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도 전염된다
인간(人間), 사람 사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건 공감이다. 우리는 '거울뉴런' 이라는 활동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공감을 한다고 한다. 거울뉴런 활동이 활발한 눈치 빠른 사람은 공감능력이 우수한 사람으로 불린다. 사람의 마음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공감을 할 수도 있고, 서로의 감정을 나눌 수 있다.
짜증의 전염
군대에서 '거울뉴런 '때문에 불편한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하는 감정은 짜증이다.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을 쓰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 짜증을 내는 동료가 있으면 짜증도 역병처럼 퍼져 전염이 됐다.
짜증은 역병과 같다. 한번 퍼지면 걷잡을 수 없고, 조선시대 한 마을을 초토화시키는 것처럼 조직을 초토화시킨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짜증이 많은 L대위는 선배였다. 규모가 작은 동원사단 중대장을 하면서 같은 공간의 간부 연구실을 썼다. 오전 회의가 끝나고 각자의 임무를 받으면 짜증을 냈다. 회의 땐 의견을 피력하지 않다가 간부 연구실에 오면 후배들에게 한탄과 한숨 섞인 짜증을 쏟아냈다.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쉽게 넘길 수 있는 일도 트집을 잡아 병사들에게 윽박을 지르기도 했다. 폭언과 윽박을 지른 일이 결국 문제가 커져 다른 곳으로 옮기긴 했지만 그동안에 부대에 퍼졌던 역병의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못했다.
L대위와 같이한 시간이 그리 길진 않았지만 거울뉴런을 통해 짜증이 학습됐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있고, 혼자서 짜증이나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사람이기 때문에 짜증이 전염돼버린 것이다.
웃음의 전파
반대로 긍정적 마인드와 웃음도 거울뉴런을 통해 전파된다.
ROTC후보생때 방학 때면 훈련을 갔다. 그 당시 20명씩 침상형 생활관에서 한 달 남짓을 지냈는데 몸은 힘들어도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사소한 몸짓이나 농담에도 누구 하나 웃음이 터지면 생활관 전체로 웃음이 번졌다. 왜 웃는지도 모르고 옆에 있는 동기가 웃기 때문에 웃었다. 쟤가 웃기 때문에 내가 웃고 내가 웃기 때문에 네가 웃었다.
웃음이 난 이유는 시간이 지나 잊혀졌지만 그때 느낀 행복의 감정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때 웃으며 행복을 나눈 다른 학교 동기들과 아직도 몇 명은 연락을 주고받는다.
감정도 전파가 된다. 짜증은 조직을 좀먹는 암세포와 같다. 어느 조직에서도 불평불만과 짜증 섞인 분위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업무에도 맛이 있다. 맛있는 업무는 계속 손이 가기 마련이지만 입맛이 떨어지면 다 먹지 못하고 놓아버린다. 짜증은 옆사람의 스트레스를 동반시키고, 일할 맛을 떨어트린다.
이따금 혹시 기분이 태도가 된 적이 없나 되돌아보며 반성할 때가 있다. 기분에서 비롯된 내 태도가 조직에 역병을 번지게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쉽진 않지만 조직에서 암세포가 될 것인지 행복바이러스가 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자 판단이다. 다만, 조직검사로 우리 몸(조직)에 암세포를 발견하면 치료기법으로 파괴한다.
1분씩 화를 낼 때마다 60초의 행복을 잃게 된다. -랄프 왈도 에머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