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을 듬뿍 넣어 요리하다

반찬 만들기

by 황점숙


주말 일정이 비었다. 의미 있는 일을 찾은 것이 새 식구반찬 만들기이다. 지난번에 반찬을 공수했더니 아들상 차렸다는 사진만 올라온 걸 보면 임산부 입맛을 사로잡지 못한 모양새인데 다시 시도한다.


아침 일찍 장을 봤다. 끌차를 가져갈까 생각하다 얼마나 사겠나 싶어서 가방 하나 메고 시장가방을 하나 챙겼다. 천천히 물건의 신선도를 살펴보면서 하나씩 골랐다. 며느리만 줄 수 없고 옆에 사는 딸도 주고 우리 반찬도 남기려니 양을 늘린다. 콩나물 세 봉지, 취나물 두 봉지, 시금치 두 봉지 이렇게 양을 늘리니 부피가 엄청 커졌다.


계산을 하니 금액도 세 자릿 수다. 메고 들고 낑낑대며 오르막인 골목길을 올랐다. 숨도 차고 다리도 아프다. 골목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잠시 쉬어가라 한다. 꽃그늘 아래서 숨을 돌리고 꽃비를 맞으며 숨을 고르고 다시 걷는다. 봄철 꽃이 만개하는 때라 골목도 환하다. 박태기나무 진분홍꽃도 피고 조팝도 뽀얗게 피어 자태를 뽐낸다.


온몸에 땀이 날 때쯤 짐을 부리고 주방 앞에 펼쳐 놓으니 푸짐하다. 임신 당뇨로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는 며느리 입맛을 돋울 나물을 잘 무쳐야 할 참이다. 다듬고 씻고 데쳐서 나물별로 줄을 세웠다. 준비한 양념을 넉넉히 넣고 조물조물 무치며 간을 본다. 간도 약하게 하자니 당최 맛이 살지 않는다. 몇 번씩 맛을 봐가며 나물을 완성했다.


불고기를 할 차례다. 단맛은 사절이라 고추장도 쓰지 않기 위해 육수를 내서 고춧가루를 불려 놨다. 마늘 대파 양파로 맛을 내야 한다. 단맛을 빼니 맛을 낼 간이 중요하다. 양념한 고기를 조금 덜어서 익혀봤다. 어휴 많이 싱거워 맛이 없다. 소금 간을 더 하고 참기름을 치고 뒤적거려 다시 맛을 보니 담백한 고기맛이 난다. 단맛에 익숙한 맛이었는데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건강한 맛이다.


아버지께서는 음식 단 것을 거부하셨다. 덕분에 우리도 그 입맛에 길들여졌었는데 잦은 외식으로 입맛이 변한 지 오래다. 오늘 요리한 나물도 고기도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기억 속 음식을 먹는 듯 맛있다. 하지만 젊은 자녀들이 식성에 맞아할지 벌써 걱정이다. 참기름과 깨소금까지 아낌없이 넣어서 입맛을 구애해 본다. 차선은 가미를 해서 입맛에 맞춰 먹으라는 주문도 함께 전달해야겠다.


두 집으로 보낼 통을 마련해 담으니 가지 수가 많다. 완성된 나물과 양념한 고기와 해산물은 재료를 다듬어 냉동하여 준비했다. 양념된 불고기에 오징어를 썰어 넣어 볶아 먹을 수 있게 한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애써 만든 음식을 부스러기만 남기고 모두 싸 주실 때 이해를 못 했었다. 이제는 그 심정을 이해한다. 맛있게 된 요리는 더 싸 주고 싶어 진다는 아이러니. 부모의 심정인 것이다.


딸 집으로 보낼 고기는 간도 더하고 고추장도 첨가하니 빛깔이 달라진다. 요리에 자신감이 없는 나이니 건강식으로 요리하는 비법을 배워야겠다. 임신당뇨를 겪고 있는 아내가 부실한 식사를 하는 것을 안쓰러워하는 아들 심정을 이해하기에 다시 노력하는 중이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맘이 정성으로 깃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