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40대의 나
'재벌집 막내아들'이란 JTBC 드라마가 화제다.
삼성그룹을 연상시키는 순양그룹과 순양에서 버림받고 살해당하지만 그 집 막내 손자로 환생하는 진도준.
1980년대 이후를 살아본 세대라면 미래를 알고 있는 진도준의 스토리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1990년대 PC통신을 써본 사람이라면 '새롬데이터맨'이란 프로그램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새롬데이터맨을 만든 새롬기술은 다이얼패드라는 무료 국제전화란 아이템으로 단군이래 전무후무한 주가 상승을 기록한 회사였다.
나도 군대 가기 전에 친구들과 한창 붐이던 모의투자에 뛰어들면서 새롬기술을 샀고, 주가가 급등할 때마다 진짜 투자가 아니라 모의투자란 사실에 화가 났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이었던 친구는 진짜로 새롬기술에 투자해 수천만원을 벌었고, 그 돈으로 내부를 완전 튜닝한 티뷰론을 타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 티뷰론을 타면 늘 창문을 내리고 오디오를 최고 볼륨으로 틀고는 유흥가 등을 천천히 지나가던 기억이 난다.
뉴욕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날엔 야간 불침번 서다가 소대원 전부 전부 넋 놓고 TV를 봤던 기억이 난다. 당직 사관도 그날은 밤에 TV를 봐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 때는 뜻 한 바 있어 노량진 고시원에서 지나다가, 월드컵 분위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괜히 시간만 날렸던 기억이 난다. 고시원 방에 있는 다이얼 돌리는 낡은 TV로 조별리그 3경기를 보다가 결국 16강부터 거리 응원에 뛰쳐나갔었다.
어느덧 그때부터 20년의 시간이 지났고, 서울에서 직장 다니고 내 집도 마련하고 그럭저럭 먹고살만해졌다.
20대 청년은 40대 아저씨가 되었고, 20년 전 꿈은 현실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도 20년 뒤 내가 60대가 된다면 또 40대 내가 하지 않은 일들을 후회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젊음은 생각보다 길다. 20년 전에도 젊었고 지금도 충분히 젊다.
그러나 20년 뒤 나는 더 이상 젊지 않을 것이다.
후회 없는 앞으로의 20년이 되기 위해 2023년엔 그동안 시작도 못한 내 오랜 꿈들을 꼭 실행에 옮기는 한 해로 만들겠다.
2022년은 개인적으로 내게 그리 행복하지 않은 한 해였다. 그러나 내년에는 다를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