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수도권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GTX가 지난 3월 30일 A노선 '수서~동탄' 구간 개통으로 현실로 다가왔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가 2009년 지방선거 공약으로 '수도권 어디서나 1시간 생활권'을 목표로 처음 구상을 밝힌 이후 15년 만에 개통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개통 한 달이 된 현시점까지는 수서~동탄 구간은 '공기 싣고 달린다'는 비아냥 속에서 예상보다 적은 승객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A노선의 핵심인 삼성역이 연결되는 2028년까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GTX-A노선을 비롯해 나머지 노선 건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지역은 대부분 노선의 외곽에 있는 곳들이다. A노선의 경우 화성 동탄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 고양 일산신도시, 은평구 연신내 일대 등이다.
이들 지역은 강남 '10분대 진입' 등으로 홍보하며 GTX 개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역은 코엑스가 있어 강남의 핵심지로 인식돼 왔고, 현대차가 한전부지를 인수해 본사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옆 잠실운동장 일대는 대규모 복합 마이스 단지로 개발될 예정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천지개벽을 할 지역이고 이곳과 GTX로 연결될 지역들이 집값 수직 상승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삼성역으로 출퇴근하는 실제 직장인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 직장인들이 GTX를 타기 위해 굳이 서울 외곽지역으로 이사를 갈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사실 직장이 서울 시내 쪽인 내 경우엔 1년에 삼성역을 가는 경우는 5번 미만이다. 코엑스에 방문할 경우에나 삼성역을 가게 되는데, 강북에 살면서 직장이 광화문, 시청역 등 시내 쪽인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삼성역 자체에도 향후 현대차그룹 본사가 들어오면 그 인력이 출퇴근을 하겠지만, 현재는 과거 테헤란로 일대의 IT 기업들이 판교테크노밸리로 대부분 이동한 상황이다. 또 과거 인근에 본사가 있던 포스코도 현재는 송도에 본사가 있다.
우리나라 10대 그룹 중 삼성역에 본사가 있는 경우는 1정거장 거리인 역삼역에 본사가 있는 GS그룹 정도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기업으론 현대백화점 본사가 삼성역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 본사는 광화문, 시청역 등 서울 시내와 금융사의 경우 여의도에 밀집해 있다.
강남에 일자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역 인근만 놓고 보면 출퇴근 인력이 엄청나게 많은 수준은 아니란 얘기다. 또 이들이 과연 GTX 개통으로 인해 노선의 끝단에 있는 수도권 외곽이나 서울 외곽지역으로 이사를 갈 수요가 어느 정도 되는지도 의문이다.
과거 부동산 쪽 출입을 하던 시절, 매주 모델하우스 오픈 행사를 취재하곤 했다. 직접 가본 모델하우스만 100곳은 넘을 것이다. 그런데 강남권이나 마용성 중 핵심지 아파트가 아니라면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모델하우스 방문객의 대부분은 주변 지역에서 온 주민들이었다.
실제 분양을 받고 입주를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 아파트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이동해 온다. 정확한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현장에서 느낀 경험치론 80~90%가 지역 주민이다.
예를 들어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신규 분양을 한다면 그 아파트를 보러 오는 사람은 파주, 고양, 서울 은평구 등 가까운 지역 주민이지, 그 외 타 지역에서 오는 경우는 10~20%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렇게 완전히 다른 지역을 찾는 경우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나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 미취학 아동을 자녀로 둔 부부 정도다. 즉 삶의 주기상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만 완전히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고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GTX가 개통돼 실제 효용을 발휘할 2030년대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강남 출퇴근을 하려고 GTX를 따라 외곽으로 이동할까.
개인적인 견해로는 GTX로 가장 수혜를 볼 대상은 모든 노선이 서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삼성역에 본사를 지으려고 한전부지를 산 현대차그룹일 것이다. 또 그 인근에 있는 아파트 단지와 주민들이다.
그런데 정작 최대 수혜를 보는 현대차그룹이나 인근 단지들은 누구도 'GTX개통'을 홍보하지도 않고 특별히 관심을 보이고 있지도 않다. 아마도 GTX 노선이 모두 완성되면 현대차그룹은 부지 매입비용 10조 원의 10배 정도의 부동산 가치를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GTX는 원래 서울이라는 노른자 때문에 남북간 연결이 어려워 경기도지사가 구상한 노선이었는데, 노른자보다 흰자가 더 영양가가 있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