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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지석 Jul 27. 2019

#24. 짬타이거를 다하는 자세

짝이 되는 동무 

부대 취사장 근처에서 잔반을 먹고사는 고양이를 짬타이거라 부른다. 왜 짬타이거라고 부르는지는 알지 못한다. 누군가 정해준 것도 아닐 텐데 육해공군 가리지 않고, 전국 모든 군부대에서 짬타이거라고 부르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다. 사자보다는 친근한 호랑이의 용맹함을 닮으라는 의미에서라고 그럴 것으로 스스로 추측하고 있다.


전국 어느 부대를 가더라도 짬타이거들은 가리지 않고 있다. 나도 군대에서 가장 많은 고양이를 봤다. 그중 기억에 남는 짬타이거는 초임간부 때 부대에서 돌봐주던 까만색 고양이 '애꾸'다.


이름처럼 한쪽 눈을 다친 고양이 애꾸. 다른 고양이들과는 다르게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가 많았다. 사람을 따르다 학대당해 눈을 다쳤지만 그래도 사람을 따랐다. 나보다 군 복무를 오래 한 애꾸의 스토리는 선배들로부터 구전동화처럼 들을 수 있었다.


초임간부 시절 부대원들끼리 애꾸를 돌봤다. 특히나 친하게 지냈던 옆 통신중대 동생들이 격하게 아껴줬다. 출타를 나가면 애꾸 간식을 사 온다던가 고양이 사료를 사와 부대에 두기도 했다. 서로의 공감 사는 애꾸가 되었고, 외출 외박이나 사회로부터 단절된 병사들에게는 군대 속의 소소한 행복과 재미가 되었다.


동물을 학대하면서 희열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시 부대 연대장님이 그랬다. 연대장님은 관사에서 개를 한 마리 키웠다. 넓디넓은 주둔지는 울타리가 쳐져있기 때문에 관사에 가둬두긴보단 방목하듯이 개를 키우셨다. 산책을 시키거나 먹이를 주는 일은 통신병이나 운전병들이 했으나 간혹 연대장님이 산책을 시킬 때도 있었다. 연대장님이 산책시킬 때면 직할대 짬타이거 애꾸를 괴롭히셨다. 


"가서 물어!"


도망가는 애꾸를 보며 연대장님은 희열을 느끼셨나 보다. 우린 누구도 연대장님께 그만하라고 말하지 못했다. 상황이 종료되면 놀란 애꾸에게 먹이를 챙겨줄 수 있을 뿐 누구 하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연대장님의 평판은 동물을 대하는 행동 하나에 판단됐다. 본인의 희열일 뿐 아무도 희열을 공감하지 않았다.




동물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있다. 간혹 부대에서 돌봐주는 고양이나 개를 이유 없이 혐오하거나 해코지를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군 복무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동물을 괴롭히는 친구들은 똑같이 후임들을 괴롭혔다.


사회에서도 똑같다.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라 동물을 대하거나 식용하는 문제와는 다르다. 이유 없이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인성이 평가된다. 간혹 미디어로 학대된 동물들을 접하면 가슴이 아프다.


개인적으로 트렁크에 괜히 개껌이나 고양이 간식을 넣어 놓고 다닐 정도로 애완견, 애완묘를 좋아한다. 어린 시절 강아지를 키우면서 얻은 행복감과 떠나보내면서 느낀 슬픈 감정은 지금도 가슴속에 남아있다. 


요즘은 애완동물보다는 '짝이 되는 동무'를 뜻하는 반려동물로 많이 표현한다. 말보단 느낌적인 느낌으로 교감하는 짝이 되는 동무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훗날 좋은 친구를 맞이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 어린 시절이나 군 시절 반려동물과 함께한 행복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


동물에게 잔인한 사람은 사람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본성을 파악할 수 있다. - 임마누엘 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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