하던 매트는 걷어냈다. 바닥 청소는 거의 로봇청소기가 담당 중이라 매일 한 번은 돌릴 정도. 배터리가 약해져서 최근에 앱으로 연결되는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교체해서 사용 중이다. 성능은 좋은데 씨끄러운게 큰 단점. 하지만 앱으로 청소기가 지나간 경로가 지도확인이 되어 어디를 청소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칭찬하고 싶다. 단점이라면 청소 통을 비울 때 날리는 먼지. 다음에 로봇청소기를 구입할 땐 먼지통을 자동으로 비워주는 제품을 구입할 예정. 그리고 여자 셋이 사는 집이라 그런지 로봇청소기 회전솔에 머리카락이 수시로 말려있어서 틈틈이 빼줘야 하는 게 약간 귀찮긴 하다. LG 로봇청소기는 물건을 부딪히고 다니진 않았는데 현재 사용 중인 모델은 30만 원대 가성비 좋은 제품이라 그런지 때때로 긁히고 긁고 다니기도 한다.
살 거면 큰 걸로 사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세척 후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제품으로 사는 것을 추천. 6인 이하는 냄비가 안 들어간다. 4인 가족 쓰기에 작다. 결국 손 세척이 필요해진다. 싱크대 공간이 애매해서 작은 6인용으로 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사용 중이다. 중고로 10만 원짜리 번개장터에서 업어온 파세코 식기세척기. 용량이 적어서 불편하긴 하지만 현재는 품절이라 부품도 없고 고장 나면 교체해야지 하고 벼루고 있는데 고장이 안 나서 교체를 못하고 있다. 안타깝다.
요즘은 집집마다 건조기 없는 집이 없다. 최근에는 양가 부모님들도 다 장만하셨다. 건조기의 편리함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옷이 줄면 어떠랴. 개인적으로 비싼 옷보다는 실용적이거나 예쁜 옷을 사는 편이라 옷감이 좀 상해도 조금 자주 교체하면 된다고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옷을 아끼는 사람이라면 스타일러를 추천. 하지만 옷이 심하게 줄거나 정전기 발생이 심한 니트 종류는 건조기를 돌리지 않고 옷걸이에 걸어서 실내건조 중이다. 면 소재 옷이나 수건과 양말 속옷은 만족 200% 그 이상. 그런데 익숙해지니 빨래 개는 것이 귀찮아지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 아닐까 싶다.
싱크대 배수구에 설치해서 음식물을 갈아버리는 제품인데 가장 편하지만 의외로 주변에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10년 전 설치해서 잘 사용 중인데 A/S는 딱 한 번 불렀다. 의외로 갈아서 버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 많아 놀라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편리한 제품 중 하나다. 정말 정말 강력 추천. 남편에게 음식물 쓰레기 들려 보낼 일도 없고 엘리베이터 타고 물 떨어질까 불안해하며 음식물 쓰레기 들고나가는 등의 불쾌함 따윈 없다. 다만, 많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는 경우에는 봉투에 담아 버리고 있다. 김장 배춧잎이나 유통기한 지난 음식물쓰레기는 갈아서 버리기보다는 갈다가 막힐 수 있으니 그냥 봉투에 담아 버리기를 추천.
다이슨은 가격이 너무해서 일지감치 포기했다. 청소기 따위에 100만 원을 쓸 수 없어하면서 가성비 좋다는 차이슨으로 구입했다. 결론적으로 후회막심. 차이슨 두 번 실패 후 갖다 버렸다. 재활용도 안된다. 지금은 바닥은 로봇청소기로 청소하고, 가장 가볍고 충전 잘 되는 차량용 청소기 비슷한 국산 제품으로 구입해서 아주 잘 쓰고 있다. 한 손에 딱 쥐어지는 크기에 정말 가벼워서 자주 사용하고 있다.
로봇청소기에 걸레가 달려있긴 하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기도 하고. 평소 물걸레로 바닥을 구석구석 문질러 닦지 않다 보니 먼지가 폴폴 날리는 느낌이라 물걸레 로봇청소기 에브리봇을 구매했다. 물걸레가 회전하면서 박박 닦아주는 이런 신세계가. 그런데 처음에는 소음과 부딪침을 보고 청소기가 너무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서 멘붕이었다. 하지만 청소 후 바닥을 보면 햇빛이 비춰도 아주 깨끗하게 닦여서 감동. 단점은 소음이 너무 커서 씨끄럽다는 것. (최근에 소음이 적은 신제품이 나왔다.) 그리고 부착하는 걸레를 손빨래하는 것이 귀찮아서 자주 사용을 안 하게 되는 점도 단점 중 하나다.
매일 반복되는 설거지나 청소, 빨래 널기 등은 이모님 6종 덕분에 확실히 수월해지긴 했다. 80점 정도는 만족. 100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그래도 이모님한테도 손이 간다는 것. 로봇청소기 돌리려면 일단 바닥에 있는 것들을 치워야 하고, 청소 후 먼지통이나 먼지 솔 등도 따로 청소해줘야 한다. 식기세척기도 배치가 잘 못되면 세척이 잘 안 되어 다시 해야 할 때도 있고. 조금이나마 편하려고 구입했는데 AS를 받아야 하거나 고장으로 아까운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되는 스트레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알차게 사용할 생각이다. 좀 더 좋은 제품이 나오면 구매 의향도 있다. 집안일에 에너지를 조금 덜 쓰고 생산적인 일에 쓰는 것이 집안 경제에도 보탬이 되기도 하고. 집이 깨끗하면 마음도 편해진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깔끔하게 정리 정돈된 집을 나와 우리 가족들이 모두 좋아한다. 편안한 쉼이 되는 집. 그래 그거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