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고 싶어!

에피소드 1 : 연해하고 싶어(4)

by 구기리

해가지고 하늘이 어스름해질 무렵 친구와 헤어지고 길을 나섰다. 초여름이라 그런지 습하지도 않은 적당한 바람이 이마를 스칠 때의 기분이 좋아 이미 도착했어야 하는 역을 지나쳐 다음역을 향해 걸었다. 2호선 지하철 안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래도 운이 좋아서일까 금세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블루투스 이어폰보다는 아날로그 감성의 줄이어폰을 귀에 꽂고 여름의 날씨에 어울리는 노래를 선곡해 듣는 순간 어깨에 다소 무게가 느껴졌다.

피곤했는지 아니면 초저녁부터 술을 마셨는지 알 수는 없지만 머리를 풀어헤친 체 내 어깨에 살포시 기댄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마음속으로 고민했다.

“어떡해야 하지? 밀쳐내야 하나? 아니면 그대로 있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던 중 코 끝에 맴도는 그 사람의 향기가 전해졌다. 그 사람이 지닌 채취가 내 생각을 고장 나게 만들었다.

더불어 몸은 움직일 수가 없게 만들었다.

가만히 그 사람이 깨지 않게 조심히 있는 것.

내 어깨가 누군가에게 쓰임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그것이 가져다준 것은 느리게 움직이던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든 것.

온몸에 피가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

점점 커져가는 심장박동 소리에 그 사람이 깨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정신이 돌아왔다.

다음역은 사당역. 사당역입니다.라는 지하철 알림 소리에 그 사람을 잠에서 깨웠다.

그리고 미안했던 걸까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 사람이 떠나는 찰나의 순간 황량함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으고 멈출 수 없는 감점의 흐름에 따라 휴대폰을 꺼내 친구에게 답장했다.


“나 여자 소개받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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