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노닐다

하루에 두 모임을 한 곳에서

by 황점숙

한 장소에서 두 번 모임이 있는 날이다. 아침 일찍 동문모임을 위해 와룡자연휴양림을 향해 갔다. 전국 곳곳에서 사는 동문들이 곳곳에 모여 차량 세 대에 나눠 타고 장수로 갔다. 선두로 도착한 우리 차량이 휴양림 입장료를 지불하기 위해 매표소 앞으로 갔다. 입장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해야 한단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된 셈이다. 다행히 내가 숲나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어서 그곳 직원의 도움을 받아 평상 두 개를 사용하기로 하고 예약을 완료하였다. 뒤에 오는 차량 두 대에게 들어오는 방법을 알리고 평상을 찾아갔다.

자연휴양림 구조도

초록물이 쏟아질 듯 푸르른 나무 터널을 지나 평상 위치에 도착했다. 전날 워낙 많은 비가 내린 탓에 계곡은 흘러가는 물소리가 웅장하다. 물가 최적의 장소에 위치한 평상에 준비해 온 돗자리를 깔았다. 전원이 도착하여 준비해 온 음식을 풀었다. 5월 모임을 야유회로 하자는 의견과 함께 도시락을 싸겠다던 후배가 푸짐한 메뉴를 풀어놓는다. 마라톤도 하고 희곡도 쓰면서 늘 바쁘게 사는 후배는 음식솜씨도 뛰어나다. 여러 종류 나물부터 불고기, 육전, 전, 김치까지 가짓수가 열 손가락을 다 꽂아야 할 정도이다. 거기에다 샐러드를 몇 가지 만들어온 회원, 찰밥을 따끈하게 지어온 회원, 전날 땄다는 두릅을 데쳐온 회원이 있어 잔칫집 상만큼 푸짐하다. 과일을 협찬하겠다는 선배는 커다란 수박, 망고, 가지포도, 참외까지 세심하게 준비해 왔다.


철저한 준비에 빈손으로 온 나는 뜨거운 물과 커피를 챙겨 와 무안함을 달랬다. 작가로 활동하는 선후배 동문들이 모여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난다. 서울, 경기와 우리 고장에 사는 동문들의 참여 열기는 대단하다. 자진해서 도시락을 싸겠다던 후배의 자신감은 누구와도 견줄 바가 아니다. 직장생활하면서 문단 행사에 적극적인 것은 물론이지만 마라톤 경기에 참가했다는 사진을 올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열심히 글을 쓴다는 소식을 올릴 때면 특별한 에너지를 소유한 작가라는 생각에 후배지만 존경한다. 그런 열정을 우리 모임에도 쏟아 놓으니 선후배의 끈끈한 정이 자랑할만하다.

이른 점심을 먹었다. 따끈한 찰밥이 푸짐하고 맛있는 반찬과 어우러져 저마다 포식을 하고 말았다. 식후에 산책은 필수이다. 그대로 앉아 있어서는 소화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저마다 운동화를 신고 앞장선다. 두어 달 전에 인대가 늘어나 병원신세를 진 선배가 조심스럽다면서 자리를 지키겠다고 한다. 세 분이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꽃을 피우는 사이는 우리는 휴양림을 둘러보러 나섰다. 산자락을 따라 계곡은 이어지고 캠핑 장소와 물놀이 장소가 겸비된 숲 속은 데스크 길이 마련되어 있어서 산책하기 좋았다. 우리의 발걸음에 맞춰 산새가 운다면서 앞장서서 한걸음 한걸음 앞장서는 선배를 따라 웃으면서 산책을 이어갔다. 숲치료센터 주변은 마치 숲 속 공연장처럼 정갈하게 꾸며져 있어서 우리 일행이 멈춰 서서 동요를 불렀다.


다시 평상으로 돌아와 과일파티를 했다. 둥그런 수박의 달콤함은 금방 바닥을 보일만큼 맛있었다. 참외와 가지포도는 맛을 봤지만 결국 망고는 선물이 되어 각자 하나씩 나눠가져야 했다. 숲이 주는 편안함에 어릴 때 했던 게임도 하면서 동문들의 우정은 더 돈독해졌다. 가장 젊은 후배가 60세이고 대선배가 80대이니 참 신비로운 구성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같은 길을 걷는다는 걸로 소통이 원활하다. 때마침 대선배님이 시집을 출판하여 선물로 증정해 주니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시낭송까지 이어졌다.

오후 4시 동문들은 돌아가고 나는 가족모임을 위해 남았다. 가족들이 모여있는 '연수의 집'으로 들어갔다. 베란다에서 나를 발견한 동생들이 손을 흔들며 반긴다. 우리 가족은 점심부터 만나 식사를 하고 휴양림에 여장을 풀었다. 어머니의 89회 생신잔치를 하는 날이다. 숙소가 예상외로 널찍하다. 막냇동생이 해마다 이곳에서 모임을 하자고 할 정도로 거실 따로이고 방 세 개가 복도를 따라 각각 있는 구조여서 모두 맘에 들어한다. 가족들은 만나면 좋다. 작년에 결혼한 조카 부부와 대학생인 조카들까지 할머니 생신 축하를 위해 모였으니 뿌듯하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우리 자녀들이 참석하지 않아 아쉬웠다.

미리 숲을 둘러본 나는 앞장서서 산책을 가자고 서둘렀다. 작은 동생이 분위기를 보더니 걸음이 편치 않은 어머니와 함께 주변산책을 하겠다며 자청하고 나선다. 아까 동문들과 산책했던 길로 갔다. 더 젊어진 탐방객들도 초록의 향연에 젖어 숲 삼매경에 빠진다. 올케언니가 초록이 꽃을 이기는 시기라면서 초록 예찬을 늘어놓는다. 가족들과 함께하니 마냥 신바람이 난다.


한 바퀴 돌고 내려오니 그때까지 어머니도 캠핑장 주변에서 숲 향기를 맡으며 앉아 계신다. 어머니 주변으로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생일파티를 위해 실내로 들어갔다. 3층 숙소를 연초록 녹음동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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