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탈락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조리원으로 전화했다. 아기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 우리 아기가 오늘은 찡찡대고 있다. 무슨 불편사항이 있나 싶어서 서둘러 끊었다. 궁금하면 물어야 되는 것. 한번 하니까 그 시각이 되면 자꾸 궁금해진다. 잠시 후 아기가 응가를 해서 칭얼댔단다. 자기 의사표현은 제대로 하고 있다. 잠시 후 딸이가 오늘의 리한 소식이 궁금하다고 똑똑 노크한다.
아기가 딸꾹질 하는 동영상을 올린다. 신생아가 하는 것은 모두 신기하다. 이불로 말아둔 다리를 들고 있는 사진을 요가한다면서 올려 한바탕 웃었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웃음을 주는 아이가 탄생한 것이다. 눈을 떠야 한다는 아빠의 간절함이 전해졌나 두 눈을 방긋이 뜬 사진이 들어온다. 아이는 날로 변화하고 있다.
저녁 시간에 다시 전화해 봤다. 할아버지도 보고 싶어 하리라 싶어서다. 통화 중이라 기다리는 사이에 문자를 보냈다.
"리한이 왔다가 갔냐?"
통화를 마친 며느리가 영상통화를 해 준다. 아이는 눈을 감은 채 칭얼대고 있다. 화면을 본 남편도 아이 이름을 부르면서 잘 놀고 잘 자란다. 전화를 끊고 기저귀를 가는 중에 쉬를 했다는 사진을 보내준다.
'제대 탈락을 축하합니다.' /23. 4. 25. 19:25
축하메시지와 함께 새까맣게 마른 탯줄, 아이의 배꼽을 선 보인 사진이 들어온다.
반가운 소식이다. 벌써 성장단계를 잘 치르고 있으니 대견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새 아들딸 며느리가 주고받은 문자가 단톡방에 가득이다. 단톡방의 이로운 점이 삼자 사자 대화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열이틀째가 되었다.
성당을 거쳐 완주까지 다녀와서 리한이와 통화를 시도했다. 오늘은 리한이가 싸개를 풀고 손발을 휘젓는다. 엊저녁에 꼭 싸진 아이에 대해 얘기했더니 모처럼 풀어놨다. 마침 응가를 해서 닦아 주는 중이란다.
오늘은 리한이 입술에 관심 집중이다. 수포처럼 부푼 것이 이제 굳어지면서 떨어지려고 한다. 검색엔진을 돌렸더니 젖을 빨면서 생긴 거란다. 신생아의 나날을 함께하는 것이 마치 처음 같다.
체중이 3.3Kg으로 늘었단다. 잘 자라고 있다는 표징이다.
저녁에는 영상 통화는 생략하고 보내 준 사진을 봤다. 웃는 모습이다. 짜증 난 모습과 견줘서 보내줬다.
열사흘 날은 사진을 보내주지 않았다.
촘촘히 이어진 일정으로 채워진 하루. 바쁘게 일정을 소화하느라 낮에 전화를 하지 못했다. 저녁에 톡방을 보니 아이의 혈액형 알림 문자가 있다.
'혈액형은 A형 선천성대사이상검사는 모두 정상입니다.'
귀가하자마자 영상통화를 걸었다. 아이 옆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던 엄마가 오늘은 미소를 보여준다. 아이는 곁에서 자는 중이다. 신생아실로 갈 시간인데 계속 자니 깨면 보낼 거란다. 이제 엄마도 아이가 옆에 있어야 안락함을 느낄 때가 되었을 것이다. 영상통화 중에 흑백 초점 카드가 있다. 산모 체험교실에서 만들었단다. 이런 활동이 전면 금지된 줄 알았는데 추진되는 모양이다. 역시 조리원 동기도 만들어서 여섯 명이 단톡방을 만들었단다. 산모 친구도 두 번째 주에 형성이 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