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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록 시대니까

30일 기념사진 찍기

by 황점숙

아기를 목욕시키고 새 옷을 입혔다. 촉촉한 모습 인증숏을 한다. 선물 준 지인들에게 새 옷 입은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내는 것이 엄마의 의무인 모양이다. 오늘도 전송할 사진을 찍겠거니 싶었는데 이번에는 30일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소품으로 포토존을 만든다. 월계수관처럼 덩굴 나뭇잎으로 보료를 두르더니 별에 새긴 아이 이름표를 놓고 하트모양의 조각품을 매치하니 멋진 공간으로 변신한다. 매번 젊은 부모들의 기발한 생각에 감탄한다. 목욕을 한 뒤라 아이도 기분이 좋다. 마침 동석한 할아버지 할머니도 옆에서 이 잔치에 동참한다. 아이엄마는 연신 셔터를 누른다. 아이의 순간순간이 포착된다. 옆에서 지켜보던 할아버지는 사정도 모르는 듯 그만 찍으란다.


한참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에 아들 내외도 우리 내외도 한 컷씩 찍었다. 언제 사진을 찍힐지 몰라 늘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요즈음은 사진으로 기록하는 시대이니 말이다.

마침내 아이가 한계가 왔다는 듯 소리 내어 운다. 졸릴 시간이 된 것이다. 우는 모습도 매번 귀엽게 담긴다.

30일 기념 기록이 완성되었다. 나도 며칠 간의 돌봄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귀갓길에 올랐다. 오는 차 안에서 도착한 사진을 보니 또 새롭다.

손주가 태어나면 크는 모습이 궁금해서 매일 사진을 전송받는다더니 그 반열에 끼였다. 엊그제 모습과 오늘의 모습이 다르니 말이다.


이후 며칠은 내 일정이 있어서 아이를 보러 가지 못할 것 같다. 은퇴할 나이에는 한가한 시간이 많을 것 같은데 살아보면 그 시간도 변화 없이 바쁘다. 나는 특별히 은퇴의 시기를 거치지 않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주중에 일터에 독감이 성행해서 며칠 휴가를 받았다. 주어진 자투리 시간에 손주가 생각난다. 하지만 모든 일정이 취소된 것이 아니라 아이 곁으로 갈 수는 없어 아쉽다.

주어진 휴가 첫날 선배를 따라 정원박람회에 갔다. 몇 년째 정원박람회 소식을 들었지만 여건이 허락지 않았는데 모처럼 아쉬움을 떨친 날이었다. 이튿날은 참석할 수 없었던 단체 임원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으니 엉키고 설킨 일정 중에 부족한 면을 챙길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주말 남매들의 모임이 있었다. '리한이 할머니'라 불러주는 것이 반갑다. 일행들이 할머니라는 말을 언제부터 들었는지 기억을 더듬는다. 나는 오십 살 즈음에 8살 아이들을 관리하는 일을 했었는데 그때 한 아이가 "할머니선생님이구만." 했던 말이 처음이었다. 그 아이들의 부모와 나를 생각하면 분명 할머니가 맞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수긍하고 할머니라는 호칭을 인정했다. 이제는 친할머니가 되었으니 그 호칭이 더욱 살갑다.

아이의 사진을 보여준다. 이미 내 카톡 사진을 통해 보고 있겠지만 많은 사진 바다를 헤엄칠 수는 없었으니까. 아이의 사진 방을 만들어 따로 저장 중이다. 보고 싶을 때면 최근 사진부터 보다 보면 태어날 때 동영상부터 순차적으로 볼 수 있다.


"벌써 춤도 춰요."

동영상을 켜니 침대에 누운 아이 머리맡에 노래반주기가 반짝인다. 동요가 한 편이 끝날 때까지 아이가 손과 발, 몸을 움직이고 있다. 한없이 귀엽다. 리듬을 타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 딱이다. 이 영상을 할아버지께 보여주니 "벌써 춤을 추네." 한다. 아들과 똑같다면서 핀잔 같은 칭찬을 한다. 아이가 우리에게 삶의 충전을 시켜주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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