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어려운 이유
시간에 지나면 사람은 당연히 변한다는 진리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 영혜의 남편 시점으로 서술되는 첫 에피소드에서 남편이 영혜를 결혼상대자로 선택한 이유는 '평범함'이었다. 그러나 그 평범함이 어느날 갑자기 '채식'이란 극단적 변화로 깨지면서 남편은 영혜가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영혜가 정신병원으로 가면서 이혼을 선택하게 된다.
결혼이 왜 어려운지를 생각해보면, 결혼을 할 때 '시간'이란 당연한 절대 변수를 대부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인듯하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변한다. 20대 젊은 여인은 40~50대 중년 여성으로 변하고, 60~70대 할머니로 변해간다. 남자도 마찬가지로 아저씨, 할아버지로 변화한다.
시간이 흐르면 성격도 바뀐다. 20대의 혈기 넘치던 젊은이는 고집스러운 중년이 되고, 외모도 뱃살이 나오고 남자는 머리가 벗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결혼할 당시 상대방의 모습과 성격 등을 보고 결혼을 결심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생기는 다양한 '변화'에 거부감을 느낀다.
예전에 봤던 드라마 대사 중 "가족은 태어나면서부터 저절로 생기기 때문에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결혼은 내가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가족을 맞는 일이다. 그러니 당연히 신중해야한다"란 말이 인상적이었다.
결혼은 피가 섞이지 않은 유일한 가족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가족'이란 사실을 잊는 사람들이 많다. 말은 0촌이라고 하지만 가족이라면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부정하고 거부한다.
부모님이 젊은 시절의 모습이 아니고 늙어가신다고 해서 그 모습을 싫어하고 거부감을 가진다면 이해할 수 있겠는가. 시간에 흐름에 따른 변화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자신의 배우자에 대해선 시간이 흐르고 변해가는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지 못하니, 결혼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건축에서 주택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하는 것 중 핵심이 '시간'이다. 현 시점에서 30대 남편과 아내, 5살 아이 등 3명이 사는 가족이 주택 설계를 의뢰했다고 하자.
그렇다고 건축가가 현 시점만을 고려해 주택을 설계하면 나중에 남편과 아내가 나이를 먹어 40~50대가 되고 아이가 1명 더 태어나거나 5살 아이가 자라나 성인이 된다면 그 집은 더이상 가족에게 편한 공간이 될 수 없다.
건축가는 그 시간의 흐름까지 고려해 미래에 필요할 수 있는 여유와 공간 등을 감안해야한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모습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해선 안된다. 배우자가 늙고 병들고 힘들어지더라도 그 사람과 가족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과 사랑이 필요하다. 그래서 결혼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