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탐방
계획 없는 하루아침을 동생이 열어준다. 집 근처로 외식을 온다면서 만나잔다. 막 아침을 먹기 위해 준비하던 시각이었는데 절묘하다. 준비하던 것을 원상 복귀하고 약속 시간에 맞춰 집 앞 대로로 나갔다. 쉬는 날이면 조식도 외식을 하는 동생부부의 여유로움은 내게는 부러움이다. 식사가 끝날즈음에 동생 딸내미가 제부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아빠께 전화를 했단다. 전화기를 몸에 붙이고 다니는 나와 달리 거리 두기를 하는 동생 모습이다. 쉬는 날이니 인근으로 바람 쐬러 가자고 청한다. 흔쾌히 약속을 하고 외출준비를 하기 위해 다시 집으로 갔다.
고창으로 가기로 했다는 말에 학원농장이 좋다고 추천했다. 청보리밭의 광활함을 생각하고 추천했는데 가서 보니 계절이 안 맞는 장소였다. 조카딸도 1시간 20분을 달려왔는데 그리던 청보리밭은 아니고 누르스름하게 익은 보리밭이다. 봄철 한참 맵시를 뽐냈을 유채도 씨가 여물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며 물결을 이루는 보리밭 사잇길을 걸었다. 한쪽 들녘은 트랙터가 오가며 밭을 고르고 있다. 벌써 가을 들판을 준비하는 듯 밭을 갈고 있다. 농장 중간중간에 설치된 드라마 촬영 현장을 알리는 장면 사진만이 고운 색깔로 농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농장의 규모를 봤으니 아쉽기만 한 것은 아니란다. 농장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메밀비빔국수, 해물파전, 메밀묵, 비빔밥을 주문해 점심을 먹었다. 우리처럼 계절 모르고 찾아온 관광객들로 음식점은 분주하다. 다음 장소로 무장읍성으로 갔다. 학원농장으로 오는 길에 본 무장읍성을 들러 모양성으로 가기로 했다. 무장읍성 진무루에 올라 잠깐 앉았는데 추위가 느껴져 내려왔다. 젊은 조카부부는 시원해서 좋다며 더 쉬겠단다. 우리는 무장동헌, 읍취루, 연못, 무기고 쪽으로 한 바퀴 돌았다. 성곽 안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잠깐 둘러봐도 등에 땀이 배는데 진무루의 바람은 초봄처럼 서늘하다.
고창읍성 모양성으로 갔다. 여기도 꽤 오랜만에 왔나 보다. 입구가 많이 달라졌다. 큰 건물도 많이 생겼고 인파도 많다. 모양성은 성곽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30분 소요되는 거리였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성곽을 완주하고 다시 성 내부를 둘러봤다. 안 쪽에 객사가 있다. 이곳도 몇 차례 왔지만 내부 시설을 둘러보기는 처음이다.
주마간산으로 유적지를 다녀왔다는 증거이다. 모양성 앞에 있는 판소리 여섯 마당을 완성한 신재효 생가도 들렸다.
모양성 입장료를 내니 지역사랑상품권을 줘서 특산품 상가에 들어가 땅콩 특산품도 사고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인심도 좋다. 아이스크림에 땅콩가루를 듬뿍 올려 먹을 수 있게 준다. 차를 마시면서 하루 여행을 마무리했다. 계획 없이 시작된 하루가 가장 알찬 하루로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