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탄 HBM의 1차 잔치는 마무리 수순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하며 주가가 고공행진을 펼치던 SK하이닉스가 지난 7월 11일 장중 24만 8500원을 정점으로 불과 3주 새 30%가량 하락했다.
8월 2일 주식시장은 장중에 코스피 지수 2700선이 무너졌고 SK하이닉스는 17만 원대에서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불과 7월 초까지 증권사들이 목표가 30만 원을 제시했고, 2분기 실적도 기대치를 상회했다.
2분기 실적은 매출은 16조 4233억 원으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도 5조 4685억 원으로 2017~2018년 메모리 슈퍼사이클 당시 수준의 호실적을 달성했다.
이런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 주가는 내리막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개미 투자자들 입장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SK하이닉스란 기업을 오랜 기간 지켜봐 온 입장에선 HBM으로 치솟은 24만 8500만 원이란 주가는 '거품'이 끼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시점은 2018년 3분기로 6조 4720억 원이었다. 당시 매출은 11조 417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57%에 달했다. 1000원을 팔면 570원을 벌어들인 수준이다.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이 33%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HBM을 많이 판 것은 사실이지만 엔비디아라는 '갑'에게 상대적으로 적은 이익을 보고 팔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SK하이닉스는 HBM에선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경쟁력이 엔비디아의 AI 기술에 종속된 형태란 것을 알 수 있다.
HBM이란 제품이 태어난 배경 자체도 엔비디아의 요청에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삼성전자가 HBM에 뒤늦게 뛰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D램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 입장에선 굳이 수익성이 높지 않아 보이는 엔비디아 향의 HBM이란 제품을 적극적으로 만들 필요성이 낮았던 것이다.
엔비디아도 과거부터 GPU를 대체할 AI반도체가 개발될 것이란 예측 탓에 오랜 기간 '횡보디아'란 별명을 붙으며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했었다. 그러나 챗GPT가 AI 시장을 확실하게 붐업시키면서 1차붐을 일으켜줬고, 그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AI반도체 생산이 가능했던 엔비디아가 최대 수혜업체가 됐다.
문제는 현재 엔비디아 주가는 AI반도체 시장을 향후 완전히 석권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당장 시장이 커지자 애플이나 구글 등 다른 경쟁업체들이 독자적인 칩 개발에 나서면서, 엔비디아의 '슈퍼甲' 지위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서 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엔비디아의 GPU가 범용제품으로선 가장 우수한 제품이지만, 각 회사가 원하는 맞춤형 AI 반도체 시장까지 석권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 제품과 서비스를 가진 애플과 구글 등이 AI 시장에서 미래에도 팹리스인 엔비디아에 종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엔비디아에 사실상 종속돼 주가가 상승한 SK하이닉스는 HBM으로 올라간 주가가 계속 지지되며 추가적인 상승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개인적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