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밝아지고 있으리라
무기력한 시간에서 탈출하고자 글방을 연다. 두 주 동안 내가 일을 해결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는 줄 몰랐다. 그리고 해외여행 중인 그분이 돌아오기만 기대했다. 전날 자정 보내준 ID를 입력하고 비번을 입력했는데 아니다. 다시 머리가 띵해진다. 이것도 해결책이 아닌 것이다. 그제야 내 아이디가 따로 있다는 것을 생각했으니 나의 머릿속이 얼마나 초기화되었단 말인가. 빌려 쓴 컴퓨터가 업그레이드를 반복하는 바람에 기다리며 실내를 배회하다 합당한 내 비번을 생각했고 혹시나 하고 입력했더니 열린다. 그런데도 개운치 않은 느낌이 뭔가? 내 힘으로 일을 처리했으니까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데 전혀 아니다. 아마도 두 주 정도 이 생각을 못한 나에 대한 한심함이 더 지배적인 모양이다.
리더에게 전화했다. 역시 받지 않는다. 2주 가까이 해외여행을 했으니 시차 적응 중이리라. 제법 벨이 울린 후 끊었다.
기억이 사라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건망증과 차원이 다른 수위를 말하리라. 내가 겪은 것이 그 수준이라고 여긴다. 충격의 후유증이라고 자위해 본다.
봄까치꽃 위를 날아다니는 꿀벌 동영상이 도착했다. 몇 번을 반복해서 봤다. 제한된 공간에서 며칠을 묶고 있는데 봄이 왔구나 싶어서 꿀벌의 춤사위에 빠져든다. 낙엽이 가득한 벌판에서 꽃향을 찾아들었다는 것이 신비롭다. 저 꿀벌은 돌아갈 둥지는 있는 걸까! 아니면 먹이를 구해다 배를 채워줄 식구가 있는 걸까! 부엌일을 놔버린 지 3주. 내 밥이 시간에 맞춰 준비된다. 나만 식사하고 잘 먹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물러나는 나는 챙겨야 할 가족이 없다. 마주한 밥을 먹자니 울컥해서 넘길 수가 없던 시간이 지나간다. 새로운 구성원이 추가될 때 불쑥 감정이 솟구친다. 이제는 차려준 손길에 감사하는 맘을 표현하러 애쓴다.
나만의 삶의 향기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 내 몫이란 것을 깨닫는다. 나의 처지를 가장 잘 아니 말이다. 겨울이 좀 더 길어지길 소망해 본다. 3월 달력을 넘겼으니 봄은 겨울을 밀치고 들어온 게 분명하다. 따뜻해지는 봄기운만큼 내 처지는 뒷걸음 할 것 같아서 나를 채찍질해야 하는데 가닥을 잡을 수 없다.
막막하니까 창문을 열고 몇 마리가 짝을 이뤄 나뭇가지와 지붕을 오가는 까치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저 세계에는 불협화음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