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일요일이다. 점심 즈음에 봄철 입맛을 돋울 김치를 담가 볼까 싶어서 손수레를 끌고 마트로 갔다. 진열장을 둘러보다 열무와 알타리를 샀다. 귀가 후 오후 모자동실 시간이 되니 궁금해서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오늘이 아흐레 째, 금방 전화를 받더니 아기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는 제법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첫이레가 지나면 아이들은 확실히 달라진다. 오늘도 편안한 시간이 되길 바라면서 일을 시작했다. 김치를 버무리고 나니 저녁시간이다.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아들이 들어온다. 오늘 축구를 하러 올 거라더니 운동복 차림이다. 친구들과 약속시간이 임박하다며 서두른다. 틈틈이 말을 걸었더니 산모가 머리가 아프다고 한단다. 그동안 잘 회복되는구나 싶었는데 혼자 있으니 더 힘든 하루가 될 것 같아 안타깝다. 조금 전 모자동실 시간에 맞춰 전화를 했었는데 아픈 것을 말하지 못했나 보다. 조리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리한이 열흘이 되는 날 아침이다. 모처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 아들이 새벽녘에 들어온 것 같은데 일찍 눈을 떴다. 산모가 아프다는 말에 맘이 쓰였을 것이다. 제집이 편한 지 집으로 간다면서 서둘러 올라간다. 어제 담은 김치를 조금 싸줬다. 혼자 있으면서 입맛을 돋워 주길 바란다.
동생들에게 양상추를 보냈다. 지인이 양상추 농장에서 일을 한다면서 내게 맛보기를 보내줘서 보답으로 세 상자를 주문해서 택배로 보내게 했다. 동생들에게는 리한이 손자 턱이라고 했다. 지인 배려 차원에서 보냈지만 시기가 맞으니 턱이 된 셈이다.
점심 후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요즘 조부모의 역할에 대해 얘기하면서 웃고 또 웃었다. 재미있어서가 아니고 놀라서이다. 산후조리원 비용, 집을 살 때 보태줬다는 얘기를 들으니 현실감이 느껴져서이다. 할머니할아버지 능력이 어디까지 늘어나야 할지 생각이 깊어진다.
며칠 전 친구에게 경험담을 물었더니 날 놀라게 했다. '그렇게 까지나...?' 하며 놀랐더니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란다.
'아니야 못 맞출 것 같아서 그냥 내 능력만큼만 하련다.'라고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다. 그러니까 무거운 나이만큼 재력도 묵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후 1시가 되니 열흘 째 모자동실 시간이 궁금하다.
'707호실 소식이 궁금하다. 식사는 잘했니? 리한이 소식도 궁금해서 똑똑'하며 문자를 보냈다.
잠시 후 배꼽 소독을 하고 왔다는 문자가 온다. 아직은 배꼽이 떨어지지 않아서 소아과에서 소독을 했는데 아픈지 아이가 울더란다. 엄마가 안아주니까 바로 그쳤다니 초보인 둘 다 신통하다.
오늘은 엄마가 스케줄이 분주하다. 아기를 안고 우유도 먹이고 병원 치료도 다녀오고 해야 하니 말이다.
다른 아이들 엄마의 얘기를 들었을 때 조리원 동기모임이 있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런데 우리 며느리는 조리원에서 사람을 만날 수 없다고 한다. 왜일까 많이 궁금했는데 오늘 그 원인을 알았다.
조리원에 분유회사, 아이용품 회사에서 방문하여 산모들에게 교육하는 시간이 있단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있는 조리원은 외부인사 출입을 금지한다더니 그 프로그램도 운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산모들이 함께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서로 안면을 익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며칠 후면 퇴원 날짜가 된다.
코로나로 병원 환자방문도 제약을 하고 있듯이 조리원의 문화도 달라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