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은 어색하고 황당한 것

엎친데 겹치다니

by 황점숙

상담의 기회가 주어졌다. 상담 공부를 하는 지인들을 몇 사람 알고 있다. 그들로 인해 상담 관련 분야를 알고 있을 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 상담은 학창 시절 선생님들께서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에게 상담실로 오라는 명령을 내렸던 걸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미술심리치료 자격증 공부를 하던 일도 연관시켜 상담분야를 짐작 봤다.

첫날 상담을 받는다는 것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내면에 설움이 너무 많아서 말반 울음반인 채 두 시간이 갔다. 강사 얼굴을 볼 수가 없어 눈도 못 마주쳤었다. 2회까지 내 감정이 그랬고 3회 차는 진정된 마음으로 진행을 따랐다. 4회 차까지 진행되니 나의 근성을 알게 해 준다. 들은 것과 속마음이 일치하지 않아 상담사의 지시에 맞추려고 애써본다. 상담의 효력인지 시간의 약인지 알 수 없게 달라진 모습으로 종료되었다.


오후 외출 중 낯설기만 하던 골목길이 익숙해졌는데 봉변을 당했다. 행인을 보면 사력을 다해 짖는 애완견이 열린 대문으로 나와 내쪽으로 붙어가며 짖어댄다. 눈을 부릅뜨고 쫓아 놓고 돌아섰는데 순간 내 장딴지를 물었다. 다시 한번 호통을 치니 대문으로 쏙 들어간다. 대문을 닫으면서 개 단속하라고 외쳐도 인기척이 없다. 황당하기 그지없다.


바지를 걷고 물린 부위를 보니 찰과상 같아서 가던 길을 걸어가는데 쓰리다. 잠시 멈추고 다시 살폈더니 그새 피가 배어 나왔다. 이것 또한 처음 당한 일이라 겁이 난다. 상처를 그냥 둬서는 안 될 것 같은 판단이 섰다. 가던 일을 미루고 차에서 내렸다. 어느 병원을 갈까 생각하다고 피부과로 갔다. 점심시간이라 조명이 어둡다. 휴게 중이던 간호사들이 내 병명을 듣고 친절히 응답을 해주니 감사하다. 우선 개가 예방접종이 됐는지 알아야 한단다. 이런 대문에 대고 소리 질러도 대답 한마디 못 들고 돌아섰는데 어찌한담. 하는 수없이 사무실로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예방접종을 했을 확률이 희박하단다. 전화 내용을 듣고 있던 간호사가 파상풍 예방접종을 해야 해서 치료가 가능한 응급실이나 내과로 가야 할 것 같단다. 어떤 진료를 해야 할지 갈피도 못 잡는 내게 진료 방향을 잡아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옆 내과로 갔다.


역시 대기실은 텅 비었고 휴게 중인 임상병리사가 병명을 듣더니 가능하단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오후 진료 시작이 2시라며 기다려야 한단다.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30분쯤은 기다릴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다. 상처가 크지는 않은데 3일간 물을 대지 말란다. 상처 부위 통증은 없는데 다리가 찔끔거리는 느낌이 있다. 파상풍 예방접종도 해준다. 다음 날 조금 몸이 불편할 수도 있단다. 진료를 받고 나니 불안한 마음이 해소되면서 황당했던 순간이 어이없다. 그사이 상처부위가 부어올라 걸으려니 불편하다. 느닷없는 병원진료로 1시간을 허비하고 목적지로 향했다.


시간을 예기치 못하게 허비해서 본시 갈 곳은 방문 목적만 전달하고 돌아섰다. 날씨가 차갑다. 눈발이 날리는데 쌓이지 않고 녹아버린다. 강원도에는 3월 폭설이 세 차례째란다. 이곳은 아침 창문을 열 때 하얗던 누리가 해 뜨면서 다 사라졌다. 부산에서도 눈을 구경한 날이라더니 오늘 내게도 아주 이색적인 날이 되었다. 마음이 내키면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믿음으로 찬바람을 맞으며 외출한 것이 화를 맞았다. 굳어버린 내 맘에 다리 상처까지 아픔이 보태져서 서글프다.


사무실에서 어떻게 처리하길 바라냐고 묻는다. 경찰에 신고해서 풀어 키우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싶다고 하니 주민센터에 연락해서 조치하게 했단다. 이런 일이 우연히 생긴 일일까. 또 생길 수 있는 일을 방지해야 함이 옳다는 생각이요, 화를 누를 방편인 것이다. 심리상담으로 풀려가는 맘의 병을 덮을 만한 황당함을 안고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